각종 비용상승 그대로 감내, 제품 경쟁력 떨어져 수출 우려도 커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발발로 전 세계 식량과 유가 모두 천정부지 가격인상으로 나타나면서 글로벌 공급망시장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있다. 특히 국제 유가 인상은 당장 물류 유통시장에 직격탄으로 미치고 있으며, 이에 따른 관련 업계와 종사자들 모두의 고충도 커지고 있다. 

당장 화물연대와 육상운송 물류업계는 물류비의 30% 이상에 절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경유가격 인상으로 곤혹스러운 하루하루를 맞고 있다.

한편 경유가격은 지난 1월 7일 1,439원에서 리터당 평균 1,917원(23일)까지 치솟으며 차주들의 비용부담을 키우고 있다.  더 큰 문제는 당분간 현 유가가 오르면 올랐지, 하락의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물류비를 지불하는 화주기업들 쪽이나, 하루가 다르게 인상되는 기름 값으로 마이너스 수익까지 감수해야 하는 화물 차주들이 급기야 거리로 나섰다.

유가 인상으로 화물 차주들만 고통스러운 것은 아니다. 수출입 물류서비스 고객이면서 물류서비스 수요자인 제조 및 화주기업들 역시 매일 매일이 살얼음을 걷는 건 마찬가지다. 가뜩이나 원부자재 및 운송운임 인상으로 물류비 부담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인상에 따른 물류비용 상승이 지속될 경우 제품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져 이중고에 처해있다. 

유통 물류시장에서 하루가 다르게 천정부지로 인상되고 있는 국제 유가에 따라 국내 유통 물류시장의 공황 상황을 먼저 점검해 봤다. 

 

국제유가 7% 급등, 당분간 유가 안정 어려울 듯

좀처럼 끝을 보이지 않고 있는 전쟁에 더해 유럽에선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 검토 소식으로 서부 텍사스 원유(이하, WTI)는 3월8일 배럴당 123.7달러를 상회하더니 22일 107.27 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 역시 4월 인도분 WTI 가격이 지난 주말보다 7.42달러(7.1%) 오른 배럴당 112.12달러에 거래되며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유가 역시 마찬가지다. 평균 경유 유가는 1,900원 대를 보이고 있지만, 일부 지역에선 심리적 마지노선인 2,000원에 근접하면서 패닉 상황을 맞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이후 급등했다 잠깐 안정세를 보이던 유가가 다시 급등한 것은 유럽연합이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를 검토한다는 소식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시설에 대한 예멘 반군의 공격으로 불안감이 덕분이다.

특히 유럽연합이 러시아에 대한 5차 제재안을 준비하면서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도 포함될 여지가 있다고 전한 덕분에 유가는 재 급등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짧게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했던 두 나라의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유가의 심리적 마지노선도 한층 멀어진 국면이다.
 
문제는 러시아 석유와 관련한 제재 가능성에 따른 우려로 국제 유가가 불안함을 보이는 점이다. 일부에선 유럽연합의 러시아 석유 수입 금지가 현실화되면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오를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바로 코앞을 모르는 전쟁국면에서 유가 인상여부는 언제든 예상을 넘는 수준으로 인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져 전 세계 산업계의 공포감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경유가 전년대비 32% 오르면서, 한 달 추가비용만 250만원

경유 차량을 사용하는 일반 소비자들의 경우 지난 주유 때와 비교해 최근 주유소를 찾았다가 크게 놀랐다는 반응이다. 한 소비자는 “10여일 전 주유 때도 유가가 1,810원에 기름을 넣었는데, 어제 주유소에 들렀더니 기름 값이 2천원을 훌쩍 넘어 있어 다시 가격을 확인했다”며 “단 1~2주 만에 기름 값이 이렇게 오를 수 있는지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고 전했다. 

이렇게 경유가가 급등하면서 일부 화물 차주들은 더욱 심난한 상황이다. 1리터 당 연비가 10Km 이상인 일반 경유 차량들과 달리 화물 경유차들의 경우 리터당 평균 운행거리가 3~4Km에 불과해 일반 소비자들이 느끼는 경유가격 인상 체감률은 더욱 큰 상황이다. 화물연대가 밝힌 유가 인상비율은 지난해 3월 평균 유가의 경우 1,313원이었지만, 올해 3월13일 현재 1,918에 달해 무려 32%가 인상됐다. 

이에 따라 수입은 적게는 70만원, 많게는 300만원 가량의 손실을 보고 있는 실정이다. 25톤 대형 화물트럭 운전자인 김황식(가명, 56)씨는 “지난달 수입의 경우 차량 할부금과 보험료, 요소수 등의 차량 부대비용을 제외하고 400만원 가량을 가져갔는데, 이번 달 수익은 100만원에 그칠 전망”이라며 “리터당 3km에 그치는 연비로 한달 유류비만 1천 만원에 이르는데, 유가 인상으로 200만원 넘게 추가 비용을 지불했다”고 말했다. 특히 한 달 평균 운송거리가 1만 Km에 달하는 트럭들의 경우 경유 사용량만 4천 리터에 달해 한 달 유류비 지출에만 약 250만원의 추가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유가 인상분, 당장 택배 및 운송비에 반영 어려워

일선 택배 영업지점들도 아우성이다. 택배파업으로 인해 몸살을 앓다, 이제 경우 안정을 찾고 있는 와중에서 다시 유가 인상으로 인해 비용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일선 택배영업점의 경우 택배 5톤 간선 트럭 운송비와 1톤 경유차들의 유류비용 지출에서 적게는 30만원, 많게는 100만원 이상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고 있지만, 택배가격에 반영하지도 못한 채 온몸으로 견디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지난해 대비 30% 이상 급등한 추가 유류비를 어떻게 보전 받느냐 다.   

유가 인상으로 육상운송 물류업계만 곤혹스러운 건 아니다. 일반 제조사를 비롯해 수출입 화주기업들도 현 유가 급등에 따른 대책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정부의 무대책 상황은 유통물류업계를 더욱 분통터지게 하고 있다.

과도기 정부국면에서 새 정부는 청와대 이전 논란으로 민생은 뒤로 한 채 서로 논쟁만을 거듭하고 있을 뿐 유가 인상에 대한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여기다 유류세 인하 정책 역시 유가 인하와 함께 유가보조금도 삭감, 화물차 운전자들에겐 현실을 외면하는 정책만 편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화물연대는 현 유가 급등에 따른 지원책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그 동안 응당 지불했어야 하는 운송료 인상분에 대한 지불책임을 회피해 왔다”며 “이제라도 운송원가를 제대로 반영시켜 운임을 지불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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