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증가·전자기록장치 의무화 등 수요 대응 못해

국내 물류시장 근간을 이루는 육상운송 물류시장의 경우 아직 주 40시간(연장 52시간)특례업종으로 화물트럭 수급에 당장 악영향은 없는 상황이다. 반면 미국 육상운송시장의 경우 경기활성화에 따른 화물트럭 부족으로 몸살을 앓으면서 국내 물류시장도 이에 대한 대비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화물트럭 부족현상의 근본원인은 경기활황에 따른 물동량 증가와 각종 규제 때문. 특히 계절적 수요증가와 트럼프 정부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따른 경제 활황, 각종 악 천후, 유가 상승, 전자기록장치 의무화 규제 등의 다양한 요인이 겹치면서 미국 전역에서 화물트 럭 부족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원인을 단기간에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미국 육상 운송시장에서의 화물트럭 부족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취급이 어려운 화물에 대한 기피 현상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시장도 화물운송업에 대한 특례업종이 해제될 예정이어서 여객운송시장처럼 운전자와 차량 수급에 비상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활황 따라 물량증가, 통상 운임 2배로 인상

미국시장 전역에서 화물트럭 부족 사태가 발생하자 화주기업들은 대책 마련으로 고심하고 있다. 화물 운송 수요는 증가하고 있는 반면 이를 운송할 트럭 구하기가 어려워지자 화주들은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는 화물의 운송을 포기하는 한편 급기야 더 높은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추가 급행 물류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글로벌 타이어 제조업체 미쉐린 North America 물류관 리자인 에릭 스터치는 “올해 1월 운송화물 트럭의 공급부족으로 인해 합성고무 운송량을 20%까지 줄인 상황”이라며 “주말 운송업체에 대해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직원들을 독려, 우선 선적해야 할 리스트를 작성하고 생산과 선적계획까지 재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쉐린은 합성고무가 운송 중에 얼지 않게 하기 위해 온도조절이 가능한 트럭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데, 켄터키주 루이스빌에 있는 미쉐린사의 경우 일부 온도조절 트럭운송 필요 때문에 장기 계약 운송요금의 약 두 배의 물류비를 지급하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은 거시적 경제 요인, 제도 변화, 연료비 상승 등 때문으로 지난해와 비교해도 기록적인 수준이며, 물동량 확대 배경은 트럼프 정부 출범이후 지속적인 경제 성장과 소비 확대가 원인이다. 이 덕분에 소매업자들은 적정 재고량 유지를 위해 주문량을 확대하고 있으며, 제조업자들도 원자재 운송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연방 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2017년 12 월 산업생산이 2010년 이후로 가장 큰 전년대비 성장률을 기록한 만큼 경기활성화 추세와 악천후 및 새 안전관련 연방 법률 때문에도 운용 가능한 트럭의 수가 줄어들고 있다 고 전했다. 특히 디젤유 가격도 지난 3년간 지속적으로 상승 했다. 이에 따라 현재 일반 대형 운송트럭의 현물 가격은 전년 대비 20% 이상 상승, 화주와 운송업체간 협상되는 장기계약요율도 올해 5%에서 8%까지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다 더욱 엄격해진 근무시간 준수를 위한 전자기록 장치의 본격 도입은 운송운임을 크게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내 시장도 예외가 아니다. 당장은 화물 트럭 수급에 큰 문제가 없지만, 주 52시간 특례업종 지정해제와 고령화와 저출산에 따른 운전자 수급이 어려워질 경우 향후 운송운임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한편 미국 육상트럭운송시장의 경우 2017년 12월에 통과된 안전 관련 연방 법안인 전자기록장치(Electronic Logging Devices, 이하 ELDs) 의무화는 트럭 부족 현상 을 가속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이 덕 분에 과거 하루면 운송이 가능했던 운송 경로는 이틀이 걸 리고 이에 따른 운임도 2배 상승하고 있다.

트럭 공급 당장 어려워, 트럭사업자가 화주 골라 운송

화물트럭 수배 어려움을 단적인 예로 들면 식재료 기업 HelloFresh의 공급망(Supply Chain) 담당 부회장 브랫 반체크의 경우 “운송 트럭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다. 혼잡하기로 유명한 뉴욕의 라그디아(La Guardia)공항에서 택시 를 잡는 것만큼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 할 정도다. 문제는 단기간 운송 능력을 확대하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 는 점이다. 이에 따라 취급이 까다로운 화물 혹은 교통체증 지역에 소재한 화물을 기피하는 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이전까지는 화주가 맘에 내키는 트럭을 수배할 수 있는 갑의 위치였다면, 이젠 트럭사업자가 화주를 골라 운송하는 시대가 도래 한 셈이다. 시카고 화물 중개기업 Atomic Transport의 중개인인 미첼 레디쉬는 “현재 화주들에게 불리하게 적용될 수 있는 모든 가능한 상황들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다”며 “운수사업자들이 트럭 수를 늘리고 있지만, 현 트럭수요 급증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만큼의 트럭을 갖추려면 몇 개월, 심지어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운수업체들은 어느 제조업자와 소매업자들의 주문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보다 까다롭게 선별하기 시작했다. 트럭운전자들은 화물 적재에 대기시간이 길거나, 교통 체증이 심한 지역의 창고에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을 꺼려 이런 화물이나 지역특성을 가진 화주기업들은 화물 트럭 확보에 데 곤경을 겪고 있다.

미쉐린의 물류 관리자 스터취는 “운수사업자들이 일부 공장에서의 대기 시간 때문에 화물을 운송하는 것을 꺼려 적기 운송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당분간 북미지역에서의 화물트럭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관계자들은 “향후 트럭 부족 현상은 더욱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이며, 농산물 운송이 늘어 나는 시기와 더불어 전자기록장치(ELDs) 의무화 법안 적용되면 이 장치를 탑재하지 않은 트럭들은 도로 주행이 불가능해지는 만큼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모건 스탠리 운송 산업 분석가인 래비 생커는 “북미지역의 경우 연초 물동량이 적은 시기임에도 트럭 부족현장이 나타났는데 반해 물량 증가세가 커지는 연말의 경우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우려된다”며 “많은 화주들은 수송에 필요한 트럭을 확보하기 위해 여전히 힘든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 및 의료분야의 첨단 기술 기업인 Danaher의 운송 물류 담당자인 캔드체 호로위키는 “트럭 수배에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중개인과 운송회사를 바꾸거나, 적게는 300달러에서 많게는 1,200달러까지 추가비용을 지불해야하는 상황을 수십번 맞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내 운송관계자는 “야간 운전이 많은 상황에서 우리 같은 사람들은 시간이 돈이라 웬만하면 그냥 참고 목적지까지 가려 한다”며 “아직은 특례업종이라 운전자와 차량 수배가 어렵지는 않지만 갈수록 노동환경이 악화되고 신규 젊은 운전자들이 없어 조만간 북미 시장과 유사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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