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정부 향한 택배업계 분노 상승…막가자는 분위기 커져

언론에 각자의 입장을 주장하거나 정부에 호소하며 지난 몇 달 간 잦은 마찰을 빚어온 쿠팡과 택배업계는 이 싸움을 법정으로까지 끌고 갔다.

그러나 이러한 양측의 법정 소송과는 별개로 최근 택배업계에는 시장질서 붕괴 조짐이 일어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택배업계는 지금 분노하고 있다. 분노의 수위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쯤 되면 막가자는 분위기까지 형성됐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 택배서비스가 도입된 지 20년 넘게 흘렀지만 지난 세월동안 택배업계는 그 누구의 보호를 받아본 적이 없다. 산업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지도해준 부모도, 선생님도 없이 지난 20년 간을 고아이자 외톨이로 지내온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택배업체들은 치열한 경쟁관계를 유지하면서 대국민 삶의 질 향상이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그리고 택배업계의 이러한 노력은 초인종이 눌리면 3살 아기도 택배라고 외칠 정도로 보편화된 서비스로 자리 잡게 만들었다.

최근 택배업계가 표출하고 있는 분노는 하루아침에 생겨난 것은 아니다. 20년 간 갖은 핍박을 견디면서 커져 버린 분노의 폭탄으로, 쿠팡의 로켓배송이 도화선에 불을 지핀 꼴이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분노 폭탄은 쿠팡보다 오히려 정부를 향하고 있다. 지금껏 택배시장 발전을 위해 정부가 해준 게 과연 뭐냐며, 택배시장 질서를 붕괴시키려 불을 지피는 이를 보고도 모른 척하는 정부의 모습에 더 화가 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얘기다.

정부가 택배업계에 해준 게 뭐냐! 업계 불만 폭발
택배업계는 지금 벼르고 있다. 터질 것 같은 분노를 꾹꾹 억누르고 있는 모양새다. 쿠팡의 로켓배송과 관련해 법원이 합법이라고 판결할 경우 택배업계의 분노는 결국 터지고 말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에 대한 배신감이 극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들은 화물운수사업법 안에도 택배의 정의조차 들어있지 않은 게 현실이라며, 시장이 이토록 성장할 때까지 정부는 단 한 번도 제대로 택배업종을 인정하지 않았다고 맹비난하고 있다.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는 시장 속에서 택배업계는 스스로 공정거래위원회 표준약관을 만드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다. 또한 업체 간 치열한 가격경쟁 속에서도 서비스 품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왔다. 정부의 지원이라고 해봐야 최근 들어 시행된 증차 허용 두 차례가 전부라는 게 업계의 이야기.

오히려 갖은 규제와 차별로 택배업계가 피눈물을 흘린 적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그렇게 악착같이 버티면서 만들어온 시장을 하루아침에 누군가 바꾸려 하는 것에 택배업계는 다시금 충격에 빠졌으며, 이를 중재해줄 것으로 믿었던 정부의 수수방관 모습에 또 한 번 충격을 받은 상태다.

택배업계 한 관계자는 “택배업종을 위한 법과 규제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택배업체들은 화운법상 각종 규제를 준수해왔다. 수많은 어려움 속에서도 택배업체들은 묵묵히 일했다. 그런데 최근 쿠팡의 로켓배송으로 느낀 역차별과 허탈감은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택배! 이윤도 중요하지만 사명감 없이 못하는 사업
최근 택배업계 관계자들은 혼란에 빠져 있다. 지금 자신들이 처한 환경을 들여다보니 지난 20년 간 과연 무엇을 위해 새벽부터 아침까지 뛰어다니며 땀을 흘리고 돈을 투자했는지 등에 대한 회의감은 물론 정체성마저 잃어버린 모습이다. 너무도 큰 허탈함 속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택배업계 관계자들은 기업이라면 당연히 이윤을 추구하는 게 맞지만 택배업체들은 돈을 벌어도 서비스 강화를 위해 재투자하는데 아낌없이 사용해왔다며, 이는 국민들에게 보다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없었으면 불가능했던 일이라고 강조한다. 이윤도 중요하지만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었다는 게 그들의 얘기인 것.

그러나 현재 택배업계는 이런 자신들의 노력이 한 순간 짓밟혀버렸다고 생각하며 깊은 충격에 빠져있다. 그리고 업계가 함께 만든 룰을 굳이 지킬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 20년 간 업체들이 함께 만들어온 시장의 질서가 누군가로부터 깨질 바에야 업계 스스로 깨트리겠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반대 의견도 있다. 누군가 악의적으로 한다고 같이 악의적으로 나갈 필요는 없다는 것으로, 같은 사람이 되지 말고 우리가 갈 길을 가자고 주장하고 있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왜 택배업체는 매번 당해야만 하는 건지 모르겠다. 통합물류협회 택배분과위원회가 만들어지지 않았더라면 더 심했을 것이다. 이제 업계는 스스로 자신들의 시장을 지켜야 한다. 택배업계는 그동안 너무 착하게만 살았다. 누군가 돌을 던지면 맞거나 피하기만 했다. 이제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고객 만족 위한 것? 국민위해 헌신한 택배업계 당황
택배업계는 고객을 위해 로켓배송을 실시했다는 쿠팡의 주장에 대해 발끈하고 있다. 불특정 다수의 대국민을 위해 서비스를 강화해온 자신들의 헌신과 노력이 무시당한 느낌이라는 게 택배업계 관계자들의 일반적인 시각인 것이다.

한 기업은 자신들만의 고객을 위해 투자할지 몰라도 자신들은 오지산간에 살고 있는 고객 한명에게도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시스템을 갖추고자 노력해왔다며, 다소 부족한 부분이 있고 개선해야 할 것도 많지만 누군가에게 손가락질 받을 만큼 노력이 부족했던 건 결단코 아니라는 게 업계의 얘기다.

쿠팡의 경우 오지산간으로 가야할 상품은 택배업계를 이용한다. 이를 두고 택배업계는 쿠팡의 이런 모습은 물건을 집중적으로 구매하는 고객들에게만 특별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라며, 이와 달리 택배업체들은 특정 지역뿐 아니라 전국의 모든 국민들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노력해온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오지산간에 사는 고객에게 배달해야 할 택배 한 상자를 들고 한 시간을 달려가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시스템을 만들고 구축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과 돈이 투자된 지 모른다. 이러한 모든 것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 매우 억울하다”고 말했다.

고용창출 기대?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이까지 떠안은 택배업계
쿠팡은 현재까지 약 3,500명의 쿠팡맨을 채용했다. 올해 말까지 5,000명을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으며, 2016년 1만 명, 2017년에는 1만 5,000명까지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들의 대다수는 20~30대로, 다양한 사내 복지 혜택과 고임금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강조한다.

이와 관련해 택배업계는 직접 고용형태는 아닐지라도 간접고용 형태로 택배업계에 종사하는 택배기사는 수만에 달한다며, 택배업계의 이러한 고용창출은 보잘 것 없는 것이냐며 반박하고 있다.

특히 업계는 사회로부터 버림받은 신용불량자들도 떠안고, 그들에게 새로운 삶의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강조한다. 또한 실버인력과 여성인력들과의 협력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국내 택배업계의 구조적 특성 상 직접 고용형태를 정착시키진 못했지만 간접형태로라도 택배업체들이 창출한 고용의 규모는 어마어마하다”며 “쿠팡의 고용창출 능력만 부각되는 것을 보며 택배업계가 또 한 번 외면받는 것 같아 화가 치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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