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사한 형태와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이 있다. 그런데 한 쪽은 법의 제재를 받고, 다른 한 쪽은 법의 제재를 받지 않고 있다. 이유는 제공 중인 서비스 명목으로 돈을 받느냐, 아니냐는 차이다. 법적인 제재를 받느냐 안 받느냐의 차이는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출발선상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법의 규제를 받지 않을 경우 그렇지 않은 이보다 최소 30%이상 앞서 달릴 수 있다. 출발 선상이 다르니 결승점에 도달하는 것 역시 빠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를 중재해야 할 심판(정부)은 누구의 편도 들지 않고 있다. 저쪽 얘기도 맞는 것 같고, 이쪽 얘기도 맞는 거 같으니 나한테 그런 거 묻지 말라는 식으로 한 발 물러나 있다.

결국 둘은 같은 법정에서 서로의 입장에 대한 심판을 받기로 했다. 이는 택배업계와 쿠팡의 얘기다. 최근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합법적으로 사업을 영위해오려 노력했던 택배업계에 지금까지와 다른 기조가 형성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택배업계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출발선에 위치한 선수를 눈 감아 주는 정부를 보면서 20년 간 정부가 만든 룰을 지키려 한 자신들의 노력과 땀이 헛된 것으로 느끼고 있다. 방식만 바꾸면 자신들도 법의 규제를 받지 않는 이들과 같은 출발 선상에 설 수 있는 만큼 지금까지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겠다는 이들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합법도 불법도 아닌 위태로운 경계선 속에서 합법의 자리를 고수하려 했던 이들이 방식을 바꿔 그 경계선을 마음대로 오가겠다는 것으로, 인정받지 못할 헛된 노력을 두 번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택배서비스를 국내에 처음 선보였던 20여년 전부터 택배업계는 수많은 유혹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의 요금 담합을 한 적이 없고, 수많은 불만 속에서도 단체행동을 시행한 적이 없다. 그랬기 때문에 최근 택배업계가 나타내고 있는 분노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택배업계는 자신들이 어렵게 쌓아온 공든 탑을 누군가가 훼손할 바에야 공든 탑을 지탱하던 시장 질서를 스스로 붕괴시키겠다는 의지까지 보이고 있다.

최근 법정까지 가게 된 쿠팡과 택배업계 간 싸움의 쟁점은 무엇인지, 택배업계에 일어나고 있는 붕괴 조짐은 무엇인지 등을 짚어 보았다.

<편집자주>

PART 1. 쿠팡에 소송 제기한 택배업계, “갈 때까지 가보자”
PART 2. “법적 문제없다” 꿋꿋한 쿠팡, 우리가 갈 길 갈 뿐
PART 3. 로켓배송發 택배업계 시장 붕괴 조짐 확산
PART 4. 위태로운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 택배업계 스스로 없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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