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공영하는 물류를 꿈꾸는 물류 계몽가, 서병륜 로지스올 회장


물류신문은 창간 18주년을 맞아 국내 물류업계 리더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물류인은 누구인지, 또한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알아보는 설문조사를 진행, 물류업계가 바라는 진정한 물류인의 모습을 찾아 보았다.

이번 조사에서는 국내 물류산업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던 수많은 인물이 거론되었는데,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인물이 있었다. 바로 서병륜 로지스올 회장이다. 많은 물류인들은 국내 물류산업의 개척자, 선구자, 물류 표준화와 선진화를 진두지휘한 인물, 국내 최초의 물류단체를 이끈 인물 등을 이유로 서 회장을 최고의 물류인으로 꼽았다.

서병륜 로지스올 회장을 만나 최고의 물류인에 선정된 소감과 함께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지, 또한 최고의 물류리더로서 국내 물류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만년청년(萬年靑年), 물류의 길에 들어서다
“사람은 남들로부터 인정을 받을 때 큰 행복과 기쁨을 느낀다. 특히 같은 길을 함께 걷고 있는 많은 물류인들로부터 인정받아 매우 행복하다.”

많은 물류리더들의 추천으로 최고의 물류인에 선정된 소감을 묻자 서병륜 로지스올 회장은 환한 웃음과 함께 ‘행복’이란 단어를 꺼냈다.

지금까지 어려움도 많았지만 물류의 길을 걸은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지난 어려움을 동료들이 인정해준 것 같아 기쁘다며 행복한 미소를 짓는 서 회장의 모습이 소년과 같았다.

많은 물류인들은 서병륜 회장을 국내 물류산업의 개척자, 선도자, 선구자라고 말한다. 만인이 인정한 물류 개척자의 첫걸음을 물었다. 회한에 잠긴 만년청년(萬年靑年)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물류의 길의 시작, 첫걸음을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난다. 물류에 대해 전혀 몰랐던 엔지니어가 지게차를 만났고, 다음에 파렛트를 만나 물류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다.”

서병륜 회장은 1970년대 대우중공업(주) 기술개발팀에서 근무하며 지게차를 만났다. 지게차 시장개척 업무에 투입되면서 지게차가 활동하는 영역, 즉 물류 분야를 접하게 되었다.

서 회장은 “대우에서 지게차가 좀처럼 안 팔려 특공대를 만들었다. 그 부서에서 지게차를 어떻게 하면 잘 팔 것인가를 연구했는데,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물류가 무엇인지, 왜 필요한지, 얼마만큼 중요한지를 알게 됐다”며 “특히 일본,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현황을 집중 조사했는데 조사를 할수록 물류에 빠져들게 되었다”고 말했다.

물류에 빠져들기 시작한 청년 서병륜은 첫 번째 갈림길에 서게 된다. 엔지니어로 돌아갈 것인지, 물류인이 될 것인지를 선택해야만 했다. 두 아이와 아내가 있는 가장으로서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안정된 직장을 포기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서 회장은 “가슴에 사직서를 3년 품고 다녔다. 닳으면 다시 쓰고, 닳으면 다시 쓰고. 가족들과 주위 지인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포기가 안 됐다”며 “물류가 너무 재미있고 좋았기 때문이다. 또 매우 중요한 산업이라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데, 그 누군가가 내가 되고 싶었다. 잘할 자신도 있었다”라고 회상했다.

물류 개척자, 물류의 길을 개척하다
서 회장은 결국 사표를 내고 본격적으로 물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물류 사업을 하려고 직장을 그만둔 것이 아니다. 물류 계몽운동을 하기 위해서였다. 내가 좋아하는 물류가 무엇인지, 물류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모든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다.”

서 회장은 본인을 물류 계몽가라고 불러달라고 했다. 본인은 사람들에게 지금까지도, 앞으로도 물류 계몽가로 기억되길 바란다는 것이다.

서병륜 회장은 물류 계몽운동을 위해 1984년 9월 한국물류연구원을 만들었다. 한국물류연구원은 5년 뒤 우리나라 최초의 물류단체인 사단법인 한국물류협회의 초석이 되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물류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다. 어느 정도 인식하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 당시 기업에 물류조직이 있는가를 조사했었다. 내 기억에 물류라는 단어가 들어간 부서가 있는 회사는 단 한 곳이었다. 한국타이어에 생산물류과가 있었는데, 그곳도 제휴를 맺고 있는 일본기업에 부서가 있어서 업무 교류를 위해 만든 곳이었다.”

이처럼 아무것도 없는 물류 황무지에서 서 회장은 진력을 다해 물류 계몽운동을 펼쳤다.

서 회장은 “물류를 알리기 위해 뭐든지 했다. 교육, 출판, 국제교류, 전시, 세미나 등. 또한 제조사든 유통사든 규모가 있는 모든 회사를 찾아다니며 물류가 뭔지를 설명했다”며 “‘물류뉴스’라는 것도 발행했었다. 8페이지 분량의 타블로이드판 월간지였는데, 물류 매체의 효시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회장은 ‘물류뉴스’를 발행한 뒤 우리나라의 모든 일간지, 경제지의 편집국장에게 보냈다.

“어느날 한국경제신문사에서 연락이 왔다. ‘물류뉴스’를 봤는데 흥미로웠다며 물류 특집을 써달라는 것이다. 6회에 걸쳐 물류를 소개했다. 문의가 빗발쳤다. 하루에 수백통씩 전화가 왔다. 드디어 사람들이 물류 무엇인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된 것이다.”

이후 서 회장은 공중파 방송 등 다양한 매스컴을 통해 물류를 소개했다. 오늘날 모두가 아는 물류가 이때 처음 빛을 보게 된 것이다.


물류 길잡이, 물류와 사랑에 빠지다
서병륜 회장이 국내 물류산업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일반 기업의 대표들이 기업 성장과 수익 창출을 위해 산업 발전에 노력을 기울이는 모습과는 확연히 다르다. 물류산업에 애정을 쏟고 발전을 위해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서 회장의 모습은 많은 물류인들의 귀감이 되었다. 그 결과 많은 물류인들이 흔쾌히 최고의 물류인으로 추천하게 되었던 것이다.

서 회장에게 지난 30여년 간 물류산업에 끊임없이 애정을 쏟을 수 있었던 이유를 물었다. 대답은 단순했다. “물류가 좋다.” 왜 좋은가? 라고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인류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모든 물자 하나하나를 움직이는 물류는 정작 형체가 없다. 물류는 상상의 세계이자 무한의 세계이다. 이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서 회장은 사람이 먹고 쓰고 입는 모든 것, 인간의 삶, 이 세상의 모든 경제 질서 또한 물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것을 다루는 분야가 물류이기 때문에 물류는 어떤 것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병륜 회장은 “물류산업은 모든 산업의 우위에 설 것”이라고 단언했다.

“수많은 산업이 있다. 식품, 전자, 자동차산업 등 다 중요하지만 물류산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의 모든 산업들이 제대로 잘 돌아가려면 물류를, 공급망(SCM)을 잘 관리해야만 한다”라고 덧붙였다.

물류 전문가, 물류의 미래를 제시하다
물류가 좋아서 물류의 길을 간다는 서병륜 회장은 “물류의 길은 너무 좋아서 혼자 가기 아깝다. 더불어서 하고 싶었다”며 물류 계몽운동을 하고 물류산업 발전에 힘을 쏟은 이유를 밝혔다.

30년 넘게 물류의 길을 걸은 물류 전문가 서병륜 회장에게 앞으로 우리나라 물류산업이 가야할 길을 물었다. 그는 우리나라 물류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공존공영(共存共榮)’이었다.

“물류는 혼자 하면 안 된다. 더불어 함께 해야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1등이 되려고 홀로 아등바등하는데 물류는 혼자 하면 손해다.”

물류 서적광인 서 회장이 5,500여권의 물류 전문 서적을 읽으며 40년 가까이 물류 공부를 한 끝에 내린 결론이 “물류는 공존공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큰 기업이라도 물류를 혼자 하면 비효율적이며 낭비가 생기고 비용이 많이 든다. 함께 할 짝을 찾아야만 한다.”

서병륜 회장의 로지스올은 물류 분야의 세계적 얼라이언스(Alliance) 그룹이다. 또한 파렛트, 컨테이너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풀 시스템(Pool System)을 제공하는 기업이다. 서 회장은 사업을 통해서도 공존공영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파렛트 1장을 구입하는 비용이 5만원이면 렌탈비용은 5천원, 1/10이면 이용할 수 있다. 이처럼 풀 시스템은 매우 경제적이고 효율적이다.”

풀 시스템은 최근 각광받고 있는 공유경제(sharing economy)의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력소비를 기본으로 한 공유경제는 장기 지속되는 경기 침체와 심화되는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것을 서 회장은 30여년 전부터 실행한 것이다.

“로지스올은 풀 시스템을 이용하는 10만 개 기업과 동일한 가치와 생각을 공유하는 기업”이라며 “공동 사용은 물건을 소유한 사람에게는 높은 사용 효율을, 물건을 사용한 사람에게는 높은 경제 효율을 제공하는 바람직한 경제 활동이다. 더 많은 물류인들이 동참하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물류 탐험가, 세계로 나아가다
서병륜 회장은 우리나라 물류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존공영(共存共榮)’과 함께 ‘글로벌화’가 필요하다고 했다.

“물류협회 회장직을 10년 넘게 하며 여러 가지 일을 해봤는데, 단 하나 아쉬움이 남는 게 있다. 바로 물류 전시회다. 가까운 일본과 중국은 물류 전시회가 잘 되는데 우리는 왜 안 되나? 고민 끝에 얻은 답은 우리 시장이 작아서이기 때문이다.”

서 회장은 우리나라에는 왜 UPS, DHL과 같은 글로벌 물류기업이 없는 건가에 대한 답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국내 시장의 규모가 너무 작아서라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이 된다는 것은 글로벌 시장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과 같은 뜻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물류 서비스를 만들어 해외 물류매출이 국내 물류매출을 뛰어넘어야 진정한 글로벌 물류기업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한반도를 벗어난 사고를 해야만 한다.”

근본적인 생각의 틀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한 서 회장은 로지스올을 향후 10년 안에 유닛로드시스템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 만들 것이라고 장담했다.

“수년 전부터 글로벌 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독창적인 물류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데에 몰두해왔다. 올해 선보인 첨단 글로벌 파렛트사업인 ‘RRPP’ 풀 시스템이 신호탄이다. 접이식 컨테이너 ‘폴드콘(FOLDCON)’ 등 후속작이 많이 준비되어 있다”며 글로벌 시장 공략 전략을 열정적으로 소개하는 서 회장의 모습에서 그의 도전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서병륜 회장은 “2025년까지 로지스올을 유닛로드시스템 분야의 글로벌 챔피언 자리에 등극시켜놓겠다. 앞으로 로지스올의 행보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또한 자신의 세계를 향한 도전에 많은 물류인들이 자극을 받아 함께 세계 시장에 도전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서 회장은 “많은 물류인들에게 있어서 누구나 아는 대기업이 M&A를 하고, 해외 기업을 인수하며 글로벌화를 추진하는 것과 로지스올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매우 다른 의미일 것이다”라며 “서병륜이, 로지스올이 세계 시장에 도전한다고? 우리도 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더 많은 물류인들이 함께 세계 시장에 도전하길 바란다. 우리나라 물류분야에서 더 많은 글로벌 챔피언이 나오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서병륜 로지스올 회장은…?

1949년 9월 전남 광양에서 태어났다. 순천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농과대학 농공학과를 졸업한 뒤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 등 다수의 CEO 과정을 수료, 명지대학교 산업대학원 산업시스템경영학과 박사학위를 수여했다.

대우중공업(주) 지게차 영업 과장으로 근무하다 1984년 한국물류연구원을 창설해 물류 개척의 길에 몸을 담았다. 이후 삼성전자, 롯데칠성음료 등 30여 건의 물류컨설팅을 담당했으며 현재 로지스올그룹 회장, (사)한국파렛트컨테이너협회 회장, 아시아파렛트시스템연맹(APSF) 명예회장직을 맡고 있다.

2008년 10월 지식경제부가 주최하는 ‘세계 표준의 날’ 행사에서 물류 표준화에 기여한 공로로 정부로부터 산업포장을 수상한 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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