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근로자 땀으로 흥정하는 물류기업…개선의지도 적어

누구나 어느 정도의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고정관념은 자신의 발전에 방해가 되기도 하고 실수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고정관념은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에서부터 만들어진다. 그리고 당연함은 사회의 전통이나 관습, 환경 등에 따라 각각 다르게 형성되곤 한다.

물류산업에도 다양한 고정관념들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고정관념 중 하나가 바로 ‘물류기업은 갑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왜 그래야 하는 건지 쉽게 납득이 가지 않을 때가 많다. 불분명하고 근거 없는 고정관념이 ‘지금까지 그랬으니 앞으로도 그렇겠지’라고 인식하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닌가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 물류기업들이 산업 발전에 일조하고 더 나은 회사로 성장하기에 앞서 가장 먼저 해야할 것 중 하나가 바로 ‘자신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을 경계’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취지에서 물류신문에서는 물류산업에 만연해 있는 최악의 고정관념들을 살펴보았다.

1. 물류기업은 결코 ‘갑’이 될 수 없다
지난해 화주기업과 물류기업 실무 담당자들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화주기업과 물류기업의 관계에 대해 양측 모두 갑과 을의 관계라고 답했다. 일부 관계자는 갑과 을이 아닌 파트너라고 답하면서도 실질적인 관계는 갑과 을에 가깝다고 답했다. 그러나 물류기업들의 모든 관계자들은 을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자신들은 결코 갑이 될 수 없다는 게 물류업계의 만연한 고정관념이다. 반드시 자신들에게 물량을 줘서 돈을 벌게 해주는 업체가 갑이 돼야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관계에서는 제조업체가 갑이었으나 오늘날에는 유통업체가 갑의 위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듯 갑과 을의 위치는 언제든 바뀔 수 있다. 그렇다면 제조업체와 유통업체의 위치가 바뀐 이유는 뭘까?

유통업체들의 판매량이 저조할 때는 유통업체도 을에 위치해 있었다. 그러나 소비자의 관점으로 사업을 전개하기 시작하며 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는 판매량 급증으로 이어졌다. 이후 양 측의 입장은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그렇다고 항상 유통업체가 갑이 되는 것도 아니다.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상품이 개발되면 그때는 또 제조업체가 갑의 위치에 오르기도 한다.

제조업체가 유통업체에게 갑의 위치를 내줄 수밖에 없었던 건 유통업체들을 대체할 만한 판매 창구를 찾지 못해서이다. 결국 누군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것을 아무도 대체할 수 없을 정도의 수준으로 제공한다면 갑과 을의 위치는 바뀌게 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물류기업들이 이러한 구조를 허물겠다는 의지가 약하다는 것이다. 물류기업은 당연히 ‘을’이 될 수밖에 없다는 막연한 고정관념이 지속된다면 물류서비스는 개선되기 힘들 것이다.

화주기업과 물류기업들은 갑질 논란이 커지자 상생관계를 형성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이런 고정관념 속에서는 진정한 상생관계가 형성될 리 만무하다.

진정한 상생관계는 서로에게 반드시 필요한 존재가 될 때 형성될 것이다. ‘을’이 아닌 ‘필요한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할지 고민해봐야 할 때다.

2. 저단가 경쟁에서 이기는 게 살 길이다
물류신문이 업계를 향해 가장 많이 던진 메시지 중 하나가 바로 업체 간 저단가 경쟁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만큼 물류시장에서 업체 간 경쟁은 치열할 정도로 전개돼 왔다.

물류기업들의 평균 영업이익이 매출액의 5%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기업들의 영업이익이 줄면 투자도 줄 수밖에 없다. 이는 또 미래로의 관점 전환을 어렵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특히 물류기업들의 경우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재 투자보단 이익 극대화에 많은 전략이 집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다 보니 물류기업들의 관점 자체는 어떻게 이익을 더 창출할 것이냐는 것에 맞춰져 있으며, 이는 또 서비스 질 저하로 이어지고 있다.

‘업체 간 경쟁이 지속되면 누군가는 도태되고,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일어날 것이다.’ 이는 많은 물류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이는 곧 ‘나만 아니면 돼!’라는 식으로, 자신의 뼈를 깎아가면서까지 이런 전략을 취해야 하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관점을 현장 근로자들로 바꾼다고 가정해보면 과연 저단가 경쟁을 일삼을 수 있을까? 업체들이 행하는 저단가 경쟁은 곧 현장 근로자들이 흘린 땀을 하찮게 여기고 헐값에 팔아버리는 것과 같다.

물류업계는 대부분 다단계 구조로 돼있다. 한 화주기업의 물량을 3개 이상의 물류회사가 나눠먹는 식이다. 결국 저단가 경쟁의 최대 피해자는 맨 밑단에 있는 중소형 물류회사나 현장 근로자들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저단가로 영업을 수주한 이는 자신의 이익을 최대한 챙긴 뒤 재 하청을 준다. 중간 업체 역시 같은 방식을 취하다 보니 결국 현장 근로자들의 몫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곧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현장 근로자들의 땀을 가지고 흥정하는 것으로, 이러한 게 옳은 행동인지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3. 물류산업은 3D업종이다
모든 국가 산업의 동맥과 실핏줄과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물류산업은 무역의존도가 특히 높은 우리나라에선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산업으로 손꼽히고 있다. 그러나 물류산업은 3D업종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그만큼 많은 이들에게 힘들고, 위험한 산업으로 각인돼 있는 것이다.

물류현장은 아직까지 안전지대라고 말하긴 힘들다. 택배터미널 분류 아르바이트를 한 이들은 그곳을 한 마디로 ‘지옥’이라고 표현한다. 또 화물차 기사들의 근로 환경은 과거에 비해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만큼 물류산업의 현장 근로 일은 힘들다.

그렇다고 물류기업들 스스로 3D업종이라고 인식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물류산업에도 다양한 신 기술들이 접목되고 있고, 물류를 중심으로 경영 계획을 수립하는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물류산업의 3D를 Dirty, Difficult, Dangerous가 아닌 Digital, Dynamic, Design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의 3D가 아닌 새로운 개념의 3D업종으로 변화를 꾀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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