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업계에 불어 닥친 지주회사 붐 - 경영 투명성 제고 vs 일감몰아주기 회피用

이번 물류업계 주총시즌을 달군 키워드는 ‘지주회사’였다. CJ그룹과 한진그룹, 한솔그룹은 주주총회 시즌을 통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공식 발표했다. 이를 통해 3개 그룹은 기존의 순환출자 구조를 탈피하여 새 정부의 경제민주화 바람에 적극 동참한다는 명분과 경영 투명화, 재무건전성 확보 등의 이점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물류기업은 사업에 충실하고, 지주회사는 객관적 시각에서 적기에 투자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회피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투자와 사업 분리해 지주사 설립
물류업계의 지주회사 붐은 CJ그룹과 한진그룹, 한솔그룹이 주도하고 있다. 포문을 연 것은 CJ그룹이다. 지난 1일 CJ그룹은 지주회사인 KX홀딩스에 그룹이 보유하던 CJ GLS의 지분을 양도했다고 공시했다. 이로써 KX홀딩스는 CJ제일제당과 함께 CJ대한통운의 공동 최대주주(지분율 각각 20.08%)로 올라섰으며, 4일 KX홀딩스의 지분율을 20.11%로 변경하면서 지주회사로써 근소한 차이지만 영향력을 더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을 갖췄다.

한진그룹도 한진칼홀딩스를 설립해 기존 순환출자에서 지주회사 체제로 탈바꿈한다. 대한항공을 인적 분할하는 방식으로 설립되는 한진칼홀딩스는 지주회사로써 지적재산권 관리 등 투자사업 역할을 맡는다. 대한항공은 항공운송사업에만 전념한다. 한진그룹은 오는 8월에 분할을 완료할 예정이며, 대표이사는 한진 석태수 대표이사가 겸임한다고 설명했다.

한솔은 주주총회가 끝난 직후 체제 변화를 천명했다. 한솔그룹은 8일 이사회를 열고 물류기업인 한솔CSN과 한솔제지의 투자부문을 떼어내 한솔홀딩스(가칭)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분할 방식은 한솔CSN투자회사, 한솔제지주식회사를 설립 뒤 이를 합병해 지주사를 설립하는 하는 방향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솔홀딩스는 자회사(한솔CSN, 한솔제지)의 사업과 투자, 브랜드 등을 관리하고, 한솔CNS와 한솔제지는 사업회사의 역할을 하게 된다. 한솔그룹은 7월 30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이르면 9월 1일 합병을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지주회사 체제는 특례 조항상 특수관계법인 제외
3개 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이유에 대해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한진칼홀딩스를 통해 기존의 ‘정석기업→한진→대한항공→정석기업’의 순환출자 구조를 탈피하게 됐다. 한솔그룹 역시 한솔홀딩스를 설립해 ‘한솔CSN→한솔제지→한솔EME→한솔CSN’의 순환출자 구조가 ‘지주회사→자회사→손자회사’로 지배 구조가 바뀐다.

증권가 관계자는 “지주회사 체제 변경으로 일부 채무관계가 이전되기 때문에 재무건전성 확보는 물론 지배구조가 단순해지면서 경영의 효율화를 가져올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한 그동안 순환출자로 인한 비판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일감몰아주기를 회피하는 수단이 아니냐며 따가운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현행 규정에는 ‘지주회사의 자회사가 수여법인인 경우 자회사와 손자회사 및 증손회사는 특수관계법인에서 제외한다’는 특례 조항이 있다. 즉, 지주회사로써 그룹 내 제조기업이 물류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주더라도 과세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3개 그룹은 제조·유통 분야의 계열사를 가지고 있고 물량도 상당하다. 또 계열사 간 지분 구조상에서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물류계열사들이 일정부분 그룹 내 물량을 처리하고 있는 상황인데, 지주회사로 바뀐 뒤에는 특례 조항을 이용해 물량을 더 늘릴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우려했다.

한 전문가는 “이들 그룹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 특례조항 대상이 될 수 있지만 이를 적용할 지 여부는 정부의 해석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도 “이들이 과세 대상에서 제외될 경우 비슷한 지주회사가 더 생겨나 2자 물류가 득세하고, 3자 물류시장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이렇게 되면 경제민주화를 주창했던 박근혜 정부에게 큰 고민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당분간 지켜봐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한 전문가는 “현대차그룹이 물류부문 일감몰아주기 축소를 선언한 상황에서 다른 기업들도 정부의 방침에 발맞추기 위한 선택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것 역시 조직의 변화 등 적지 않은 부담이 따르는 점을 감안하면 자사 물량을 공개 입찰 방식으로 풀어놓는 기업들이 나올 수도 있다”며 “다만 일감몰아주기 자체에 대한 업계의 반감과 후속 정책의 추이에 따라 상황이 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당분간 물류업계 전반의 큰 변화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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