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키징과 물류의 컨버전스 : 물류회사가 패키징을 맡는다

물류산업연구원장, 인하대 겸임교수
    2008년도 우리나라 국가물류비는 178조 4,610억 원이고 이중에 포장비는 2조 4,230억 원으로 약 1.4%의 비중을 차지한다. 그러나 한국교통연구원에서 집계한 포장비는 물류과정에서 쓰인다고 보이는 골판지 상자와 파렛트 비용을 합계하여 산출한 결과이다.

골판지는 한국골판지포장공업협동조합의 국내와 수출용 연간 매출액을 대입하였고 파렛트는 연간 물동량을 파렛트 단위당 적재중량으로 구하여 산출하였다. 그러나 이외에 쓰이는 수많은 형태의 포장형태가 있을 것이고 기계나 자동차 부품수출에 쓰이는 공업포장의 연간 매출만하더라도 조 단위가 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패키징센터에서는 우리나라의 연간 패키징 산업규모를 2009년도 기준 약 26조 3,542억 원으로 집계하고 있다.

그러나 이중에 물류와 연관되는 패키징 매출 규모는 어느 곳에도 통계를 추정할 수 없다. 우리는 단지 물류산업은 상당부분이 패키징과 직접적 연관을 맺고 있으며 공급사슬과정에도 같이 연속선상에 놓여 있으므로 이 두 개의 산업이 서로 밀접하게 겹쳐지는 과정을 살펴보고 경제적으로 경영의 통합이 요구되는 시점임을 느끼고 있을 뿐이다.

산업간 융합 : 고객에게 빠른 배달과 품격 있는 상품 전달을 위해 필요

다양하게 바뀌는 고객요구를 제대로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계속 혁신이 필요하다. 물류산업에도, 패키징 산업에도 혁신이 필요하다. 제품이 생산되고 나서 고객에게 전달되기 위한 필수적 과정에 접목되는 패키징과 물류는 하나의 과정으로 통합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생산자의 아웃소싱을 맡고 있는 물류회사는 생산자의 패키징 과정을 같이 맡아서 처리해준다면 생산자도 만족하고 고객에게는 빠른 배달이 가능해지고 고객이 원하는 배송의 형태를 직접처리해줄 수 있지 않을까. 물류산업에서의 컨버전스가 패키징을 포함하는 경지에 와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혁신은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던 것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창조적 혁신(Innovation as Invention)과 현재 존재하고 있는 것을 재결합하거나 융합한 재조합적 혁신(Innovation as Recombination, Recombinant Innovation)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2003년, 회사가 혁신하는 놀라운 진실이라는 부제가 붙은 “How Breakthroughs Happen”에서 Andrew Hargadon이 정의한 바에 따름)

기존에 없는 완전히 새로운 제품/서비스의 창출은 기획과 아이디어 자체가 힘든 과정이지만 더욱이 추진과정에서 비용이 많이 들고 성공 확률도 낮아 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대단히 크다. 반면에 재조합적 혁신은 이미 존재하던 것들을 혁신적으로 재조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다양한 산업/사업에서 이미 검증된 기술, 아이디어 등을 바탕으로 기능을 확장하거나 새로운 기능을 창안하는 일은 재조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니 창조적 혁신보다는 리스크가 적고 보다 효과적인 혁신 방안이며, 이것이 바로 컨버전스(Convergence)의 변화인 것이다.

산업 간 융합 사례는 흔하지 않지만 21세기에 이르러 산업 간에 경계를 허물고 고객 가치창조를 위한 어떠한 형태로도 진화하는 다양성도 보이고 있다. IT 산업과 소재, 바이오 등 3가지 산업을 중심축으로 산업 컨버전스가 이종 산업 간에 일어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인공지능의 발달을 응용한 IT산업과 스마트 전화에서 다른 통신네트워크를 연결하고 흡수하고 있거나, 의학에서는 바이오산업과 접목하고 있다. 기존 소재산업에 유기화합물이 대체되거나 합류하여 새로운 소재산업을 만들고 있다.

독자적인 영역은 개방의 문을 열고 융합하고 있다. ‘Recombinant Innovation’의 저자 Art Kleiner는 새로운 제품 아이디어도 다른 제품의 특성을 결합하여 창출된다고 강조한다. 창조적인 독립된 사고뿐 아니라 같이 공존하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문화적 절충과 공동관심사의 증폭이 ‘애플컴퓨터’에서 일어나듯 기존 제품의 혁신도 인접한 사물이나 자연의 형태에서 인용되는 내용으로 진화하여 새로운 제품의 내용을 이루게 된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미 있었던 오랜 아이디어에서 새로운 혁신의 근거를 발견하기도 한다. 우리가 새롭고 빠른 혁신을 원하면 독창적인 천재에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산업현장과 시장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을 공개적으로 들여다보고 직원들의 일상적인 자유스러운 발상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사내의 자유로운 토론은 혁신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보스턴대학의 Samina Karim교수는 사업 경영 측면에서 서로 다른 기업조직의 재결합은 회사의 기존체제와 능력을 붕괴시킬 수 있지만 그러나 기술적인 재결합은 다른 기능을 결합하여 얻어내는 새로운 기술과 기능을 더해진 제품을 만들고 기업체의 조직적 응집력을 발휘할 수 있어 효과적인 혁신의 방법이 된다고 주장한다.(Structural Recombination and Innovation : The Roles of Technological Capability and Coherence, 2012)

물류의 흐름이 공급사슬관리에 따라 움직이고 유통은 제품의 생산 이후에 각 고객의 형태에 따라 각기 다른 물류포장 작업을 거쳐서 흘러가게 되어있다. 생산자 측에는 상품포장은 공을 들이고 있지만 그 이후는 외주형태의 물류포장 작업이 있고 이어서 물류사의 아웃소싱 작업으로 운송이 연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적어도 (상품포장은 아니라도) 물류포장의 공정이 물류업체에게 주어져 같은 영역으로 속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공정흐름이며 공급사슬과정을 단축하게 되는 혁신이다. SCM과정을 줄이거나 통합하면 그만큼 시간과 원가가 줄어든다. 모든 산업계에서 관심을 갖고 추진하는 원가절감, 효율증진, 고객만족의 목표가 물류에 이르러 생산과 유통과정 사이에 존재하는 패키징 과정을 물류에 통합하면 확실한 목표 달성에 근접할 수 있는 혁신적 방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패키징 과정에서 우리는 공간과 시간 양면에서의 절감을 추구할 수 있는데 포장 크기와 중량을 줄여서 받는 운임의 절감, 고객별로 다양한 요구의 패키징, 포장재료의 절감, 포장 내 충진재의 절감, 관련 인건비 절감이 집중관리를 통해서 얻어질 수 있으며 물류전문가가 보는 관리적 관점이 주어진 ‘절약된 시간’은 재고 줄이기에 일조하게 되고, 전체적인 재고비용을 감소시키어 원가절감에 기여하게 한다.

원가절감 : 과잉포장과 낭비요소 제거해야

물류 관련사들이 물류업무를 하면서 포장이나 패키징 업무를 보며 느끼는 ‘개선될 분야’에 대한 최근 보고서가 있다. 미국 패키징/선적 보고서 Peerless Research Group에서 2012년 물류관련사들을 대상으로 수집한 조사에 의하면 (Modern Logistics의 2012년 6월 보고서 Packaging + Shipping Efficiencies = Cost Savings 참조), 물류 MH(Material Handling)관련사들, 물류업체들의 핵심적인 관심사는 다음과 같다.

1위 고객요구 대처 86%
2위 선적/물류 비용감소 79%
3위 환경과 지속성 준비 66%
4위 패키징과 선적과정에서 낭비 감소 43%

이 보고서는 물류비용 감소에도 관심이 크지만 패키징과 선적과정에 불필요한 낭비가 있다는 견해를 반영하고 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원가부분에서 각 세목에 대한 관심도는 표1과 같다

패키징 상자의 구입에 관한 질문에서 총 설문답변자의 92%는 이미 재단되어진 골판상자를 다양하게 사용한다고 답했다. 그 중에서 대부분의 물류 관계자들이 보는 관점은 패키징 등에서 빈 공간(낭비되거나 불필요한)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즉 선적하거나 운송 시에 물류상자 공간의 약 20%는 사용하지 못했다라고 답했다. 그렇다면 포장상자의 크기는 약 20% 과잉 크기로 제조되었다는 의견이다. 5% 내로 미사용 공간을 줄였다라고 만족하게 답한 층은 6% 정도였고, 약 10% 가량 포장의 공간을 사용하지 않았다라고 답한 층이 제일 많은 22%였다. 그보다 더 많은 10~24%를 미사용한 층이 40%를 차지하였다. 최악의 상태인 25% 이상 사용하지 않았다고 답한 층도 32%에 달했다. 물류에서 상자의 공간이 평균적으로 20% 이상이나 사용되지 않은 채 운송되거나 보관되고 있다는 사실은 앞으로도 가장 큰 원가절감 분야가 상자크기 분야이며 대부분 과잉 포장으로 제작된 패키징을 사용한다는 조사결과이기도 하다.

이미 지난 호에서 과잉포장에 대한 문제점을 열거한 바 있다. 크기와 중량은 제조원가와 운송원가, 보관원가 뿐 아니라 모든 취급 인건비 공임을 많이 발생시킨다. 따라서 가능한 작고 가볍게 만들어야 원가를 절감한다. 일상적인 현재 업무에서 그 내용을 찾아보면 과잉포장의 경우를 쉽게 발견한다. 고객들에게 상품가치를 높게 평가받으려는 마케팅의 제안에 따라 크기를 늘리는 것이 문제가 되어 과잉포장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는 환경보호 측면에서도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부분이다.

크기가 과잉이 되는 또 다른 주요한 이유는 물류 과정에서 내용품을 보호하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이다. 다 채우지 않고 충진재 등을 사용할 충분한 공간을 두어야 한다는 그 내용이 비과학적이고 습관적인 양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공간으로 보호한다는 비과학적 실례는 극복되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더 문제가 되는 점은 빈공간이 운임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잘 알고 있다 36%
-대충 알고 있다 37%
-잘 모르겠다 27%

따라서 조금의 관심만 가진다면 이 부분을 손쉽게 개선할 수 있고, 추가적인 공정과 비용을 들이지 않고도 빈 공간을 줄일 수 있는 사례는 물류 전반에 널려있다고 볼 수 있다. 보고서는 포장크기와 원가와의 관계를 물류관련자들이 얼마나 알고 있나 조사해보았다. 약 64%가 확실히 모르는 상태로 진행되고 있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본 조사서에서는 물류관련업체가 포장공급업체를 선별하는 기준에 대하여 그 중요도를 조사하였는데 그 내용은 표2와 같다.

제일 큰 관점부터 살펴보면, 공급가격, 품질, 적시 공급능력, 운영비용, 자사생산과 일치성, 다양한 크기 공급능력, 기계의 수준, 업계 명성, 공장 시스템 전환시간, 포장박스 인쇄 적정성, 친지 소개 등의 순이었다.

패키징 및 선적 운영에 관한 개선해야할 분야는 다음 표와 같이 나타났다.

개선해야할 부분에 패키징 낭비제거가 주요한 항목으로 나와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보고서가 지향하는 관리적 권고는 주문에 의한 패키징 시스템의 도입(On Demand Packaging Process)을 권장하고 있다. 물류포장관리에서 기존에 있는 포장 크기를 선택할 것이 아니라 포장공급업체에게 고객 제품에 맞는 크기를 구체적으로 주문하는 일이다. “관련한 다양한 크기와 기술적 특성, 작업환경에 부합하는 고객의 요구와 이를 해결하는 공급시스템의 상호 협의와 이해가 있으면 경제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보고서는 부언하고 있다.

주문방식에 의한 포장상자 공급시스템을 사용하면 재고 줄이기, 골판지 비용감소, 충진재 감소, 낭비 감소, 재공품 감소, 물류선적비용 감소, 파손방지 등의 효과가 있어서 고객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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