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는 없지만 악덕 화주리스트 공유 필요성 제기

최근 KBS 내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고 발언한 방송인 김미화씨. 이 때문에 그는 KBS로부터 고소를 당한 상태다. 
물류업계에는 블랙리스트가 존재할까. 확인해 본 결과 물류업체들은 별도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지는 않고 있지만 악덕 미수채권 기업 등을 구분해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업체들 사이에서 악덕 화주사에 대한 블랙리스트의 필요성을 제기해 눈길을 끌고 있다. 자사의 이익을 취하기 위해 물류업체를 수시로 바꿔가는 악덕 화주기업들의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업체들끼리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인 것이다.
물류업체들의 이러한 주장은 과거에 비해 물류업체들에 대한 압박이 심해진 화주기업들이 증가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물류업체를 하나의 비용절감 도구로만 판단해 접근하고 물류업체들을 농락하려는 화주기업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며 “마음 같아선 이런 업체들의 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함으로서 이들의 물류서비스를 수행하지 못하게 하고 싶다”고 말한다.

소문난 잔칫집에 대표 들러리가 물류업체?

최근 소문난 잔칫집에 먹을 것은 없었다는 말이 물류업계에 나돌고 있다. 이는 물류시장에 나온 대형 입찰 건을 놓고 비유적으로 표현하는 말이다. 대형 화주들의 입찰 공고가 발생해도 규모에 비해 단가가 너무 낮게 책정돼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 전반적인 의견이다. 특히 이러한 업체들의 대다수는 신규로 시장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다른 물류업체들과 수차례 거래를 진행한 바 있는 업체들로 시장 내 서비스 단가를 낮추는 주요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두 달여 전 물류업체 입찰을 진행한 바 있는 M사를 지적하는 이들이 많다. M사는 수년 전부터 매년 물류업체를 바꿔온 기업으로 손꼽힌다. 처음에는 N사와 그 다음해엔 C사, 그 다음해엔 D사에서 올해는 O사까지 물류업체를 바꿔왔다. 그러면서 물류단가는 지속적으로 하락시켜왔다.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특히 올해 O사로 옮겨가면서도 6% 이상의 물류비를 인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M사의 물류를 담당한 바 있던 某물류업체 관계자는 “M사의 물류를 수행하지 않는 것 자체가 돈 버는 일이다”며 “솔직히 이런 업체들은 리스트를 만들어 더 이상 피해보는 물류업체가 없도록 만들고 싶은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화주 1년 단위 계약에 속 앓는 물류업계

최근 단기계약을 요구하는 화주들의 증가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물류업체들이 증가하고 있다.  
화주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물류설비, 시설, IT정보화 등에 대해 선뜻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화주는 1년 계약이 끝나는 시점에 공개입찰을 통해 저 단가를 제시한 업체에게 물류대행을 맞기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현재 화주에게 들어간 투자비만큼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최소 3년이란 시간이 걸림에도 불구하고 최근 화주들은 1년 단위의 계약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내년 계약만료 시점에 가면 화주는 또 다시 공개입찰을 통해 업체를 선정하려 할 것이고 여기서 선정되지 않을 시에는 결국 손해를 보고 물러나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물류업체 관계자는 “화주들의 물류에 대한 지식과 서비스 눈높이가 상당히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물류업체를 파트너가 아닌 하청업체로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며 “장기적인 신뢰관계가 형성되어야만 물류업체에서도 적극적인 시설 투자 등을 통해 화주의 물류 효율화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을 화주가 알아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물량확보에 급급한데 블랙리스트 만들면 뭐하나

한편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해야 한다는 일부 업계의 주장에 일침을 가하는 이들도 상당수다. 물량확보에 급급해 스스로 저단가 영업을 통해 피폐한 시장으로 만들어온 장본인들에게 악덕 화주기업 블랙리스트 공유가 무슨 소용이냐는 것이다.
모든 근원은 비용을 절감하려는 화주기업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요구하는 수준이 범위를 넘어섰음에도 불구하고 수용하고 실행하는 물류업체들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말로는 이런 화주기업을 욕하면서도 입찰 정보만 있으면 참여해 상대방보다 비용을 더 낮게 제시하려고 눈치만 보는 물류업체들의 영업형태를 꼬집은 것이다.
한 물류업체 관계자는 “근본적인 것이 해결되지 않는데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면 뭣하냐”며 “아마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공유하면 그 업체들을 별도로 찾아가 수주하려는 행태를 취하는 업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