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승 인하대학교 물류전문대학원 교수

물류에 대한 세간의 관심은 그다지 일정하지 않은 것 같다. 인터넷 등에서 물류라는 키워드를 입력하고 최근 몇 달, 몇 년 간의 언론보도를 훑어보더라도 특정 물류기업의 동정, 특정지역의 물류시설 건설계획 등과 같이 아주 일상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유일하게 집중적으로 보도된 사례는 화물연대의 파업뿐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동북아 물류허브수립이라는 국가적 전략에 맞춰 여러 언론에서 기획기사로, 특집시리즈로 물류산업의 발전을 다뤘던 것을 기억한다면 격세지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도 최근 몇 달 간의 기사를 다시 한 번 꼼꼼히 살펴보면 미세하지만 과거와는 조금 다른 변화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 국내 물류기업의 해외진출 성공사례, 또는 해외진출계획 등을 다루는 기사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는 것이다. 국내 유수의 물류기업들이 대부분 2010년 들어 글로벌 물류시장의 진출을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공격적인 해외투자를 시행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물류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나아가 물류산업이 국가성장동력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내 물류기업의 해외진출이 필수적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반갑기 그지없는 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학교에서 강의를 하면서 물류기업의 해외진출은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는 세계사적 흐름에서 중국, 조선, 일본 등에 먼저 등장한 선교사 또는 마르코 폴로와 같은 의미를 지니는 것이라는 예를 들곤 한다. 서양의 입장에서는 아무 것도 알 수 없는 암흑 같은 동북아시아의 상황에 대해서 포교를 위해 먼저 진출한 선교사들의 입과 귀를 통해 전해지는 소문들이나 동방견문록 같은 책자들은 아주 중요한 정보로 작용했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처럼 우리가 알지 못하는 해외 시장에 가장 먼저 진출하여 그 시장의 정보를 전달해줄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현지 수송네트워크를 통해 구석구석을 다닐 수 있는 물류기업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예를 들 때마다 일부 기업인으로부터 제기되는 반론은 바로 그렇게 중요한 기능을 하는 물류기업을 우리 제조업체들이나 서비스업체들은 제대로 대우해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바로 이웃의 일본에서는 글로벌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하는 제조 기업들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물류기업과 동반진출을 하면서 시장에 대한 정보 수집과 실질적인 시장개척에 발을 맞추고 있는데 우리 기업들은 그러한 배려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한 그러한 공동노력을 지원하기 위한 정부 정책도 없다는 것이다.
사물의 한 단면만을 바라본다면 올바른 지적이라고 생각한다. 글로벌 기업을 지향하는 국내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이 해외진출을 하면서 그러한 전략의 향도격인 물류기업을 배제한다면 이는 일의 앞뒤가 전도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기업의 문화와 비즈니스 정서를 이해하고 순수하게 우리 기업의 발전을 위해서 공동의 노력을 할 수 있는 파트너를 정하여 공동으로 노력하는 것이 우선 먹기에는 단 현지의 물류기업이나 일부 글로벌 물류기업에 의존하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는 보다 더 안정적이고 부가가치가 클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반대편에서 생각해본다면 왜 국내 제조업체들이 국내 물류기업을 우선 고려대상으로 생각하지 않는지에 대한 원인분석도 있어야 한다. 과연 우리 물류기업들은 동반진출을 위한 향도로서 해외시장에 대한 정보 수집을 파트너 제조기업보다 먼저 수행한 적은 있는지, 그것을 바탕으로 진출이 가능하고 필요한 시장을 대상으로 한 새로운 비즈니스의 가능성을 먼저 제안한 적은 있는지를 반성해보아야 한다.
낮은 요율과 좁은 규모로 인해 국내시장에서 생존경쟁도 힘든데 어떻게 해외시장에 눈을 돌릴 틈이 있겠느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도 과연 일부를 제외한 우리 물류기업들이 혹시 층층으로 나뉘어 있는 시장구조 속에서 아랫 돌 빼서 윗돌 쌓는 식의 사업방식을 통해 현실에 안주하고만 있지는 않았는지 반문하고 싶다.   
어떠한 논란에서든 우선 검토되어야 할 것은 상대 혹은 파트너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내부의 문제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제조업보다 먼저 해외시장의 정보를 수집하려는 노력하고 좁고 열악한 국내 시장에 안주하기보다는 넓고 가능성이 많은 해외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사고라는 자기반성이 필요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물류전문인력의 양성을 담당하고 있다고 자임하는 필자와 같은 학계의 반성도 있어야 할 것이다. 과연 우리는 마르코 폴로나 선교사등과 같은 물류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에 필요한 인력을 제대로 양성하고 있었는가? 개인적으로는 전혀 긍정적인 답변을 할 수 없고 심한 부끄러움을 느낀다. 기업이 원하기 전에 그에 필요한 인력을 육성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일진데 우리는 그러한 우리의 의무를 다하지 못해 왔다. 이제 겨우 체계화되기 시작한 물류교육시스템을 구축하느라 시간이 없었다는 것도 변명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제 그 싹을 틔우고 있다는 점만은 말씀 드리고 싶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학교에는 중앙아시아에 6개월을 지내면서 현지인들과 생활하느라 보드카 때문에 속병이 난 학생도 있고 미국 오지의 슈퍼마켓에서 그리고 의류소매점에서 물류의 최말단의 상황을 온몸으로 체험하고 귀국한 학생들도 있다. 우리는 이러한 학생들이 더 많이 더욱 다양한 경험을 하기를 기대하고 지원하고자 한다. 그리고 이들이 우리 물류기업의 해외시장 개척에 선두에 나설 날이 멀지 않았음을 믿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과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도 필수적이다. 물류산업의 발전을 위한 공동의 노력은 바로 그러한 것이 아닐까?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