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통운 거리의 사진사 서원배씨

“짱이에요!! 득템 했어요!! 대박이에요!!”
지난 2일 덕수궁 돌담길을 지나던 예원 학교 학생들의 외침이 힘차고 행복하다. 다름 아닌 대한통운 본사 경영지원팀의 서원배 씨에게 ‘기쁨의 선물’을 받았기 때문이다.
선물을 받은 아이들은 밝은 미소를 머금으며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마음의 선물을 받게 되어 너무 행복해요”, “천사 같아요”, “다음에 또 찍어주세요”라고 감사의 답례를 해준다.
서원배 씨는 휴일이면 디지털 카메라와 휴대용 인화기를 들고 연인, 아이들, 노인 분들의 모습을 촬영해주고 즉석에서 사진을 인화해 선물해 주고 있다.
그는 덕수궁, 서울 대학로, 하늘공원, 남산타워뿐 아니라 여름에는 바닷가, 봄·가을에는 산으로 나가 사람들의 즐거워하는 모습, 가족들의 화목한 모습을 사진에 담아 선물하고 있다.

“가장 아름다운 건 사람입니다”
서원배 씨는 사진을 찍어주고 사람들 답례로 주는 자판기 커피, 음료, 사탕이 너무 감사하다고 말한다. 그는 심지어 자신이 마시려 준비해온 커피믹스와 종이컵까지 주시는 할아버지 등 소소하지만 정성들인 이들의 마음이 얼마나 예쁘냐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미소를 짓던 서원배 씨는 이내 자신이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아이들의 사진들과 편지답장들을 보여주며 87년에 12살이었던 꼬마 여자 아이가 지금은 34살이 되었다며 기뻐했다.
답장 온 편지 글들을 보여주며 “한번은 한 가정의 가족사진을 찍어주고 보내준 적이 있었는데 그 가족의 어머님이 이렇게 사진 한 장으로 기쁨을 느낄 수 있는지 몰랐다고 답장해주었다”며 진심 어리게 고마워 해주는 마음이 정말 아름답게 느껴진다고 찬양했다.
자신이 ‘키다리 아저씨,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동화 속에 살고 있다고 말하는 그는 편지 속에서 순수한 ‘꼬마 우체부 아저씨’로 불리고 있었다. 아기자기하게 서툰 글씨로 자신들의 마음을 전달하고 있는 아이들의 순진한 글귀는 글을 쓰는 기자에게도 소박한 웃음을 선사했다.
그는 10대 때 자신의 모습이 싫어져 어릴 적 모든 사진을 없앴다. 그 결과 어린 시절을 추억할 것이 없는 게 슬펐다며 이에 다른 사람들에게 행복했던 순간을 사진으로 선물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처음으로 사람들 모습을 담기 시작한 1987년부터 자신의 20대 청년기를 거리에서 만난 아이들, 이들의 가족과 함께 보냈다고 이야기 한다. 이렇듯 사진을 통해 만난 사람들이 2만 명은 될 것이라 말한다.
45살의 그가 20여년간 끊임없이 카메라를 통해 선물을 줄 수 있었던 원동력은 사람들에게 사진을 선물하고 그들의 웃음과 기쁨을 통해 자신의 마음의 밭을 가꾸어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내 마음의 치료제는 그들의 밝은 웃음”
서원배 씨는 길거리 촬영을 하면서 유괴범이나 나쁜 사람으로 오해를 받을 때도 있다고 한다. 인터뷰를 나간 그날도 한 중학생이 의심하면서 자신은 찍지 않겠다며 친구들도 데려가기 바빴다. 또한 돈을 받고 하는 줄 아는 사람들은 이야기를 꺼내기도 전에 “됐어요. 안 찍어요”하면서 무료라는 말을 들어보지도 않고 지나가곤 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러한 태도에 상처 받고 포기 할 테지만 서 씨는 달랐다. 그는 “오해를 받게 되면 저 자신도 상처를 받긴 하죠. 하지만 이제까지 희생이란 맑고 순수하게 행복을 선사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사진을 찍어주고 진심어린 마음으로 돌아오는 기쁨이 저의 마음을 치료해주고 있어요”라며 “내 마음을 빚고 가꾸는 길은 남에게 베푸는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내 카메라 속 가장 멋진 모델”
서원배 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모델이 명동 한복판에서 고릴라 포즈로 촬영을 한 여고생 2명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의 인연은 서울 스케이트장에서 여고생들이 전화번호를 받아가서 앨범을 찍어달라고 요청한데서 시작되었다. 전화번호를 받은 여고생 2명이 일주일 후 연락해와 앨범을 찍어 달라 해서 하루 종일 명동 등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소녀시대의 GEE, 원더걸스의 노바디’ 등 코믹하고 재미난 포즈로 즐겁게 촬영했었다고 회고했다.

“가장 아끼는 옷은 지금 입은 점퍼”
서원배 씨가 가장 아끼는 옷은 촬영하면서 입고 있는 점퍼이다. 인화지와 잉크에 들어가는 비용은 한 달에 대략 40~50만 원 정도. “그 사람들의 행복한 미소를 보기 위해서 옷 한 벌을 제대로 살 수 없어요. 외모를 가꿀 돈으로 인화지를 사고 있다”며 “앞으로는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들도 구매해서 선물로 같이 주고 싶다”며 나눔의 기쁨을 이야기 했다. 이 밖에도 그는 2개월마다 ‘헌혈의 집’을 찾아가 헌혈을 하고 있고 매주 토요일이면 ‘아름다운 가게’에서 자원봉사도 하는 등 나눔의 기쁨을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이렇듯 돈을 써가면서 사진선물을 주는 것인지 물으면 서원배씨는 어김없이 “제가 당신 마음의 방에 기쁨을 한 조각 사진 속에 담아 드리는 겁니다”라고 말한다.
카메라가 사물을 기록하기 위해서 빛의 반사를 받아 들이 듯 사람들의 웃음이 자신에게 반사되어 자신 또한 한없이 기쁠 수 있어서 이 일을 그만 둘 없다는 서원배씨는 “제가 드린 이 기쁨의 씨앗 하나가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이 기쁨이 또 다른 사람에게 전해져 마치 바이러스처럼 행복이 사람과 사람들 사이에 돌고 돌아 세상 모든 사람이 행복하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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