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태조사 결과 “낙후”… 농림부 ‘콜드체인시스템 구축’ 추진

국내 농산물의 저온유통 시스템이 낙후돼 보다 효율적인 농산물 물류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상품의 변질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1일 서초구 양재동 소재 aT센터에서 개최된 농식품저온물류연구소 창립 기념 세미나에서 박철수 농림부 유통정책과장은 ‘한국의 저온유통정책방향’이란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지적하고 정부가 추진검토중인 ‘원예농산물 저온유통체계(Cold Chain System) 구축방안(안)’을 소개했다.

이날 소개된 방안에 따르면 지난 1월 29일부터 3월 9일까지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산지유통조직,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등 공영도매시장, 대형유통업체 등을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 산지유통조직의 경우 전체 취급물량의 6.7%만이 예냉처리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지유통조직 저온유통 비체계적

산지유통조직의 경우 조사대상의 절반 이상이 예냉설비(50.0%)와 예냉실(56.8%)을 갖추고 있었으며 저온저장고는 모든 조직이 보유하고 있었다. 그러나 시설이 노후화되고 지역과 품목을 고려하지 않은 부적격 기계를 보유하고 있는 실정. 조사대상이 예냉시설 보유조직 위주로 선정되어 전체 예냉물량 비율은 조사결과인 6.7%보다 더 낮을 것이라는 게 농림부측의 분석이다.

산지유통조직들은 조직당 평균 2.1대의 자체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냉장탑차도 평균 1대씩 보유하고 있다. 반면 용역차량 운송비율은 73.6%, 용역차량 중 냉장탑차의 비율은 32.1%였다.

농림부는 3자물류를 이용할 경우 유지비용이 절감되고 한시적으로 활용하는 품목에 있어서는 자체 보유차량 운영보다 3자물류 이용이 효율적이라면서 국내 산지유통조직의 경우 냉장유통품의 상품성 유지를 위한 저온유통이 체계화, 일관화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날 소개된 방안(안)이 예시하고 있는 산지 저온유통 과정(△산지수확 후 저온저장 → 상온선별(상온노출) → 저온유통(냉장차 운송) → 상온판매)은 일관되지 않은 저온물류가 상품의 질을 어떻게 떨어뜨리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저온저장으로 품온이 낮아진 상태에서 선별을 위해 상온에 노출된 농산물은 호흡과 동시에 품질이 떨어진다. 호흡이 시작되어 품위가 저하되는 과정의 농산물을 또 다시 저온으로 유통(냉장차 운송)하면 품온이 다시 변해 오히려 상품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게다가 대다수 소비지 시장의 농산물 판매방법인 매대판매는 상품의 상온노출로 한번 더 농산품의 품위를 저하시키는 구조다.

‘가격’ 저온유통 비용 보전 못해

조사결과 산지유통조직들의 예냉·저온저장품 수집시 냉장탑차 활용비율은 27.8%. 그나마 자체 보유차량일 경우 냉장상태로 유지 운송되지만 용차를 활용할 경우 유류비 문제로 냉장상태 유지가 기피된다. 또 냉장탑차 운송시에도 극소량 운송이나 품목의 적정온도가 실외온도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을 경우 냉장기능을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온유통과 저온유통의 수익성에 차이가 없다는 것도 산지 농산물의 일관 저온유통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저온유통과 상온유통의 수익성은 ‘비슷하다’는 것이 대부분의 의견이었다. 저온유통은 수익성, 다시 말해 상품의 부가가치 창출과 별개의 것이며 해당품목의 수급조절이나 유통기한 연장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는 실정이다. 저온유통품의 적정가격에 대해 산지담당자들은 “일반유통품보다 평균 16%는 더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그렇다고 무조건 저온 저장·수송만이 능사가 아니다. 도매시장 출하시 과실류의 저온 저장·수송은 수익성을 떨어뜨린다는 것. 저온저장을 거쳐 도매시장에 출하할 경우 온도격차가 더 크게 나타나 상품의 품질이 떨어진다. 따라서 경매사들 사이에서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 조사 결과다. 일관 저온유통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물론 대부분 산지유통조직들은 저온유통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조사결과 저온유통 신규참여와 확대의향을 가진 조직은 조사대상 조직의 87.5%에 달했다. 대부분 저온유통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저온유통 도입, 확대로 사업확장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특히 공동마케팅조직이나 조문조직+APC(거점산지유통센터) 등 규모화된 조직이 다른 조직에 비해 저온유통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높고 저온유통을 도입, 확대하려는 의향이 많았다.

공영도매시장 등 출하처 상황도 마찬가지

주요 출하처인 공영도매시장의 저온유통 실태도 산지유통조직과 비교해 크게 나을 것이 없다. 조사대상 도매시장의 저온유통비율은 약 15% 수준. 예냉처리보다는 단순 저온유통으로 당일 반입 당일 판매가 일반화되어 있다. 신선농산물의 저온유통품은 거의 없는 실정. 산지에서 냉장탑차로 운송하더라도 시장반입 후 대부분 상온에 노출되는데다 수차례의 상하차로 온도유지가 어려운 실정이다. 저온창고는 시설이 부족하거나 중도매인 점포에 개별적으로 설채하여 잔품이나 다품목을 보관하고 있는 수준.

화훼류 유통실태도 좋은 편은 아니다. 골판지상자나 벌크로 건식 출하하여 소비지까지 상온 운송하기 때문에 유통과정에서 손상과 선도저하가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유통에서는 습식상자 이용과 선도유지제 처리는 전무한 실정이며 수출의 경우 장미, 아이리스 등 일부 품목에 사용하고 있다. 게다가 화훼공판장 경매장에도 저온경매시설이 없어 품위유지에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농림부는 화훼산업 후발국인 중국의 경우 습식유통 시스템을 도입, 관상 가치를 높이고 있다면서 현행 화훼유통시스템이 지속될 경우 품질경쟁력 저하로 (중국으로부터의) 화훼 수입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절화류 유통은 건식형태의 골판지상자가 대부분으로, 습식유통은 전무한 상태다. 그러나 습식유통 도입에는 장애가 많다. 생산농가와 유통업자들의 인식이 부족한데다 습식유통 시 물류비용이 크게 늘어난다. 또한 상하차 시 하역 및 배송체계가 복잡해 운송업자들이 취급을 기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원예농산물 저온유통체계 구축 추진

   
농림부는 이번 산지유통조직 저온유통 실태조사 결과 도매시장이나 대형유통업체 등 출하처의 하역이나 경매과정 등 일련의 과정이 저온유통체계로 전환되지 않아 상품의 변질 가능성이 상존하는 데다 조온유통에 대한 전문지식의 결여로 농산물의 상품가치가 감소하고 있음이 확인됐다면서 이의 개선을 위해 ‘원예농산물 저온유통체계(Cold Chain System) 구축방안’ 마련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농림부는 먼저 산지조직의 규모화 정도 등 저온유통 기반과 품목별 예냉효과를 감안, 저온유통 목표를 설정했다. 농림부가 말하는 규모화된 조직은 산지유통전문조직, 공동마케팅 조직, 산지유통센터(APC) 등으로, 저온유통 목표관리 대상 품목은 규모화된 조직의 취급물량 중 예냉처리가 요구되는 근채류를 제외한 채소류와 버섯류.

   
현재 농림부는 지난 2006년 7월 발표한 ‘원예농산물 우수브랜드 육성대책’에서 규모화·전문화된 조직육성을 통해 2013년까지 원예농산물 취급점 비율을 50%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임을 밝히고 이를 추진중이다. 농림부는 2013년까지 규모화된 조직을 통해 출하되는 채소·버섯류 중 예냉처리 물량 비중을 20%까지, 오는 2016년에는 2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는 2006년 일본의 채소류 예냉 물량 비율 수준으로, 오는 2016년까지 현재의 일본 수준에 도달한다는 것이 농림부의 목표.

   

화훼류는 습식유통 확대 보급으로 가정용과 사무실용 소비기반을 확충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오는 2013년까지 양재동 화훼공판장을 시범모델로 운영하고 이듬해부터는 이를 전국 공판장으로 확산시킨다는 전략이다.

습식상자 보급에 pool 시스템 도입

농림부는 저온유통 목표와 함께 저온유통 모델 안(案)도 마련했다. 산지에서는 예냉처리를 기본으로 하되, 품목별 저온유통 기술적 특성과 현장실태를 반영한 시스템을 선택적으로 도입키로 했다. 수확 후 예냉처리장까지는 상온 또는 저온으로 수집하고 단거리는 보냉차량, 장거리는 냉장차량을 다동하는 등 탄력적인 수송시스템을 운영한다는 그림이다.

   
소비지에는 유통사업장 특성에 맞는 저온유통 시스템을 도입한다. 종합유통센터, 민간대형유통업체는 저온매장(판매대)을 통해 저온판매 물량을 확대토록 하고 도매시장은 저온경매장 및 저온저장시설을 통해 저온분산(판매) 물량을 확대토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겠다는 것. 한편 화훼류의 경우 생산자조직-공판장-중도매인을 잇는 유통과정에서 습식상자와 저온시설 활용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화훼류 저온유통에 습식상자 렌탈 시스템(pool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점이다. [도표 2]

농림부는 이를 위해 산지조직과 운송, 소비지의 저온유통기반을 확충해 나갈 방침이다. 저온수송 기반 확충을 위해 저온유통에 참여하는 조직 뿐 아니라 규모화된 조직과 APC에서 신선도 관리가 필요한 품목 운송차량은 전량 저온(보냉) 탑차화하고, 친환경 급식 농산물을 최종 수요처까지 배송하는 데 필요한 소형 냉장고형 수송장비(CRB : Cold Roll Box)를 보급하되 고가 장비인 점을 감안, 공동이용 시스템에 의한 임차사용 방안을 강구해 2009년부터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것.

이와 함께 농림부는 농산물 운송참여 용역업체에 차량운송비 부가가치세 영세율을 적용하되, 생산자조직은 부가세 감면을 조건으로 용역업체와 계약시 냉장탑차 사용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냉장탑차를 활용하여 운송되는 저온유통 농산물에 대한 추가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파렛트, 플라스틱 상자 등 해당조직의 물류기기 임차료(60%) 지원 물량 확대도 검토되고 있다.

내년부터 정부지원 시범사업 추진

농림부는 사업의 가능성 타진을 위해 저온유통 도입 초기단계인 내년, 산지에서 예냉과 저온유통 적용효과가 큰 최소한의 품목과 유통사업장 위주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운송장비의 경우 규모화된 조직 뿐 아니라 일반조직에 대해서도 2.5톤 미만 소형 근거리 수집용 차량과 2.5톤 이상 중대형 중장거리 수송용 차량을 보급하여 탑차화된 수송기반을 구축하고 소형 냉장고형 수송장비(CRB) 및 화훼용 습식상자는 공동이용 시스템으로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CRB는 친환경 농산물을 학교급식에 납품하는 저온유통 참여 조직에 우선 보급키로 하고 이를 위한 준비를 거쳐 2009년부터 보급한다는 계획. 또 습식상자는 장미를 생산하는 저온유통 참여 조직에 보급한다.

기술과 제도직 지원체계도 갖춘다. 농림부는 저온유통 전문지식 공유사이트 개발(가칭 CCS클리닉)을 통한 기술 보급 방안을 구상해 놓고 있다.

저온유통 관련 세부 지원사업은 “저온유통체계 구축사업(가칭)”으로 통합하여 신규 사업화한다. 통합대상 사업은 예냉설비·저온저장고·저온선별장 보급, (냉장)탑차 보급, 저온경매장 설치, 저온판매대 설치, 기술보급, 화훼 습식유통으로, 농수산물유통공사가 주관하여 참여업체에 농안기금을 재원으로 하여 국고에서 50~70%를 지원한다는 것. 공동이용 시스템 구축이 가능한 사업은 기존 “물류기기 공동이용사업”에 포함하여 추진하되 일단 화훼류 습식유통상자 보급사업에 이를 적용한다는 구상이다.

한편 농림부는 농안기금의 보조지원 근거 마련을 위해 농안법 제57조(기금의 용도)에 의거 대통령령이 정하는 보조가 가능한 사업범위에 “저온유통의 촉진”을 추가할 방침이라면서 현재 개정 절차를 진행 중이며 오는 7월초 개정령을 공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조세특례제한법 제105조(부가가치세 영세율의 적용)에 농산물 운송참여 용역업체 차량운송비에 대한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을 위해 근거를 마련키로 했다.
<김성우 기자, soungwoo@klnews.co.kr>

 

농식품 콜드체인화, 급물살 탄다

농식품저온물류연구회 출범… 초대회장에 김동태 전 장관

콜드체인 구축 등 농산물 물류 선진화 발전방향을 제시하고 농산물 저온물류 분야의 새로운 사업을 발굴, 개척하게 될 모임이 결성됐다.

   
농식품저온물류연구회는 지난 1일 서초구 양재동 소재 aT센터에서 창립총회를 갖고 김동태 전 농림부 장관(건국대학교 석좌교수)을 초대회장, 서병륜 LogisALL 대표를 수석부회장으로 선출하는 등 인선과 정관심의, 사업계획 심의를 마치고 공식 출범했다.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의 농산물이 콜드체인(Coldchain)에 의해 유통되고 있다. 우리나라 경우도 수산물과 축산물은 콜드체인 시스템에 의해 대부분 유통되고 있으나 농산물의 경우 콜드체인 유통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신선도와 안전성 제고 측면에서 콜드체인 구축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기존 농산물유통 CEO포럼 소속 회원들은 2006년 10월 17일 사전모임을 통해 콜드체인 시스템 연구모임 결성을 발의하고 지난 3월 28일 발기인 총회를 거쳐 이날 농식품저온물류연구회를 정식 출범시킨 것.

농식품저온물류연구회는 앞으로 농산물유통 CEO 포럼 소속 회원을 중심으로 네트워크를 형성, 상호교류를 통해 인프라를 구축하고, 연구회를 통해 국내외 농산물의 저온저장과 산지에서 소비지까지의 물류시스템 연구를 통해 물류 선진화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한편 저온물류분야에 대한 새로운 사업을 발굴, 개척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편 연구회의 사무국장은 로지스올인터내셔널(주)(김덕열)에서 맡았다.
<김성우 기자, soungwoo@k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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