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급 인수합병 여전히 유효, 大選 변수도 한 몫

[시장분석]  유통시장 06/07 회고와 전망

2007년 전체 유통시장에 대한 전망이 그다지 밝지 않다. 단, 생필품 판매 위주의 대형마트와 최저가 판매 경쟁 유도를 강력한 무기로 내세우는 인터넷 오픈마켓 정도가 타 업태에 반해 무난한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진다. 지난해 유통업계의 최대 이슈였던 메이저급 인수합병은 비록 규모는 작아졌지만 여전히 유효할 것으로 전망된다.

2007년 하반기에는 ‘대선’이라는 엄청난 정치적 이슈가 포진해있기 때문에 이 무렵 즈음하여 재래시장 육성 및 대형마트 규제와 관련된 공방도 심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지난해 말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출간한 ‘SERI전망 2007(업계 재편과 변신이 가속되는 유통산업/김진혁)’을 토대로 2006/2007년 유통시장의 주요 이슈와 향후를 전망해본다.
<심은연 기자 eysim@klnews.co.kr>
                                   
2006년 유통시장, TV홈쇼핑만 제자리

유통산업의 성장세는 2003-2004년에는 매우 낮았으나 2005년부터 다소 회복되는 모습이었고 2006년에 그 회복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이 같은 성장을 유지할 수 있었던 주요 원인으로 2003-2004년 민간소비 약화의 주원인이었던 가계 버블의 조정이 완료되었고 주가와 부동산 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자산효과(wealth effect)등으로 소비심리가 살아난 점을 꼽을 수 있다.

업태별로 살펴보면 다수의 출점을 시도한 대형마트가 반짝였다. 백화점은 2005년에 부진을 면치 못했기 때문에 그에 따른 반상효과를 누렸다. 롯데와 신세계 등 대형 백화점의 리뉴얼 작업이 2005년 말에 완료되어 2006년도에 본격적인 효과를 누렸다.

인터넷 쇼핑의 경우 오픈마켓이 활성화되었고 계속된 인터넷 이용자 수의 증가로 쇼핑몰 사용자가 확대되는 추세였다. 단, TV홈쇼핑만이 정체일로에 서게 됐다. TV홈쇼핑의 주요 성장동력인 케이블TV 가입자가 이미 2003-2004년에 포화상태에 다다랐기 때문에 더 이상의 매출확대를 꾀하기 어려웠다.

롯데쇼핑의 상장, 무한경쟁 신호탄

2006년 유통산업 최대의 이슈는 인수합병이었는데 이를 촉발시킨 가장 큰 원인은 역시 유통업태의 거인 롯데쇼핑의 상장이라 할 수 있다.

상장을 통해 4조원에 가까운 실탄을 장전한 롯데쇼핑이 사실상 업계 전체의 인수합병전에 불을 붙이는 기폭제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격적인 투자를 천명한 롯데쇼핑과 이에 대응하는 신세계 등 대형 유통기업의 경쟁구도가 급격하게 형성되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7월말 이랜드 그룹이 대형마트 업계 4위인 한국까르푸를 1조 4,800억원에 인수했고 약 한달 후, 신세계가 월마트코리아의 지분 전체를 8,250억 원에 인수했다. 롯데쇼핑은 한국까르푸와 월마트코리아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후 TV홈쇼핑 업계 4위인 우리 홈쇼핑을 인수했다. 삼성물산의 경우 사업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유통 부문에서 거의 유일하게 운영해오던 점포인 분당 삼성플라자의 매각을 발표했다.

삼성경제연구원 김진혁 연구원은 “대형마트의 경우 현재 전국적으로 340개 가량의 점포가 출점되어 신규출점 부지를 찾는 것이 쉽지 않고 각 지자체의 규제 때문에 신규 출점자체도 상당히 까다로워졌다. 신규 출점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가장 손쉽게 업태 내 영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 중소업체를 인수합병하는 것이 필연적이다. 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간 유통산업이 대형마트, 백화점, TV홈쇼핑, 편의점 등 기업형 유통업태 위주로 재편되면서 산업의 주도권이 소수의 유통대기업으로 이전되는 추세인 점도 인수합병 가속화의 주요 원인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2007 소비여력, 소비심리 하향세

2007년 유통산업의 전체적인 성장률은 2006년에 비해 소폭 감소한 4%대 초반 정도일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까지 출점여력이 있는 대형마트와 사용자층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무점포판매 업태의 성장률이 비교적 높을 것으로 보인다. 백화점의 경우 2007년 초에 개점이 예정된 신세계 죽전점 등 일부 신규 출점 이슈가 있으나 점차 고급화하는 대형마트와의 경쟁심화, 소비심리 부진 우려 등으로 전망이 밝은 편은 아니다. 다만 명품 관련 시장은 경기와 무관하게 성장을 지속할 가능성이 크다. 재래시장과 TV홈쇼핑 역시 저기압의 영향권으로 들어갔다.

전체 시장의 성장세가 크지 않은 이유는 민간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변수들의 흐름이 낙관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선 고유가가 지속되면서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악화되어 제조업 임금 상승률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곧 가계 구매력의 저하로 이어질 것이므로 유통산업에는 악재로 작용한다.

또한 세계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가운데 북핵사태로 안보리스크가 심화되고 있고 대선정국 등 정치 불안요인도 있어 소비심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김진혁 연구원은 “우리 경제의 70%가 수출의 영향을 받는다. 수출이 꺽이면 제조업체의 매출과 수익성이 떨어지고 곧이어 제조업 종사자의 임금상승 억제되며 결국 영향으로 고리가 소득이 늘어나지 않아 소비를 위축시킨다”고 말했다. 또한 “금리가 상승추세다. 가계 입장에서 금리상승은 소비위축의 계기며 올해 내수경기 억제하는 원인될 것”이라며 “실제 소비심리 지표를 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점점 떨어지는 것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원은 “그래도 대형마트는 그다지 힘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출점 이슈가 40개 정도 있고 생필품 구매 위주로 경기 영향을 적게 받는 업태이다 보니 소비력이 줄어도 소비여력의 약화영향이 최소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상의 관계자 역시 “부동산 가격 급등에 기인한 소비심리 위축과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백화점이나 수퍼마켓 등 소매유통업체들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얼어붙은 소비심리로 기업경영에 애로사항이 많다. 설 대목이 포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회복을 기대하는 업체가 많지 않은 만큼 소비시장의 침체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며 2007년 시장의 어려움을 뒷받침했다.

<표1> 국내 유통업체가 전망한 1/4분기 경영애로 요인
*출처 대한상의

홈플러스 VS 롯데마트 2등 싸움 주목

2006년 유통업계의 최대 이슈였던 기업간 인수합병은 2007년에도 지속되면서 유통산업의 업태별 판도 변화가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초대형 인수합병은 일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매력적인 매물들은 이미 새주인을 찾앗기 때문이다. 다만 대형마트, 무점포판매 등의 업태에서 중소규모 기업을 대상으로한 인수합병전은 여전히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테스코 홈플러스와 롯데마트의 2등 싸움을 지켜볼만 하다.

한편으로 하반기에 실시되는 대통령 선거의 영향으로 재래시장 활성화 관련 이슈도 꾸준히 제기될 가능성이 크고 지난해 제기됐던 대형마트의 규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많아졌다.

유통업체의 해외 진출역시 여전히 가속화 될 전망이다. 한국 유통시장이 개방된 지 11년. 그간 글로벌 유통업체와의 경쟁과정에서 우리 유통업체들의 체질이 강화됐고 또한 국내시장은 이미 포화일로에 있다. 따라서 해외로 눈을 돌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롯데마트는 러시아와 베트남 쪽 공략을 추진중이며 신세계는 중국에서  출점을 확장하며 선전하고 있다.

IPTV서비스, 기회 아니면 위기

지난해 시작한 IPTV(Internet Protocol Television;초고속 인터넷망을 이용하여 제공되는 양방향 텔레비전 서비스. 시청자가 자신이 편리한 시간에 보고 싶은 프로그램만 볼 수 있다는 점이 일반 케이블 방송과는 다르다) 서비스도 눈여겨볼만하다.

지난해 하나로텔레콤에 이어 올해는 한국통신의 가세로 서비스 이용자가 확대될 전망이다. IPTV의 등장은 곧 TV홈쇼핑에 있어서는 기회, 아니면 위기로 해석할 수 있다. 채널이 늘어난 만큼 소비자가 찾아서 방송을 볼 수 있기 때문에 TV가 쇼핑의 도구로 시청자들에게 다시한번 자리매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반면 위험요인은 채널이 늘어나는 만큼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확대되기 때문에 채널 선택에서 외면당할 가능성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

대형마트의 경우 월마트 코리아의 인수로 점포수 100개를 돌파한 신세계 이마트의 독주체제가 굳어졌다.

대도시에는 신규출점이 가능한 부지가 거의 사라졌고 향후 신규 출점은 대규모 아파트 공급이 있는 지방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경쟁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예전과 같은 폭발적인 점포 확장 추세는 다소 누그러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주도권 싸움이 사실상 완료되었기 때문에 공격적인 출점보다는 기존 점포의 내실을 높이는 데 각 기업은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 최근 몇 년간 대형마트는 생필품 종합매장을 넘어 매장 내 할인점으로 변신해왔는데2007년에는 대형 마트들의 복합화가 한층 가속될 전망이다.

특히 이랜드 그룹이 이전 한국 까르푸 점포를 리뉴얼한 홈에버는 기존 대형마트와 달리 의류 부문을 대폭 강화한 형태여서 기존 대형마트의 매장 복합화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대형마트의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바로 규제이다. 그동안 대형마트가 지방 중소도시에까지 경쟁적으로 출점하면서 재래시장 위축의 주요원인으로 지적되어 왔다. 그결과 정치권에서 대형마트 규제의 필요성을 제기했고 주로 영업시간 규제와 출점 규제의 두가지 방향에서 논의 가 진행되고 있다. 대선이 치러지는 2007년에는 이와같은 논의가 더욱 본격화될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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