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점 확장으로 중소유통업체 설자리 잃어

유통시장 개방 10년, 수익구조 급격히 악화
미·영·일 등 아이디어 산뜻, 배울 점 많아

2006년은 유통시장이 개방된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그동안 외국유통업체의 유입과 대기업의 할인점, 편의점의 진출 등으로 대형 판매시설과 대기업 주도형 소매점포가 확산됨에 따라 중소유통업의 상권이 급격히 위축되어 왔다. 최근 월마트, 까르푸 등의 철수 등으로 외국 유통업체들의 영향력은 작아진 반면 국내 대형유통업체들의 영향력은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이들 국내 대형업체들의 성장이 국내 공산품의 물가를 안정시켰다는 긍정적인 여론에도 불구하고 대형 점포가 들어선 곳마다 중소업체들이 도산하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남서울대학교 동아시아유통정보센터에서 지난해 8월 실시한 유통산업 실태조사 결과 최근 3년 안 오픈한 대형할인점, 백화점, 쇼핑센터와 같은 대형점으로 인하여 점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응답이 51.1%로 조사됐다. 더불어 1km 이내를 주 상권(1차 상권)으로 하는 SSM의 성장은 동네 슈퍼마켓에 큰 타격을 입히고 있는 실정이다. 개방 원년인 1996년 70만 6천개 정도로 추산되던 종업원 4인 이하 영세소매상 가운데 8만 개의 점포가 이미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점과의 경쟁에서 중소유통 점포가 취약할 수밖에 없는 것은 쾌적한 쇼핑환경, 가격수준, 상품구색, 주차시설 등이 미비하기 때문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종합소매업은 가격 측면과 상품구색을, 음식료품, 담배소매업과 의약, 화장품업종과 가전, 가구업종 등은 쾌적한 쇼핑환경과 가격수준을, 의류, 신발 업종은 쾌적한 쇼핑환경과 바잉파워(Buying Power)에 의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시장확대화 성장을 지속하는 반면, 중소유통업자들은 규모의 영세성과 전근대적인 경영방식으로인해 점차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양극화 현상이 점차 심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중고유통업계 침체, 구조적 원인 있다

한국국제물류 및 유통산업전 컨퍼런스에서 숭실대학교 최장호 교수가 발표한 “상권중심지에서의 중소유통 기회와 위협”에 따르면 중소유통 종사자수는 1.98명으로 구멍가게식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4인 미만 사업체 수가 65만 6,000개로 전체의 95.8%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중소유통의 37%가 월간 500만원 이하, 소매마진율 19.4%를 감안하면 순이익 100만원 이하가 대부분이다. 이는 영업시간이 12.8시간인 것을 감안하면 매출액과 대비해보면 생산성이 극히 낮은 것이다. 업체들의 조직화율도 29.4%로 지극히 낮아 공동마케팅과 물류공동화의 기반 등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이에 대한 상점주의 인식과 정부 정책도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상권중심지에서는 지역경제 장기불황, 핵심유통시설의 부재, 재래시장 활성화의 한계, 도시정비 사업의 한계 등으로 인해 공점포가 증가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자치구보다 지방도시가 더욱 심한 상태이다. 또한 대형할인점의 교외 출점, 건물노후화, 신시가지 건설, 관공서 등 공공기관의 이전 등의 요인으로 도심복합상의 침체, 재래시장의 침체, 상점가 전체의 쇠퇴로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주거환경정비사업에 의한 도시정비 사업과, 재래시장 활성화 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

미국, 도시정책과 유통정책 접목

   
▲ Pasadena City, 1층에 소매점포가 있는 주차장 건물(시가 직접 개발)
미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거래촉진을 통하여 소비자의 이익보호와 최소한의 정부개입을 원친으로 하는 유통산업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 중소유통산업 지원은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지원기간이 협력하여 기술혁신, 자본공급, 교육훈련, 지역개발과 연계하여 지원하고 있다.
대형점과 중소유통점과의 잠재적 대립을 억제하는 차원에서 구역제 제도를 활용하고 있으며, 유통산업의 발전과 소비자 보호차원에서 도시정책과 유통정책을 접목하여 지역 경제활성화를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LA파머스마켓, 유통·관광기능 결합
미국 LA에 위치한 LA파머스마켓의 경우 지난 1934년 개장하여 2002년 재개발을 완료하였으며 현 소유법인(Gilmore co.)은 인접부지에 The Glove라는 대규모 쇼핑몰을 건립하기 위해 부지를 임대하였다. LA파머스마켓은 지역기반의 전통적인 시장으로 현대화된 모델로서 연간 방문객이 300만명 이상이다. 특히 LA파머스마켓은 관광명소로서 유통기능과 관광기능이 결합되어 있다. LA파머스마켓은 점포배치 및 시설 개보수에 대해 엄격히 통제되며, 시장소식지 발행, 상품권 발행, 홍보 및 판촉활동을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 LA파머스 마켓

영국, 도시외곽 대형점 철저히 규제

영국의 경우 지역발전 차원에서 일정한 규제 및 제한 하에 도시중심부 또는 외곽지역에 대형소매시설을 유치하고 있다. 특히 영구의 도시계획 정책가이드(PPG : Planning Policy Guidance) 중 PPG6는 도시외곽지대 보다는 도시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대형점 유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며 이를 통해 입점을 규제하고 있다. 특히 PPG6는 중심 시가지의 대형소매점 개발은 지역경제를 악화시킬 수 있으므로 총매장 2만㎡ 이상의 대형소매점은 반드시 기존상원의 “중소소매업에 대한 영향조사보고서”를 입점 예정 지자체에 보고토록 하고 있다. PPG18의 경우 대중교통을 통해 접근해야 되는 도시외곽지대의 대형점에 대해서 입점을 규제하고 있다.
중심시가지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자체, 민간사업자, 지역시민단체 등으로 TCM을 구성하여 지역상권 환경개선, 지역마케팅, 특별 이벤트 등을 실시하고 있다.

*Camden Market, 보도 넓혀 편의제공
영국 런던에 있는 Camden Market은 대표적인 재래시장으로 거리를 따라 여러 개의 시장으로 나뉘어져 있고, 젊은 층과 관광객들이 주된 고객층이다. 시장 도로는 일방통행이면서 보행자 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고 있다. 노점상은 영업허가증을 보유하고 양수도가 금지되어 있다. 특히 도로에 주정차 공간이 없이 일정 시간대에만 주차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사진3] 간판은 통일되어 있지 않으나, 점포마다 특색 있는 연출을 하고 있다
[사진4] 차선을 줄이고 보도를 넓혀 이용자의 편의를 제공
[사진5] 킹스턴 상권중심지의 차량통제장치(물건 반입시 차량통제장치가 내려감)
[사진6] 그레이브센드, 시장 내 어린이와 노약자의 휴게소를 설치

일본, 유통산업 균형발전 조화 추진

   
▲ 아우모리 시장, 재래시장과 중소유통점 그리고 문화센터, 시민도서관이 들어서 있다(1층 재래시장 전경)
일본은 중소유통을 도소매와 대형점포를 포함한 유통산업의 균형발전과 조화 차원에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고 발전을 촉진하고 있다. 상점가와 사업직접시설에 대한 지원, 개별점포에 대한 지원, 중소유통의 가격경쟁력 제고를 위한 물류효율화 측면에서 중소유통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물류효율화를 위하여 지역중소기업 물류효율화 사업전개, 중기 유통업무 효율화 사업 추진, 물류효율화 전문지도원 파견사업, 광역물류 효율화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일본은 특히 장기적으로 도매업을 육성함으로 소매업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고, 점포의 경영진단을 통하여 개선방안 도출과 효율적인 발전모델을 제공하고 있다. 대규모 입점에 대해서는 유통가이드 라인을 제시하여 잠재적 갈등 및 분쟁을 해결해가고 있다.

국내 중소유통시장 시사점과 과제

*정부·지자체 협의 통해 연계성 높여야

   
▲ 카나자와 태넌트믹스 사업(재래시장을 쾌적한 쇼핑공간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중소기업협동중앙회는 앞으로 유통산업의 선진화를 통한 경제성장과, 중소유통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통한 지역상권의 활성화 정책은 상호 상충되는 정책 같으나 상호보완 관계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독립적으로 추진하고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아울러 중소유통의 활성화를 위한 지원사업이 많은 기관을 통하여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으나 사업간의 체계적인 연계성 부족으로 사업의 효과가 크게 반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중소유통산업을 위한 지원사업은 지원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중소유통산업의 경쟁력강화 및 지역상권을 활성화에 있음을 주지하고 정책을 펴 나가야 한다는 게 중소기업협동중앙회의 설명이다.

*업태간 협력 강화로 상권 활성화

   
▲ 아우모리 시장, 재래시장과 중소유통점 그리고 문화센터, 시민도서관이 들어서 있다(6~8층 시민도서관 및 전문도서관)
지역상권 활성화를 목표로 지역의 유통산업을 혁신하기 위하여 지역사업을 중앙정부의 지원사업과 연계하여 체계적으로 진행하고 점검할 수 있는 혁신적 기관이 필요하다. 또한 개별적 중소유통업태의 경쟁력강화 차원을 떠나서 지역의 상권과 연계된 유통산업 업태간의 협력체제를 구축, 상권활성화로 중소유통산업이 생존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이 밖에 중소기업청의 시장경영지원센터를 통하여 재래시장에 대한 환경개선사업과 교육사업을 포함한 다양한 지원사업을 전개해 나가야 한다. 물류적인 측면에서는 산자부가 중소유통의 물류를 효율화하기 위하여 진행하고 있는 중소유통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역별 도매물류센터 건립사업이 현실적으로 재조정되어 빠른 시일 안에 물류센터 네트워크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하준철 기자, hapoem@k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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