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 [한미 FTA 특별기획] 세계로 가는 문 - 5

*다음은 재정경제부가 홈페이지를 통해 제공하고 있는 재경부 뉴스의 ‘한미 FTA 특별기획] ‘세계로 가는 문’ 5번째 ‘서비스산업 경쟁력 제고’를 전재한 것이다. [편집자]

박병원 재경부 1차관 (webmaster@news.go.kr)
 

우리나라의 서비스산업은 산업 및 고용구조 측면에서 볼 때 선진국에 비해 매우 취약한 수준이다. 실제 2005년도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의 GDP와 고용비중은 각각 56.3%, 65.5%로, OECD 국가들의 2003년도 평균치(67.6%, 68.6%)에도 못 미쳤다.

이러한 우리나라 서비스산업의 전반적인 취약성은 만성적인 서비스수지 적자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서비스수지 적자규모는 2001년에 38억 7,000만 달러에 불과했으나 2005년에는 130억 9,000만 달러를 기록함으로써 지난 4년간 약 3.4배가 증가했다.

법률·컨설팅 등 지식기반서비스업 취약

금융, 법률, 디자인, 컨설팅 등 지식기반서비스업은 제조업 전반의 비용을 절감하고 부가가치를 높여줌으로써 경쟁력을 제고하는 기업지원 산업으로서의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지식기반서비스업은 선진국에 비해 아직 영세하고 브랜드 인지도 및 경영역량 측면에서도 열세다.

우리나라 서비스 수지 중 특허권 사용료, 법률·컨설팅 등으로 구성되는 기타 서비스수지의 적자규모가 작년에 73억 6,000만 달러(여행, 운수수지 제외)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나라의 지식기반서비스의 경쟁력 강화가 시급함을 웅변해주고 있다.

특히 교육, 의료, 보육 등 사회서비스업과 문화·관광서비스업은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과 생산성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의료 등 사회서비스와 관광·레저서비스의 낮은 질적 수준으로 인해 해외소비와 사교육비가 급증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는 전국민의 생계비 상승을 초래함은 물론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 중의 하나로 작용하고 있다.

노하우 전수, 경쟁력 제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

제조업의 시장개방은 외국상품에 대한 수입개방을 의미한다. 그러나 서비스업 개방은 선진기술, 노하우를 가진 외국자본의 국내투자를 의미한다. 제조업은 기계나 상품 수입시 수반되는 기술이전을 통해 기업이 쉽게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으나, 서비스업은 외국인 투자와 함께 유입된 외국 전문인력과 국내인력이 함께 업무를 수행하는 가운데 기술과 노하우의 이전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서비스시장을 개방했다고 해서 외국인 투자가 자연적으로 증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개방과 함께 외국인 투자유치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최근 경제자유구역과, 제주도에 국제학교나 외국계 의료기관이 진출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다양한 유인책도 제시하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유치가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우리는 경험하고 있다.

특히 의료, 법률, 디자인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종의 경우 국제적 명성과 브랜드가 없으면 경쟁할 수 없다. 따라서 시장개방을 통해 고급기술을 가진 서비스업체와 전문인력의 유입을 유도하고, 이들로부터 국내인력들이 체화된 기술이나 노하우를 직접 전수 받음으로써 경쟁력도 제고하고 양질의 고급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

이점에서 한·미 FTA는 제조업과 농업 위주였던 한·칠레 FTA와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정부는 한·미 FTA를 통해 세계최강의 경쟁력을 자랑하는 미국 서비스산업의 강점을 흡수함으로써 우리 서비스산업의 성장 잠재력을 확충하고 국제 경쟁력을 한 차원 업그레이드 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소비의 국제화로 해외소비 증가

국내 소비자들의 소득이 증가하고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소비자의 국경 간 이동에 의한 ‘소비의 국제화’가 가능해지고 있다. 국내소비자들은 우리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소비성 지출을 확대하고 있다.

예컨대 일반여행과 유학·연수를 위한 해외지출액은 2001년에 각각 65억 5,000만 달러, 10억 7,000만 달러에 그쳤으나, 2005년에는 119억 4,000만 달러, 33억 7,000만 달러로 4년간 각각 1.8배, 3.2배가 증가했다. 2004년 현재 미국체류 유학생 수는 5만 6,000명에 이르고 있다.

이같이 국내소비자들의 해외소비 증가는 상대적으로 국내소비를 대체하여 지난 5년간 해외소비는 연평균 17.4% 증가한 반면, 국내소비는 같은 기간 연평균 2.5% 증가에 그쳤다.

이를 고용과 연결하여 분석하면, 서비스업의 취업계수(GDP 10억 원당 취업자 수)가 18.2명으로, 2005년에만 여행지출로 인해 약 28만 5,000명의 일자리가 해외로 유출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따라서 소비의 국제화가 가능한 상태에서 개방과 경쟁을 막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다.

개방을 막는 것은 더 이상 의미 없어

오히려, 우리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향상시켜 국내소비자의 해외소비를 국내로 전환하고, 외국인들이 우리나라로 유입되어 소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도체, 자동차, 휴대폰 등 우리나라의 주력 제조업은 1970년대 이래 지속적인 개방과 경쟁을 통해 오늘날과 같은 높은 국제경쟁력을 갖추게 되었다. 서비스업의 경우에도 우리는 좋은 사례가 있다.

1996년 유통서비스업 개방당시 국내적으로 많은 우려가 제기됐으나, 지금 우리의 유통시장은 여전히 국내업체가 장악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월마트와 까르푸가 한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결국 철수하기로 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월마트와 까르푸가 한국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다가 결국 철수하기로 한 것은 한미 FTA를 앞두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간 토종 유통업체들은 개방과 경쟁에 맞서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입맛을 재빨리 간파하고 신선식품 비중을 높이거나 편의시설을 늘리는 등의 적극적인 서비스 향상 노력을 통해 세계적인 유통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했다. 더구나 국내매출 1위업체인 이마트가 국내 내수시장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유통시장에 진출하여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례를 보면 우리는 개방을 두려워할 이유가 없다.

우리나라가 2002년 월드컵과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서 4강에 진출하는 놀라운 성적을 기록한 것은 그간 국제무대에 진출하여 경쟁력을 쌓아온 선수들의 활약 덕분이었다는 분석이다. 우리는 어떤 분야에서든 개방과 경쟁을 통해 국제무대에서 당당하게 경쟁할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고 있다.

우리에게는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세계 각국은 저마다 서비스산업을 육성하여 경쟁력 있는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면, 싱가포르 정부는 'Global Schoolhouse'라는 컨셉을 바탕으로 아시아의 교육허브를 구축해 2005년 말 현재 INSEAD, MIT 등 12개의 유수 외국교육기관의 분교를 유치했다.

태국은 의료시장 개방, 영리법인 허용 등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통해 동남아의 의료 허브로 발돋움하여 2004년에 태국병원을 찾은 외국인 환자의 수가 110만 명을 기록했다. 최근 중국은 11차 5개년계획(2006~2010년)에서 서비스산업을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채택하고 다양한 서비스산업 육성계획을 마련하여 추진 중이다.

두바이는 산유국이라는 이점도 있었지만 정부가 관광, 물류, 금융 등 지식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해 창의적이고 치밀한 정책적 노력을 기울인 결과 오늘날 중동지역의 비즈니스 및 관광허브로 부상하는데 성공했다.

우리나라에는 무엇보다 우수한 인적자원이 많이 있다. 앞으로 성장성이 높은 전략적 서비스업종의 육성, 한·미 FTA의 체결 등 다양한 정책적 노력과 함께 풍부한 고급인력을 바탕으로 기업가정신을 발휘한다면 조만간 우리나라는 아시아지역의 서비스산업 강국으로 발돋움해 나갈 수 있다.

박병원 재경부 1차관 (webmaster@news.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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