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이 변하자 시장도 딴 모습

- 소규모 점포 ‘위상 추락’ ... 할인점.무점포판매 ‘우리 세상’

우리나라 유통산업은 지난 1996년 완전 개방된 이후 지난 10년간 일대 지각변동을 거쳐 초창기와는 현저하게 다른 유통산업구조형태를 갖추었다.
국내 유통시장이 완전 개방된 이후 기존의 유통업체의 주를 이루던 슈퍼마켓 등 소규모 점포의 위상은 추락한 반면, 대형할인점, 편의점, 무점포판매 등의 新업태가 급성장한 것이다.
지난 15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통계로 보는 유통개방 10년’ 보고서에 따르면 개방원년인 1996년 대비 작년 말 기준 대형할인점은 점포 수 10배 증가, 779.6%의 판매액 증가를 나타낸 반면, 소규모 점포는 슈퍼마켓 19.4%, 구멍가게 12.0% 등 총 8만개 점포가 사라졌다.

*구조 변화의 배경 = 인구의 도시집중, 교통의 편리화와 정보교환의 용이성 증대, 유통시설의 집중에 따른 상권변화, 인구의 외곽지대로의 분산, 부도심 상권 형성 등이 유통기관들의 대형화, 종합화, 전문화를 불러왔다. 또 국민의 소득수준 향상, 여가증대, 자아실현의 욕구증대 등 개개인의 가치관이 양보다는 질, 서비스 개선 요구, 다품종 소량을 추구하는 소비구조형태로 전환, 개방 이후 변화된 유통구조형태를 갖추는데 크게 작용했다.
이 같이 변화된 유통구조형태의 유통산업은 경제성장의 한 축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통계로 보는 유통개방 10년’ 보고서에 따르면, 실질 국내총생산에 대한 유통산업의 기여율의 7개년 평균값을 비교 분석한 결과, 유통시장 개방이전의 7년간(1989-1995) 유통산업의 평균 성장 기여율은 5.8%인 반면 개방이후 7년간(1996-2002)의 성장 기여율은 7.5%로 약 1.7% 높게 나타났다.
이는 유통시장 개방 후 국내 유통업계가 대형할인점, 무점포소매업 등 신업태를 중심으로 대형화, 현대화되었음은 물론, 경영기법도 발전함에 따라 대형화되고 현대화된 도?소매업이 민간소비를 주도하였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다.

*유통산업 구조변화의 영향 = 이 보고서는 유통산업이 민간소비, 생산자물가 등 거시경제변수들에 영향을 미치는 거시경제 모형을 구성해 유통산업의 경제효과 메카니즘을 분석한 결과, 유통산업의 발전은 편리성 및 충동구매의 증가 등으로 민간소비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유통산업의 발전은 업체간 경쟁을 촉진, 생산원료 및 부품의 가격을 절감시켜 생산자물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유통산업의 성장은 업체간 경쟁을 촉진시켜 판매가를 인하시킴으로써 소비자물가를 하락시키는 효과를 불러올 뿐 아니라, 생산자물가도 하락, 소비자물가의 하락에 영향을 주는 메커니즘을 지니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유통산업환경은 어떠한 변화를 해왔는가!’ 이에 본지에서는 ‘통계로 보는 유통개방 10년’을 바탕으로 국내 유통시장환경의 변화와 이슈, 과제에 대해 알아보았다.

[정부의 유통정책 변화]
화물유통촉진법 등 통한 활성화 꾀해

정부가 국내유통정책의 적극성을 띈 시점은 1986년 기존 ‘시장법’을 개정, ‘도소매업진흥법’을 제정하고 이 법에 따라 1987년부터 1991년까지 중장기 유통산업발전을 위한 계획과 정책을 추진하면서부터라고 할 수 있다. 그 후 1998년 ‘유통산업발전법’ 제정을 통해 시장개방화와 각종 규제 철폐를 추진함으로써 유통산업을 제조업 수준으로 육성할 수 있게 됐다.
우리나라 유통산업 근대화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1989년 제1차 유통시장개방 계획의 수립, 1991년에 제2단계 유통시장개방계획 실시, 1993년 3단계 개방계획 실시 이후 1996년 완전 개방되면서부터.
특히 UR협상 후 세계화 진전으로 유통시장의 개방화에 발맞춰 정부도 유통정책의 근대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2000년 화물유통촉진법을 개정, 현대화된 유통업태의 개발지원과 물류시설 지원, 유통 및 물류 관련법규와 제도의 제정?개정, 유통환경 개선 지원, 교통혼잡?보관시설 부족?항만시설 부족 등의 타개를 위한 사회간접시설 확충과 유통시설 및 유통?물류 정보시스템의 구축, 중소기업청을 중심으로 한 중소 유통업체 활성화 정책 등 다양한 정책으로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구매패턴의 변화]
구매패턴의 다양화와 고급화 촉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2004년기준 1만 4,162달러) 1984년의 1,739달러에서 1992년에 5,270달러, 1993년에 7,324달러, 1995년에 10,000달러에 이르렀으며, 1인당 소비지출도 1984년의 1,069달러에서 1992년에 3,400달러로 증가했다. 또한, 소비지출은 1984년의 29만원에서 1992년 94만원으로 증가, 가처분소득이 크게 신장됐다.
하지만 1998년 외환위기로 인해 1인당 국민소득은 6,000달러대로 떨어지고 실업자 수가 증가하면서 실질소득의 감소에 따른 가처분소득의 감소로 소비의 빙하기 시대를 맞았다. 소비심리 냉각과 가격파괴 경쟁 격화됨으로써 소매업태 중 백화점은 전년 대비 약 15%의 역신장을 기록하고, 재래시장은 거의 절반 정도 매출액이 감소하는 사상 유래 없는 불황에 빠졌다.
1999년부터 다시 경제가 회복세로 전환되며 중산층이 없는 고소득층과 저소득층만의 구매패턴, 즉 소비의 양극화 현상(고소득층과 저소득층의 차별적인 구매패턴)이 출현했으며, 소득과 소비증가로 인한 구매패턴의 다양화와 고급화가 촉진됐다. 이 같은 현상이 가격파괴점인 할인점과 무점포 판매업 활성화의 주요인으로 작용됐다.

[국내유통산업의 구조적 특징]
일본과 비교시, 중견 소매업체 취약

국내 유통산업은 점포당 평균 매장면적, 종업원 수, 매출액 등에서 유통선진국에 비해 매우 영세할 뿐 아니라 규모에 따라 생산성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통계로 보는 유통개방 10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소매업체의 95.1%가 종사자 4명 이하의 영세업체로 구성되어 있으며, 종사자 비중 또한 69.9%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명 이하의 영세 소매업체에 종사하는 소매업체 비중이 70%인 일본에 비해 높은 수치일 뿐 아니라 일본의 종사자 비중은 25.8%에 비하면 굉장히 영세한 것임을 알 수 있다.
특히 일본의 경우 5~49명의 중견 소매업체에 종사하는 종사자 비중이 55.0%로 우리나라의 19.6%에 비해 훨씬 높게 나타났으며, 중견 소매업체가 전체 사업체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의 중견 소매업체의 경우 전체 사업체의 5%에 불과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러한 양국간의 규모별 사업체 분포 차이는 매출액 구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본의 경우 전체 소매매출의 55.6%가 종사자 5~49명의 중견소매업체에 의해 발생하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중견소매업체에 의해 발생하는 매출 비중이 26.2%로 일본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는 실정인 것이다.
이 같이 국내 유통업체들의 영세성에 대해 이 보고서는 첫째, 우리나라의 경우, 종사자 4명 이하의 영세업체 가운데 한계기업으로 분류되는 업체들이 여전히 정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했으며, 중견 소매업체로 전환할 가능성은 있으나, 여전히 영세업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소매업체가 다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유통업체들의 현황을 자세히 살펴보면, 유통시장 개방 이후 1997년부터 2003년까지의 규모별 종사자당 매출액은 종사자 4명 이하의 영세소매업체의 경우 1997년 5,700만원에서 2003년에는 5,900만으로 거의 변화가 없는 반면, 종사자 20명 이상의 대형 소매업체는 1997년 7,600만원에서 2003년에는 1억8,300만원으로 급속히 증가하는 형태를 보였다.
사업체당 매출액 역시 유통시장 개방 이후 종사자 1~4명의 소매업체는 1997년 8,400만원이었던 것이 2003년에는 1억 300만원으로 미미한 증가에 그친 반면, 종사자 20명 이상의 대형소매업체는 1997년 16억3,600만원에서 2003년에는 106억3,400만원으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4명 이하의 영세업체와 20명 이상의 대형업체의 사업체당 매출액 차이는 1997년 당시 19.5배에 머물렀으나, 2003년에는 103.2배로 나타나 유통시장 개방 이후 대형소매업체와 영세업체간의 사업체당매출액 차이는 점차 벌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이 보고서에 따르면, 종사자당매출액과 사업체당매출액이 규모별로 볼 때 영세소매업체보다 대형소매업체에서 보다 높게 나타난 것과는 대조적으로 매장면적당매출액은 대형소매업체보다 중견소매업체인 경우가 보다 높게 나타났다. 즉, 매장면적 1㎡당 매출액이 가장 높게 나타난 소매업체 규모는 종사자 20명 이상이 아니고 종사자 10~19명 규모의 중견 소매업체인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은 대형소매업체가 급속한 점포 확장으로 매장면적을 확대하는 데 많은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업계 내 입지 선점을 위한 무리한 출점도 불사한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보고서의 설명이다.
향후 일본과 같이 중견 소매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중소유통업 구조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의 영세 소매업체 가운데 퇴출 대상과 혁신 대상을 잘 분류하고 각각의 대상을 위한 정책적인 대응 방안이 절실히 요구된다.

소매업태별 핵심 이슈와 과제

[할인점] 포화상태, 사이즈 다양화

급속한 점포 확장과 지나친 매장면적 확대 투자, 업계 내 입지 선점을 위한 무리한 출점 등 대형화 현상을 보이고 있는 할인점 업계는 머지 않는 시점에 포화상태에 이르러 다양한 사이즈 및 형태의 점포가 출현할 것으로 예상된다.
‘통계로 보는 유통개방 10년’ 보고서에 따르면, 기존 연구 및 기타 연구 기관의 추정을 종합했을 때 우리나라 대형할인점의 포화는 빠르면 2008년경 그 수가 약 300여개에 도달했을 때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추측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는 할인점을 포함한 모든 소매점은 ‘매장 크기’와 ‘머천다이짱 그리고 PB(자가상품) 개발 등 경영기법 면에서 계속 진화하고 있고, 상권별로 포화 수준이 전부 제 각각이므로 전체 시장의 포화예상에 대해서는 보다 조심스럽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보고서는 포화 논의 후에도 20년 이상을 다양한 사이즈와 형태의 점포를 개발하여 지속적으로 고속 성장하고 있는 선진국 유통산업 사례를 들며 향후 국내 할인점 업계도 식품 위주의 상품 구색으로 특화, 규모 축소를 실시해 지금보다 상권 규모가 작은 지역 중심의 네이버후드 수퍼마켓으로 진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백화점] 할인점과의 차별화에 승부

유통시장 개방 이후 큰 성장을 이룩하지 못하고 있는 백화점 업계는 업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업태혁신을 적극 전개해 왔으며, 향후에도 할인점과 차별화하기 위해 상위 고객층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백화점 업계는 이용 고객 수 감소라고 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 상위고객에게 집중하는 서비스와 마케팅을 실시, 백화점 내에 VIP룸 등 다양한 서비스 공간을 설치해 다양한 서비스를 실시했다.
‘통계로 보는 유통개방 10년’ 보고서는 향후에도 백화점업계는 할인점과 차별화하기 위해서 상위 고객에 집중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시대적인 니즈를 리드하기 위해 Luxury 마켓을 확대해야 함은 물론, 백화점의 자주적인 상품능력을 확대하는 측면에서 해외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를 백화점이 직접 판매하는 시도도 적극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편의점] 순수가맹점 확대가 관건

편의점은 유통시장 개방 이후 출점 속도가 가장 빠른 소매업태로 급부상했으나, 경영상의 부작용에 따른 점포 개발 능력, 가맹점 개발 능력, 상품 개발 능력, 마케팅 능력의 수준 향상이 요구된다.
‘통계로 보는 유통개방 10년’ 보고서는 높은 임차료 부담에 따른 경비 구조를 개선하고 점포운영 미숙에 따른 낮은 생존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위탁가맹점과 직영점의 비율을 낮추고 순수가맹점의 비율 확대하는 노력을 경주하여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한국의 편의점은 현재 저마진 상품의 구성비가 너무 높게 차지하고 있어 본부와 점포의 이익을 압박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하루빨리 고마진 사움의 구성비를 확대하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무점포판매업] 對고객 신뢰 구축해야

2000년 이후 신규 소매업체에 대한 창업의 기회를 제공하고 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한 무점포판매업은 기업이미지 관리 및 철저한 약속이행을 통한 고객과의 신뢰가 구축될 경우 그 범위는 점차 확대될 전망이다.
현재 인터넷쇼핑몰에서는 취급상품이 진열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상품구색을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과대광고의 피해 발생이 늘고, 거래업자 입장에서도 과대광고를 식별하는 데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업계 중심의 Trust & Safety 위원회를 구성하고 정부의 신뢰 및 안전 구축 프로그램 개발 등의 지원이 요구된다.

[중소유통업] 중심시가지 상권을 키워라

중소소매업 구조의 선진화를 위해서는 영세 소매업체를 한계 퇴출업체와 혁신 전환 가능업체로 분류하고 각각에 대해서는 사회적 안전망 제공 및 전환 유도 지원책을 차별적으로 마련, 적용해야한다는 것이 보고서의 제안이다.
기존의 중소유통업을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은 지원대상이 일부 소매업태에만 한정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조직화가 미흡하여 정책효율이 떨어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중소유통업을 위한 새로운 지원방식으로 해당 지역의 중심시가지 상권 활성화 정책 수립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다.
<장지웅 기자 designtimesp=1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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