쩌지앙성(浙江省)은 재작년 11월 성내 100대 시장을 발표한 바 있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항저우(杭州)나 중국판 개성상인의 고장으로 알려진 원저우(溫州) 등을 제치고 이우(義烏) 중국소상품타운이 1위를 차지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다가오면 쩌지앙성 이우시는 크리스마스 선물용 상품 생산과 포장, 선적 등으로 1년 중 분주해진다. 세계의 슈퍼마켓으로 불리는 이우시에서 만들어지는 크리스마스상품이 서방 국가들에서 시장점유율 90%를 기록하고 있는 덕분이다. 따라서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미국 · 독일 · 일본 등 세계 각지에서 몰려든 장난감 바이어들로 성황을 이루게 된다. 물론 크리스마스가 끝난 지금도 바이어들과 상인들로 부쩍 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우를 발견하면 부자가 된다

‘이우를 먼저 발견하는 사람이 먼저 부자가 된다.'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예멘 출신 모하메드의 말이다. 올해 34살인 그는 5년 전 이곳에 와서 신발과 복장무역을 할 때만 해도 돈을 벌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지만, 지금은 가족을 모두 데려온 상태다. 이곳에서 장기 거주할 생각까지 하고 있다.
모하메드는 이우시에 소형 상품 시장이 형성되기 전부터 적지 않은 중동상인들이 이곳에서 장사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그들은 동베이(東北), 광동(廣東), 하이난(海南) 등 중국 각지를 분주하게 돌아다닌 탓에 힘도 들고 경영원가도 높게 나왔다고 한다. 그래서 '소형 상품을 한 곳에 모은 도매 집산지의 필요성을 느꼈다'는 설명이다. 모하메드는 이우시에 소형 상품시장이 형성될 때 중동 친구들과 함께 회사를 옮겨왔다.
이우시에서는 현재 34개업종의 1502개 품목에 32만개 상품이 취급된다. 중국 전역의 상품수가 50여만개인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수치이며 외국인의 교역활동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현재 이우시에 상주하는 5000여명의 외국 사업가들은 이우시에서 물건을 산 뒤 160여개 국가에 판매하고 있는데 지난해 시장 거래액은 229억9800만위안(元), 수출은 전년대비 95.2%나 급증했다.

염가제품 이미지

현재 이우의 소형 상품가격은 동구안(東莞)이나 순더(順德)에 비해 다소 높은 편이지만 장거리 출장을 안 가도 되는 편리함과 비용절감 요소를 감안하면 그래도 이익인 셈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우의 소형 상품시장이 발달하면서 이우 자체가 세계시장에서 하나의 라벨화 함에 따라 이우의 소형 상품을 찾는 바이어를 찾는 게 어렵지 않게 됐다는 점이다.
홍콩 싱룽(行隆)사의 고위 직원으로 근무하는 한 인도인 주재원은 자신이 미국에서 고등교육을 받아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며 미국 다국적 기업의 판매부서에서 다년간 근무한 경험도 있어 지금의 일자리를 찾는데 별 어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그러나 임금수준이 높은 만큼 스트레스도 크다. 그의 노트에는 *2-5일 항저우(杭州)출장, 물품검사 *7-15일 허베이(河北), 바오딩(保定)출장, 계약 체결 *16-18일 상하이(上海)출장, 이우에 시찰오는 이사장 마중 등의 스케줄이 빽빽하게 적혀 있다.
그는 이우가 오늘날 이렇게 발전할 수 있게 된 요인으로 이우 사람들의 착실함과 총명함 및 신용을 들었다. 그러나 그는 이우의 소형 상품시장에 문제점도 존재함을 완곡하게 지적했다. 이우 상품은 디자인이 투박해서 유럽이나 북미 등 선진국에 수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선진국에서는 가격이 좀 비싸더라도 일본산이나 한국산의 모양이 예쁘고 질도 좋은 상품을 구입하는 경향이다. 케냐에 수출하는 열쇠고리를 예로 틀면 이우에서 만든 건 모양이 예쁘지 않은 대신 1개당 가격이 10센트, 이윤은 3센트이다.
반면 일본에서 만든 똑같은 열쇠 고리는 원가가 다소 높지만 미국슈퍼마켓에서 한 개당 2달러에 팔리고 이윤도 1.5달러나 생긴다는 것이다.

낮은 학력수준

미국계 무역회사 사장인 샘은 이우에서 소형 상품을 구매해 개발도상국에 수출하는 것이 주요 일이다. 그는 이우의 무역회사들 중에서 중국인이 경영하는 무역회사가 적은 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현재 이우에 있는 무역회사들은 대부분 미국인, 유럽인, 한국인, 중동인들이 설립한 것이다.
그는 "중국의 베이징(北京)이나 상하이(上海)에서 우수한 비즈니스 인재를 많이 봤지만 이곳에 오려고 하지를 않아요. 이곳에 오면 그들이 배운 지식이 쓸모가 없어진다는 겁니다"라고 말하면서 "지금 이우에서 무역에 종사하는 중국인 중 최고 학력자는 통역"이라며 미국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우 소형상품 경제권 확산

쩌지앙성 이우시의 소형상품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이에 의존한 소형상품 경제권이 저지앙성 중부지역에 형성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 이우시에 개설된 외국인 은행계좌는 5800여개에 달하고, 이우시에서 하루 수출되는 컨테이너 물량은 1000여TEU에 이른다.
이우시의 소형상품 시장을 활용해 경제발전계획을 수립한 지역도 진화(金華)시 · 취저우(衢州)시 등 26개에 달한다. 진화시의 푸지앙(浦江)현은 수정 축제를 이우시로 옮겨 개최하고 있고, 우이(武義)현은 '산업은 용캉(永康)시와, 시장은 이우시와, 도시는 진화시와 연결' 전략을 세운다.
푸지앙의 수정, 용캉의 철물, 동양(東陽)의 복장, 주지(諸0)의 양말, 성저우(0州)의 넥타이, 리수이(麗水)의 목제 완구, 원저우(溫州)의 라이터 등은 이우 소형상품 시장의 주요 제품들로, 이우에 의존해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형성된 소형상품 경제권은 다음 4가지 방면에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
첫째, 경제포럼을 결성해 이우 시장을 발전시킨다. 이우시는 올해부터 매년 이우경제포럼을 개최해 각계각층의 인사들과 이우시장 발전방안을 공동 모색할 예정이다.
둘째, 산업이전 전략을 시행한다. 이우 시장 설계 · 개발 · 건설이 진행되는 진화시 진산지아오(金三角)경제개발구의 경우, 입주계약이 체결된 149개 기업 중 이우지역기업이 53%를 차지함으로써, 현지에서 이우 시장의 '뒷마당'으로 불리고 있다.
셋째, 대형 시장의 위탁가공생산을 한다. 현재 취저우시와 진화시 2곳에서는 각기 10만여명이 이우시의 위탁가공생산에 종사하고 있다. 취저우시의 경우 △위탁가공생산촌(村)=2000여개 △위탁가공생산매니저=2000여명 △위탁가공비용=약 1억위안 △위탁가공기업=112개 △유치기업=77개 등에 달한다.
넷째, 매년 열리는 이우박람회를 통해 주변지역의 제품을 이우시로 집결시키고, 주변지역 기업의 이우 사무소 설립을 지원하며, 주변지역 제품을 이우시에서 전시하도록 장려한다.

한국인 '깨끗한 도시 조성' 일익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몰려들기에 이우시가 국제화도시로 발돋움하고 있다. 그리고 이우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한국인 사업가도 이미 1000여명에 이른 것으로 파악된다.
이우시에는 현재 한국인을 포함해 전세계 100여개 국가에서 온 5000여명의 외국 사업가가 상주하고 있고 외국인 집단 거주지인 '외상촌(外商村)'도 10여 곳이나 된다.
거리에는 상점마다 영어·아랍어·러시아어·한국어광고간판이 즐비하게 서 있고 국제비즈니스타운의 매장에서는 영어·독일어·러시아어·한국어를 구사하는 바이어들이 상품을 관찰하며 가격흥정을 벌이고 있다.
그리고 외국인 상주기구가 매월 10여 개씩 증가해 현재 200여 개에 달하고 지난해 시를 찾은 12만여 명의 외국인들도 대부분은 사업가인 것으로 집계된다. 이와 함께 한국 식당들을 포함해 외국인이 운영하는 식당과 일용품상점도 50여 개에 이르면서 이국적인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외국 사업가들은 이제 이우시에서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경제적인 공헌 외에 양로원 방문 · 장학기금 설립 등의 사회봉사 활동들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한국 사업가들이 연휴에 등산을 즐기면서 자신의 쓰레기는 물론 등산로 주변까지 빠짐없이 청소한다는 사실이 보도된 후 이우 시민들 사이에서 '외국인도 이우를 아끼는데 우리도 스스로를 아껴야 된다'는 자각을 불러일으켰고 사회적으로 '네가 버리면 내가 줍는다'는 깨끗한 도시 만들기 캠페인까지 촉발됐다. 현재 이우에 진출한 한국인 3,000명이 순번제로 이우 화시(花溪)삼림공원에서 매주 대청소를 실시하고 있다.
중국인에게 좋은 인식을 심는 것, 현지화 성공의 첫 걸음이다.
<중국=최명철 특파원, 1609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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