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완만한 회복 기대, 본격적 국면전환은 멀어

[기획] 소비심리 진단

최근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하지만, 소비가 본격적인 회복기에 들어섰다고 볼 수는 없다. 많은 유통업체들은 지난 설 대목을 계기로 내수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기대하는 반면, 최근 소비가 늘어나고는 있다지만 본격적인 소비회복 국면에 들어섰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최근 카드사용액과 백화점 매출이 증가하면서 소비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최근 2년간 감소세를 보이던 소비가 회복될 것이라는 조짐들이 주가를 비롯해 고소득층의 소비심리 개선, 백화점 매출 등 여러 지표에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들어 종합주가지수가 920선을 돌파하고, 코스닥지수도 20% 이상 급등하였다.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소비심리가 다소 회복되면서 연초 백화점의 세일 매출과 자동차 내수판매가 증가세로 반전하는 등 일부 소비품목을 중심으로 회복조짐이 확인되고 있다. 또, 작년 4/4분기 중 신용카드 사용액도 전년 동기대비 기준으로 10.6%나 증가하여 2년 만에 최대치(44조9천억 원)를 기록했다.
이처럼 소비회복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전문가들이 ‘본격적인 회복기로 들어섰다고 볼 수 없다’고 보고 있는 것은 최근 발표되고 있는 자료들이 경제 전반적인 현상을 토대로 한 것이 아니라 고소득층의 소비동향을 토대로 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LG경제연구소가 지난 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 같은 지표들은 고소득층이 백화점에서 씀씀이를 늘리고, 그동안 구입을 미루어왔던 자동차와 같은 고가의 내구재를 신용카드로 구매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고소득층의 소비심리가 개선된 데는 올 들어 나타난 주가와 금리 상승, 주택가격 반등 조짐 등이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일반적으로 소비가 회복될 때는 고소득층이 가장 먼저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고소득층은 자산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유하고 있어 다른 계층에 비해 주가, 금리 등 자산가격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소비 완만한 회복세 예상

올해 소비는 완만한 회복이 예상된다. 최근 카드사용과 백화점 매출이 증가하면서 내수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점을 감안할 때 바닥은 지난 것으로 보이며, 향후 소비 감소세는 더 심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경제연구소가 발표한 ‘2005년 1/4분기 소비자태도조사’에 따르면, 주식시장 호조, 일부 재건축 아파트 중심의 부동산시장 회복 기미 등으로 2005년 1/4분기 소비자태도지수가 전 분기대비 4.0p 상승(43.3), 2004년 2/4분기 이후 3분기 만에 상승세로 전환됐다.또한, 일부 대기업들이 2004년 말 지급한 수 조원 규모의 특별상여금과 정부의 ‘경제 올인’ 정책 표명도 소비심리 회복에 기여하고 있으며, 근로소득세 1% 감면, 일부 품목에 대한 특소세 폐지, 정부의 재정지출 상반기 집중 등도 소비회복에 플러스로 작용, 올해 소비는 완만한 회복세가 예상된다.
한편 재래시장의 부진이 심각한 상태이고, 백화점 매출 증가도 한파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아 소비의 본격적 회복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내구소비재가 소비회복 주도

올해 소비회복은 내구소비재가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005년 소비는 내구재 소비 증가 등에 힘입어 증가율 3% 내외의 완만한 회복을 예상했으며, LG경제연구소 또한, 지난 말을 시점으로 내구재 소비가 24개월의 최악의 상황을 지나 증가추세를 나타냈다는 점에 주목, 올해 소비회복은 내구소비재가 주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생필품으로 구성된 비내구재나 서비스 소비에 비해 그 비중이 낮은 내구소비재는 변동성이 커 전체 소비 변화에 크게 영향을 주고, 전체 소비가 회복될 때 다른 부문보다 일찍 반등하는 특징을 보인다.
LG경제연구소는 소비자들의 입장에서 내구소비재는 과외 투자성 소비지출 항목이기 때문에 생필품과 달리 구입 시기를 미룰 수 있었으나, 2년 이상 장기간 구입을 지연시켰기 때문에 그 동안 억제되었던 소비수요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소비침체 극복 대책 마련돼야

내수경기가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본격적인 경기회복은 상당히 늦춰질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와 기업은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LG경제연구소는 정부는 단기적인 경기조절 정책과 함께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성장잠재력 제고 등 우리 경제의 약점을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며, 기업들은 지속적인 혁신을 통한 생산성 제고, 비용절감과 함께 제품 경쟁력을 향상시켜 수출여건 악화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원화절상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원화절상의 부정적인 효과가 최소화되도록 시장 개척 등을 통해 수출물량을 확대하는데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삼성경제연구소는 소비침체에서 탈출하기 위해서는 *소비의 중요성 인식을 바탕으로 한 소비산업 육성 등 장단기 대책 마련, *소비세제 합리화 등을 통한 가계부담 경감, *서민층의 교육, 주거비 부담 경감, 신용경색 해소 등 소비여력을 늘려주는 방안 모색, *일자리 창출을 통한 고용불안 해소와 국민연금 재정비를 통한 고령화에 대한 우려 불식, *소비촉진 분위기 조성 및 중산층 이상의 소비활성화 유도, *정부의 소비활성화를 저해하는 규제 완화와 기업의 신수요 창출 노력이 강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지웅 기자, j2w2165@klnews.co.kr>

[이것이 소비침체의 원인]

가계부채 부담 증가, 신용경색 작용
심리위축에 과도한 해외소비도 한 몫

소비침체가 지속되는 원인은 무엇일까? 지난 16일 삼성경제연구소 발표한 ‘소비침체 지속 원인과 탈출방안’에 의하면 소비침체 지속의 원인은 소비 측면(3개)과 시장측면(2개)을 꼽을 수 있다.
소비측면에서는 *가처분소득 증가율 둔화, 조세.준조세와 경직적 소비지출 증가에 따른 소비여력의 감소, *금융권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신용불량자 문제, 가계부채 증가 및 부채 상환 부담에 따른 가계유동성경색, *조기퇴직과 실업증가, 노후불안 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 등을 꼽았으며, 시장측면에서는 *관광, 교육 등 해외소비의 지속 증가함에 따른 서비스 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있는 점, *정부의 규제완화와 경쟁촉진 미진, 기업의 신상품 출시와 기존 상품.서비스의 가격 인하 등 대응 미흡으로 기업과 정부가 신수요 창출에 소극적인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소비여력의 감소] 외환위기 이후 소득증가율이 낮아져 소비여력이 줄어들었다. 소득증가율은 80년대 이래 14%를 상회했으나 98~2004년에는 6.5%로 급락했으며, 2003년 및 2004년의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각각 4.5%와 4.7%에 불과했다.
세금 및 준조세가 소득에 비해 빠르게 증가, 국민부담이 가중됐다는 것이 또 하나의 소비침체의 지속적인 원인이다. 조세부담률은 1999년 17.8%에서 2003년 20.5%로 크게 상승했으며, 사회보장기여금을 포함한 국민부담률 또한 21.5%에서 25.4%로 높아졌다.

[가계부채 부담 증가와 신용경색] 2003년 이후 소비침체의 주된 요인 중 또 하나는 과도한 부채로 인한 가계부실 문제다. 가계부채 증가율은 2000~2002년간 연평균 35%에 달했으나 2003년 이후 3%대로 하락했다. 또, 가계부채 잔액은 2004년 말 기준 466.3조원으로 1999년 말(214조원)의 두 배 이상으로 나타났으며, 가구당 빚이 1998년 말 1,321만원에서 2004년 3/4분기 말 3,041만원으로 급증했다.
한편, LG경제연구소는 가계부실의 수준이 여전히 높더라도 부실정도가 완화된다면 소비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부실에 영향을 주는 4가지 주요 지표(이자사완비율, 실업률, 가계 흑자율, 금융자산 및 금융부채 비율)를 종합, 단일지수화한 LG경제연구원의 최근 가계부실 측정에 대한 발표에 따르면, 가계부실지수의 전 분기대비 증가율은 작년 1/4분기부터 높아지기 시작해 4/4분기에 정점에 다다랐으며, 완만하게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가계부실의 수준은 여전히 높지만 앞으로 가계부실이 심화되는 정도는 약해진다는 의미이다.

[소비심리 위축]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매우 악화되어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05년 살림살이가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는 가계가 전체의 14%에 불과할 뿐 아니라, 2004년 12월 소비자기대지수는 85.1로 2000년 12월(82.2)이후 최저 수준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런 소비심리가 악화된 또 하나의 원인은 조기퇴직, 실업률 증가와 취업구조 불안을 들 수 있다. 외환위기 이후 조기퇴직이 급증. 고용불안감이 확산됐으며, 경기회복기에도 실업률이 오히려 높아지는 등 고용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또한, 저금리와 부동산가격 불안이 자산소득 계층의 불안을 유발,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과도한 해외소비] 관광, 교육 등 해외소비가 꾸준히 증가하면서 국내소비가 위축되고 있다. 초중고생 유학생이 1998년 1,562명에서 2003년 1만 498명으로 급증하는 등 해외 출국자수와 관광 지출액은 1998~2004년간 각각 2, 3배 증가한 반면, 외국인의 국내 여행 및 유학은 부진, 서비스수지 적자가 급증하고 있다. 2004년 서비스수지 적자는 87.7억 달러로 외환위기 이후 최대 규모로 나타났다.
한편, 국내관광 산업은 업체규모 영세, 전문인력 부족, 차별화된 상품개발 미흡 등으로 인해 경쟁력 제고에 한계가 있어 품질 뿐만 아니라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이 취약하다.

[기업.정부의 시장창출 노력미흡] 소비침체에도 불구하고 기업 및 정부의 수요창출을 위한 노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소비가 2년 연속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높은 편이었으며, 특히 개인서비스 관련 물가는 경기 상황과 관계 없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또한, 금융업의 경우 기업금융을 기피하고 대출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소매금융에 치중 하는 등 신시장 창출보다는 단기이익 확대에 치중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규제완화와 경쟁촉진이 미진해 신상품 출시, 기존 상품.서비스의 가격 인하 등이 부진한 실정이다.
정부의 규제개혁 성과에 대해 기업들의 67%가 ‘별로 없다’고 평가했고, 오히려 ‘악화되었다’고 평가한 기업도 17%에 달했을 정도로 정부의 규제개혁 노력에도 불구하고 민간의 체감 정도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장지웅 기자, j2w2165@k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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