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동차를 새로 사면 고사를 지낸다. 전통적으로 지켜오는 우리민족의 무속신앙 때문이다. 돼지머리를 올리고 막걸리를 떠 놓고 허리 굽혀 세배(三拜)를 한다. 사고 나지 말게 해 달라는 마음을 가지고.
그렇다고 자동차가 안전의 키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안전의 키는 운전을 하는 사람이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새 차에 대고 절을 하는 일보다 필요한 것은 운전자가 지켜야할 도로이용수칙이라도 읽어 보는 일일 것이다.
일본의 택배 처리량 2위사 사가와규빈은 상식을 벗어난 일을 오래 전부터 해오고 있다. 자동차를 운전하는 택배 세일즈맨에 인사를 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이 입사하면 과거 운전경력이 몇 년이 되었든 관계없이 기초적인 운전연수를 시킨다. 이때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자동차에 인사하는 과정이다.
‘나는 ***입이다. 잘 부탁합니다.’ 악을 쓰듯 외쳐대는 구호는 우리가 고사 지낼 때 돼지머리에 형식적으로 절하는 행위보다 더 힘든 일이라 할 수 있다. 자동차에 인사하는 절차는 이제 일본택배의 문화로 자리매김한 모습으로 여겨진다. 이것으로 자동차 사고가 거의 제로에 가까운 결과를 가져다주었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인사하는 문화! 이것을 그 회사는 자동차를 인격체로 보는 것에서 얻어진 결과라고 했다. 자동차를 인격체로 여긴다! 과연 우리는 자동차를 인격체로 여기고 ‘잘 부탁합니다’란 인사를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아직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자동차를 인격체로 여기는 문화에는 그 바탕에 무생물을 생물로 간주하는 문화가 배여 있음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무생물인 고객의 상품을 마치 생물인양 정성을 다 해 집하하고 배달하는 모습 을 보면 무생물을 생물로 간주하는 문화가 우리에게도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상품을 던지고 밟고 깔고 앉고 걷어차기도 하는 등 상품 취급 시 취해서는 안 되는 일을 우리는 쉽게 목격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자동차에 인사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여기는 것이다.
무생물인 고객의 상품을 생물로 간주하고 정성을 다해 다루는 문화. 무생물인 자동차를 마치 스스로 움직이는 인격체로 간주하는 문화로 일본의 택배사업은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으로 성장 발전하는 산업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한상원] 한상물류(택배)연구소 소장 / sohan77@par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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