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증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넘고 국내 주요기업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도 50%를 넘어섰다고 한다. 특히 금년 4월부터 본격화된 외국인들의 국내기업 주신 매수규모는 현재까지 순매수액으로 26조원을 넘어섰고 최근 원/달러 환율이 대폭 하락하면서 외국인투자자들은 국내 주식투자로 2조5,000억원의 확차익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 국내 기업들은 외국인 투자세력으로부터 경영권을 지켜야 하는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키기 어렵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기조차 하다.
상황은 국내 물류업계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해운기업들의 주식에 대한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집이 이어지면서 '적대적 M&A' 설이 오랫동안 나돌고 있다.
물론 이에 대해 '걱정할 것 없다'는 분석도 있기는 하다. 외국인 지분율이 높기는 하지만 단일 투자자 지분이 5%를 넘는 경우가 없어 문제가 안된다는 기업도 있고, 적대적 M&A가 목적이 아니라 지속되는 해운호황의 혜택을 보기 위한 투자라는 해석도 있다. 오랫동안 '외국인 투자자의 위협說'에 시달리고 있는 원자재 수송 전문 국적 해운선사의 경우 국내 굴지의 기업이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도 있다.

우리나라는 지금 동북아 물류중심국가가 되겠다는 희망 속에 글로벌 물류기업들의 국내 진출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현재까지 공항이나 항만 등 물류거점에 대한 외국 물류기업 투자는 가시적인 성과들이 보이고 있으며, 향후 정부가 추진중인 종합물류기업 인증제도 시행과 관련, 제3자물류 시장에 대한 외국 물류기업들의 국내 진출이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물류기업 유치를 통한 비전 구현과 국내 물류기업의 경영권을 외국투자자들에게 넘기는 것은 차원이 다르다.
우리 물류업계에게는 지킬 것을 지키지 못해 맛보아야 했던 암울한 시절이 있었다. 지금도 그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 부채비율을 낮추어 건강한 기업을 만든다는 미명 때문에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해운기업들이 세계 곳곳에 확보해둔 물류거점(컨테이너터미널)을 팔고, 해운기업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인 대형 선박들을 팔아야 했다.
사실 해운기업의 부채는 '부채'랄 것이 없다. 대부분이 선박투자에 따른 부채로, 18년, 20년씩의 장기 수송물량 확보를 전제로 일으킨 금융이기 때문에 세월이 가면 그냥 갚아지는 부채고, 다 갚고 나면 중고선이긴 하지만 배 값 자체가 남는 돈이 된다. 또 부채를 갚아 나가는 동안 벌어들이는 운임수입은 원금과 이자를 갚고도 남아 우리나라의 무역외수지를 개선하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
"관계당국이 이 같은 해운산업의 특성만 제대로 알았어도..." 하는 아쉬움이 남는 과거사다.

우리나라는 지금 경쟁력 있는 국적 물류기업을 키워, 국내 물류산업의 발전과 국내 기업들의 물류경쟁력을 끌어올리는 한편, 해외의 물류수요에서 발생하는 부가가치를 우리 것으로 하자며 나서고 있다.
이런 상황에 우리 물류기업들의 경영권이 외국투자자들에게 넘어간다면 말 그대로 '꿈은 사라지고'가 되고 말 것이다.
'보이지 않는 손'이 지배한다는 글로벌 자유경제체제 하에 살면서 너무 국수적이지 않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남에게 단물 다 빨리고 빈 껍질만 남은 물류대국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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