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림돌이 너무 많다"

- 항공분야 허브 가능성 커
- 불합리한 관행 … 외국기업 외면

외국계 물류기업들은 우리나라가 동북아 물류중심이 된다는 데 있어 다소 부정적이다. '부정적'이라는 표현 보다는 우리 정부가 그려놓은 '그림'만큼의 허브가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이는 역으로 "동북아 물류허브 전략의 타깃 수정이나 방향 수정이 필요하다"는 의미가 된다.

[해운부문의 가능성] 외국계 물류기업들은 '해운' 부문에서의 물류허브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상대적으로 평가할 때 중국과의 경쟁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시각이다.
일단 볼륨이 작다. 물류산업의 성장은 물동량이 좌우한다. 지역 허브 선택에 있어 글로벌 물류기업들이 수송수요가 많기 때문에 서비스를 통한 부가가치 창출 폭이 큰 중국을 선택한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특히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포워더들은 해운선사들의 한국에 대한 타이트한 스페이스 공급에 한계를 느낄 수 밖에 없다. 물량이 급증하는 중국에 먼저 선박 스페이스를 배분하다 보니 한국에서 수송물량을 확보하더라도 스페이스 잡기가 만만치가 않은 것이다.
해운서비스와 관련, 외국계 물류기업들은 우리나라의 높은 내륙 물류코스트에도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입 물류 수요가 서울과 경기지역에 몰려 있는 반면, 수출입 물류 거점은 부산, 광양 등 멀리 있다. 물류코스트가 높은 곳에 허브를 둘 이유가 없는 것이다.
외국계 물류기업들은 우리나라가 해운부문에서는 동북아 물류허브가 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물류코스트가 현재의 3분의 1이나 2분의 1 수준이 되지 않는다면 경쟁력이 없다는 진단이다.

[항공허브의 가능성] 다만 항공의 경우 동북아 허브까지는 아니더라도 '인트랜짓 허브'는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동북아 허브 공항을 목표로 개발중인 인천국제공항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은 것 같다. 공항당국이 당초 약속했던 랜딩 코스트를 낮추지는 않고 알게 모르게 올리고 있다는 데 대한 반발이다.
물론 시설확충, 24시간 통관 등 개선작업이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물류기업들의 '인트랜짓 허브' 결정에 있어 첫번째 이슈는 랜딩 코스트다. 이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오지 않는다.
게다가 인천국제공항은 연계 수송시스템이 열악하다. 외국계 물류기업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인천공항 이용시 비용부담이 커서 물량이 몰리지 않기 때문에 인프라에 여유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물량이 몰린다면 연계 수송상의 한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인천공항을 연결하고 있는 도로는 1개. 게다가 인천공항을 나와 88도로나 강변도로와 이어지는 곳에서는 트럭의 안전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데다 병목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항공화물 서비스는 시간과의 싸움. 따라서 원활한 연계 수송시스템이 갖추어지지 않는 한 허브 역할을 수행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나 공항당국이 인천국제공항 건설 구상초기부터 외국 물류기업에 대한 프로모션을 하지 않은 것도 씻을 수 없는 오점이 되고 있다.
'글로벌 물류기업 유치'를 동북아 물류거점화 작업의 조건으로 설정했다면 인천공항 건설 계획단계 때 외국 물류기업들에게 접근했어야 한다는 얘기다.
외국기업들의 경우 투자계획을 검토, 수립하고 집행하는 데 1년 이상이 걸리는 것이 경영의 관행이다. 다 지어놓고 공간이 남으니까 외국기업을 불러들이려 세일즈하는 '뒷 북치기'로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는 지적.
인천국제공항의 안전불감증도 글로벌 물류기업 유치 전략의 걸림돌이다. 공항내 웨어하우스의 경우 안전문제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운영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다치는 사고가 잦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설은 되어 있지만 '사람'을 생각하지 않는 인프라로 지적받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물류기업들은 안전성을 먼저 고려한 후 투자를 결정한다'고 귀뜸한다.

[불합리한 관행] 某 외국계 물류기업이 한국내 거점 타깃을 경기도와 인천공항 인근으로 잡고 지자체에 조건제시를 주문했다. 그 결과 세제지원 등 내용에 조금도 차이가 없었다.
물론 외국물류기업 유치가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되는 만큼, 세제지원 등 유치조건이 전국적으로 '공통'의 사항이겠지만 비교가 안되는 제안서를 가지고 선택을 하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란 반응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외국기업들은 숫자에 민감하다"면서 "지자체별로 차별화된 전략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한다.
외국계 물류기업들은 우리나라에 투자를 하려 해도 관련법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톱 경영측에서의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고 꼬집는다.
지원기간을 3년, 5년으로 설정한 외국기업 유치를 위한 세제혜택 관련법 규정도 도중에 바뀐다. 검토작업에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는 외국기업들이 검토단계에서 관련법 규정이 바뀌는 국가에 선뜻 투자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판단은 그렇게 어렵지 않게 내릴 수 있다.
이런 경우 외국기업들은 '아직도 한국 정부가 불안하구나'라고 생각하게 마련이다. 외국기업의 의사결정 패턴을 이해하지 못하고, 문화적 갭을 줄이지 못한다면 투자유치에 한계가 많을 것이란 지적이다.
외국계 물류기업들이 보기에 우리나라의 경우 언어장벽도 물류허브화 전략의 걸림돌로 인식된다. '한국 인력은 기본적으로 경쟁력이 있다. 실력이 있다. 그러나 언어가 쫓아오지 못한다'는 것.
'인트랜짓 허브' 역할을 수행하려면 글로벌 커뮤니케이션이 돼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중국의 언어 접근성은 놀랍더라'는 업계 관계자들의 견문담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인프라 등 하드웨어에서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에서도 중국이 우리의 무서운 경쟁상대임을 직감하게 되는 대목이다.

[정책적 한계] 물류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때 국가가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계 물류기업들은 지난해 일어난 화물연대 파업시 우리나라 정부가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는 점을 기업하고 있다.
외국 물류기업의 한 관계자는 '군중심리'를 언급하면서 "화물연대 파업시 파업을 원하지 않는 차주들도 있었을 텐데, 이해가 되지 않더라"고 말한다. 게다가 수출입 화물이 꽁꽁 묶여 있는데도 정부가 해결책을 제대로 내놓지 못함으로써 '한국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더욱 강하게 각인시키고 말았다는 분석이다.
화물연대 파업 이후에 나온 정책들도 사실 대안이 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계 물류기업들이 한국의 동북아 물류거점화 방안에 대해 언급하면서 가장 먼저 제시하는 것이 '노사 문제에 대한 정부차원의 해결 노력'인 것도 맥을 같이하는 대목이다.

[중국에 대한 시각] 외국 물류기업들은 중국을 겨낭하고 있다. 일단 볼륨이 크다. 물론 중국의 경우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측면에서 지역 허브로서의 역할을 소화하기 역부족이다.그러나 '백지 상태이기 때문에 거점화 작업이 쉽고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 외국계 물류기업들의 인식이다. 이 같은 인식이 장기적 안목을 바탕으로 한 중국 투자를 촉진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중국의 경우 땅 덩어리가 넓기는 하지만 각 省의 의사결정력이 빠르기 때문에 각 부처나 지자체들이 따로따로 움직이는 우리나라에 비해 투자하기가 편하다는 평가다.
외국 물류기업들은 향후 우리나라가 중국의 환적화물을 만족스럽게 유치해 내지는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항만 인프라가 그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아예 우리나라 화물이 중국 항만에서 환적될 것이란 예측다 나올 정도다.
중국은 현재 항만 인프라 확충을 통한 동북아 물류허브화 전략과 함께 서부대개발, 동북공정 진행으로 내륙경제의 발전에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국제물류패턴이 도로, 철도 등 육운과 해운, 항공이 혼합된 복합물류중심으로 변화되어가고 있다.
이 같은 중국 물류시장의 환경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준비와 장기적 관점을 투자가 요구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외국계 글로벌 물류기업들은 세계적인 네트워크와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장기간에 걸쳐 중국에 대한 체계적 조사와 사업계획을 수립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해 왔기 때문에 급증하는 중국 물류수요를 흡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어 경쟁우위에 올라서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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