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물류개혁 과제는 화주물류 개선
- 중소물류업자 우우르는 지원정책을...

(사)한국물류협회가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지난 1984년 9월 한국물류관리연구원이 출범할 당시 우리나라에는 ‘물류에 대한 개념’이 없던 시절이었다. 기업들의 규모나 물동량도 작았을 뿐 아니라 모든 기업들이 생산과 판매에만 시선을 집중하고 있을 때로, 물류가 기업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던 때이다.
이런 환경속에서 ‘물류가 좋다’는 마음을 낸 인물이 있다.
한국물류협회의 산파역을 한 서병륜 회장은 “물류가 좋아 시작했지만 당시에는 물류가 이렇게 중요한지 몰랐으며, 연구원을 출범시키면서도 ‘한국의 물류를 협회를 통해 이끌어 가보겠다’는 식의 장기적 구상은 하지 못했다”고 되돌아 본다.
우리나라의 경우 90년대 들어 물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임의단체인 물류연구원으로는 안되겠다고 판단, 사단법인화를 추진 (사)한국물류협회로 재탄생한 것이다.
서 회장은 지난 20년간 물류협회가 물류의 중요성 인식확산과 함께 물류전문인력 양성에 크게 이바지했다고 평가한다.
협회는 80년대 해외 벤치마킹 등 학습기를 거쳐 90년 조직화단계에서 물류관리사 양성을 시작했다. “사람을 키워야 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물류관리사 제도가 공식 도입되기 전 시기인 1990년부터 1997년까지 협회는 15회의 교육과정을 통해 300여명의 물류전문가를 키워냈고 물류관리사가 국가자격증 제도화한 후 지금까지 5000명 정도의 공인 물류관리사가 배출됐다.
서 회장은 물류관리사 자격증 소지자들이 물류분야에서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고 있음을 안타까워 하면서 “앞으로 배출 인력들이 모두 물류분야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 조성에 힘쓰겠다”고 말한다.

세계 1위 물류국 된다

서병륜 회장은 발아기에 있던 한국물류가 한 차원 승화된 계기를 ‘88 서울올림픽’과 ‘6.29선언’으로 꼽고 있다.
그는 “88 올림픽 이후 우리나라 경제는 그 규모가 급격히 커졌고, 6.29 선언을 통해 정치자유화와 경제자유화의 진전과 함께 노조활동이 활발해지면서 기업들이 인건비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면서 “물동량 규모의 확대, 인건비 상승 등은 기업들로 하여금 물류에 대한 관심을 불러왔다”고 설명한다.
서 회장은 우리나라가 세계 1위의 물류대국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는 세계 12위의 경제국이라는 위상에 맞는 물류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다며 한국 물류수준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 12위라고 해서 물류가 12위에 머물러 있을 이유는 없다. 1위 물류국이 되자는 것이다.
그는 “우리의 목표는 경제규모와는 관계없이 세계 최고의 물류국가가 되는 것이어야 한다”면서 물류대국으로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이 많다고 강조한다.

“기업경영 = SCM경영”

우리나라 물류가 발전하려면 물류서비스 수요자인 화주들의 물류가 발전해야 한다는 것이 서 회장의 지론이다.
“그동안 우리는 물류를 물류서비스 분야로만 국한해서 인식해 왔고, 이 같은 인식이 한국 물류발전의 걸림돌이었다”는 것이 서 회장의 진단이다. 제조업 등 화주들의 물류체계가 어떻게 개선되고 발전하느냐가 한국물류산업의 미래를 결정하는 열쇠라는 얘기다.
서 회장은 “품질이나 판매수준이 평준화되어 있는 현재 화주업계에서 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SCM”이라면서 ‘기업경영=물류경영’ 다시말해 ‘기업경영=SCM 경영’이라는 새로운 인식 등식을 제시한다.
그는 “도요타 자동차의 사장이 일본물류협회(일본 로지스틱스 시스템협회)의 회장이라는 사실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서 “우리도 현대자동차, 삼성전자의 최고경영자가 협회 회장이 된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물류에 대한 인식 확산속도는 물론 물류개선 속도 역시 빨라지리라는 것이다. 요는 한국 물류의 발전과제는 ‘화주들의 물류관리 수준 선진화’와 ‘고객기업들이 주체가 되는 물류정책’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관련, 서 회장은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종합물류기업 인증제도가 물류서비스 중심 제도임을 꼬집고 있다. 특히 대기업 중심의 종합물류기업 제도는 제도 도입의 취지를 만족시키지 못할 것이란 시각이다.
서 회장은 “대기업 위주의 종합물류기업 제도로 소외될 수많은 중소물류업자들을 어떻게 하겠다는 뜻인지 모르겠다”며 이들 중소물류업자들을 활용하는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대형 물류회사 몇 개가 대한민국 물류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은 오산이다”며 “중소기업의 얼라이언스에 대한 종합물류기업 진입을 대폭 허용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전국 산단공 물류공동화를…

그는 우리나라 물류의 희망을 ‘공동물류’에서 찾고 있다.
이미 한국파렛트풀㈜(KPP)를 통해 공동물류의 모델을 제시해온 서 회장은 “범국가 규모의 한국 공동물류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나의 꿈”이라고 말한다. 파렛트 공동화 시스템인 KPP 시스템에는 현재 5만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500만 매의 파렛트로 5만개 기업의 물류를 시스템화한 것이다.
그는 한국 물류의 시급한 과제는 ‘전국 산업단지공단의 물류공동화’라면서 이런 것을 동북아시대위원회가 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서병륜 회장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21세기 한국물류의 동량이 될 것임을 자임하고 나선 한국물류협회의 비전 구현을 위해 미력이나마 보태겠다며 말을 맺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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