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류수요는 새로운 시장에서만 창출되는 것이 아니다. 기존에 존재하는 모든 비즈니스를 물류라는 잣대를 대고 다시 한번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런 사례를 일본의 음식유통 비즈니스에서 찾아보자.
일본의 특송업체로서 국내에 잘 알려진 야마토운수는 생선배달이라는 새로운 물류컨셉으로 매출 1조엔을 돌파했다고 한다. ‘생선배달과 물류’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단어들의 조합에서 물류산업의 진화과정을 이해할 수 있다. 일본은 생선을 날것으로 먹는 ‘사시미(생선회)’가 매우 발달되어 있고 이웃국가인 우리나라와 중국은 물론 세계 어디에 가든 중국의 중국 요리집과 일본의 생선회집을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음식의 세계화, 대중화가 이루어진 오늘의 현실이다.
야마토운수의 물류서비스는 일본 전국의 바닷가에 위치한 50여개 생선 도매상에서 오전 5시에 물건을 받아 주요 물류센터에 집결시킨 후 항공 트럭 등의 배송망으로 전국 요리집 450곳에 오후 4시 요리집의 개점시간 이전에 배달해준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제주도의 갈치가 제주도에서 갓 잡아 싱싱한 생선회감으로 항공편을 통해서 수도권과 중부권에 오전10시까지 제주갈치 음식점으로 배달하여 갈치조림은 물론이고 예전에는 맛볼 수 없었던 갈치회의 싱싱함을 직접 중식시간에 맛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사실 일반횟감 중에 가장 맛보기가 힘든 생선회가 멸치회, 고등어회, 갈치회라고 하지 않았는가? 갓 잡아 올린 생선 중에 제 스스로 성질에 못 이겨 뭍에 올라오면 바로 죽어버리고 비린내를 풍기는 3대 어종 중에 갈치회는 제주도의 특산물과 물류를 결합시켜 성공한 비즈니스라고 해야 할 것이다.

야마토, 생선물류로 매출 확대

야마토운수는 상품이 생선이라는 게 특이할 뿐 배달방식과 요금기준이 일반 상품과 똑같다는 것이다. 야마토운수가 내걸고 있는 정확성, 스피드, 저온보존의 물품보관방식의 노하우가 생선배달에서도 빛을 발한 것이다. 신선도가 유지되어야 하는 화물의 경우는 그 화물의 특성에 맞춰 운송거리와 특수 운송차량의 운송방법 등을 정확히 측정하여 고객의 니즈에 맞추는 것이 물류서비스의 차별화 전략이고 차별화된 서비스에 맞는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바로 물류에서의 Trade-off가 아니겠는가.
요리집인 고객은 상품의 주문을 5,000엔에서 8,000엔어치를 주문할 때 배송료 1,400엔만 내면 산지가격에 싱싱한 생선을 받아볼 수 있어 대단히 만족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서해에서 잡히는 대표적인 어종인 조기도 한국 어부가 잡으면 국산조기로서 당당하게 대접(?)을 받으면서 고가에 소비자에게 팔리지만, 중국어부가 잡으면 바로 중국산으로 바뀌어 제값을 못 받는 처지가 된지도 오랜 세월이 흘렀다. 똑같은 조기어종이 어찌하여 국적이 다른 배에 잡히면 가격도 1/10밖에 되지 않고 가끔 방송에서 등장하는 단골메뉴처럼 조기배속에 이물질이 들어있고 부패한 생선으로 낙인찍히는 지 이상할 뿐이다. 바로 중국과 우리나라의 생선유통. 가공을 포함한 물류시스템의 차이가 소비자의 입장에서 가격의 차이로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야마토운수는 영업개시 2년만에 연평균 수입 5억엔으로는 전국 개인식당들이 사들이는 음식재료 시장이 6조엔 규모에는 턱없이 모자란다는 것으로 향후 성장 여력을 감안하면 신규 물류시장으로서 시장확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바로 물류산업은 독립적인 비즈니스 영역이 아닌 기존 비즈니스를 새로운 컨셉으로 재 창출할 수 있는 산업이라는 것을 입증해주고 있다.

국내시장 좁다고만 해서는 안돼

현재 국내의 물류산업은 기존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야 생존이 가능하다. 무작정 국내 물류시장의 영역이 좁다고 해외시장을 개척해서 성공할 수 있는 확신도 그리 높지않은 것이 물류산업의 특성이다. 싱가포르의 물류산업처럼 국가가 몇몇 물류기업을 보호하고 정책지원하여 기업의 외형과 내실을 다졌다고 하더라도 오랫동안 경쟁의 틀 속이 아닌 온실속의 보호산업으로 성장한 경우에는 좋은 조건의 경영환경하에서 대외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생존한다는 것이 여간 쉽지 않다.
물류는 기존 비즈니스와 접목하여 성장할 때 전혀 예기치 못하는 결과를 창출하곤 한다. 예를 들면, 서해안고속도로의 종착인 목포 인근의 해남과 무안에서는 예전부터 특산물로 유명한 ‘세발낙지’가 있다. 서해안 고속도로가 개통되기 전까지는 세발낙지의 공급(조달)도 많지 않았고 가격도 지금처럼 높지 않았다. 하지만 서해안 고속도로가 개통되자마자 기존 ‘세발낙지’시장이 새로이 확대되고 가격도 수요에 맞게 올라가면서 일반인들도 특산물의 새로운 맛을 느끼게 된 것이다.
싱싱한 세발낙지를 수도권에서 즐기는 것보다는 직접 잡아 올린 무안과 해남에서 맛을 보는 재미를 선물한 것이다. 육로운송의 대표격인 고속도로가 시간별 개념인 항공운송가 다르게 반나절의 기준치인 오전과 오후로 나뉘는 것이기에 아침에 잡은 ‘세발낙지’를 수도권보다는 현지에서 먹는 비즈니스로 정착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시장에서 수요를 만들자

국내경기의 부진에 따라 국내 물류시장이 좁다고 생각하는 물류기업들이 많을 것이다. 국내시장의 공정한 경쟁 룰을 통해서 경쟁하고 경쟁력과 노하우를 주변 이웃 국가인 중국에 돌리는 것도 성공의 확률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기존 다른 성장 가능하거나 규모가 있는 비즈니스에 물류서비스를 접목시켜 새로운 물류산업을 창출할 수 있는 시대가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 단순한 물류기능을 통한 비즈니스는 경쟁에서 빠르게 도태되고 새로운 물류컨셉으로 물류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기업만이 미래의 물류산업의 주도권을 갖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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