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파악·대응능력 부재… ‘물류정책 실종’ 비난

근본적인 제도개선에 나서야 할 때

[포커스] 화물연대 파업사태

정부의 부실한 물류정책과 안이한 대처능력이 결국 최악의 물류사태를 가져왔다. 그리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화주기업과 국가경제가 떠 안게 됐다.
전국하역운송노조 화물연대 포항·경남지부 화물차 차주와 운전기사들의 집단 물류 방해행동이 화물운전 차주들의 파업행위를 벗어나 국내 2, 3차 가공산업인 조선, 자동차, 건설, 전자업계에 심각한 피해를 미치고 있다. 처음 파업이 일어난 철강업계의 1일 피해액수만도 200억 원에 이르러 전체 국내 산업의 피해액을 합산하면 천억 원대를 훌쩍 넘는 어머 어마한 피해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이번 파업의 해결방법이 단순히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경유세 인하,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 운임인상 등을 들어준다고 해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더 하다.
출범 직후 ‘동북아 비즈니스 중심국가’의 기치를 내건 정부에 과연 ‘물류정책’이 존재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안이한 정부대응이 화근
화물연대는 이미 지난 3월부터 △도로비 인하 △경유가 인하 △지입제 및 다단계 알선제 폐지 등을 기본 조건으로 요구하며 지속적으로 대정부 협상을 벌여왔다. 그러나 화물연대측이 지속적으로 정부측에게 대화와 제도개선을 위한 공청회 참여를 요구해 왔으나 정부측의 미온적인 대처로 인해 결국 파업을 자초하기에 이르렀다는 지적이다.
지난 3월 24일 전국운송하역노조 산하 화물연대는 정부관계자와 화물연대 간부들이 참여한 가운데 공청회를 열고 앞서 제기된 문제를 대화를 통해 풀려는 시도를 했다. 그러나 정작 이날 공청회에 정부 관계자는 단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화물연대 관계자는 “너희는 떠들어라. 우리는 관심 없다”는 식의 미온적 대처가 결국 현재와 같은 물류대란을 자초했다고 지적했다. 본격적인 파업이 진행중이던 지난 2일에는 도로공사로부터 ‘도로비 인하 불가’ 결정만을 통고 받았을 뿐이다.
건교부는 파업이 한창 진행중인 8일에서야 부랴부랴 “우리 부에서는 이미 다단계 운송 및 주선행위 등 불법운송행위가 만연할 경우 운송시장질서의 문란은 물론 물류비 증가를 유발하는 등 문제점이 많아 자체계획을 마련하여 이를 철저히 단속하고 처벌할 것을 각 시·도에 지시하고, 관련 업계에도 다단계운송행위를 하지 않도록 협조 요청한 바 있으나 아직까지 시정되지 않아 집단민원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애매한 해명만을 했을 뿐이다. 건교부 또 ‘화물운송 다단계행위 근절대책 시행지침’을 각 시도에 내려보내는 것으로 그쳐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한 제도개선에 대한 의지는 보여주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파업에 대해 정부측은 주무부서 담당자도 건설교통부, 산업자원부, 행정자치부 등으로 나눠져 있어 직접적인 책임부서가 없는 상황에서 파업에 대처하고 있어 파업협상에 어려움을 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익명을 요구한 물류업계 관계자는 “정부 관계자들은 일개 화물차 운전자들이 파업을 한다고 해서 국가의 물류체계가 한 순간에 대혼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애초부터 화물연대라는 조직에 대해 과소평가를 함으로써 스스로 화를 자초한 셈”이라고 꼬집었다.

■예고된 파업… 원론적 대처
이번 파업은 이미 예고된 것이었다. 지난 1일 노동절 저속운행 투쟁을 벌였던 화물노조원은 “지난번 철도 파업을 앞두고 ‘물류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보도가 있었지만 정부는 철도 분담률은 전체 수송량의 10%도 채 안 된다는 식의 대응만 했다. 이런 정부에서 지난 1일 벌어졌던 저속운행 투쟁을 무시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화물연대 관계자는 “지난 저속운행 투쟁은 국내 대다수 물동량이 화물차량으로 운송되는 현실에서 화물차가 파업을 하게되면 진짜 물류대란이 일어나게 될 것이란 것을 경고한 것인데 이번 물류대란은 정부가 그런 경고를 무시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현정부가 보여준 대응능력은 더욱 한심한 수준이다. 파업 직후 열린 지난 5월 6일 국무회의에서 노무현 대통령은 “물리력이 동원되고 사태가 이렇게 진전될 때까지 관계 장관들에게 보고 받은 바 없다”면서 행정자치부 장관과 건교부 장관에게 파업 현황 및 대책을 물었지만, 두 장관은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해 강한 질책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사회질서를 무너뜨리는 일방적인 불법 집단 행동을 용납될 수 없다”는 원론적이고 단호한 입장만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 사태의 원인을 파악해 치료하려는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화물연대는 이 같은 정부대책에 대해 “정부가 이번 파업의 태생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 산업의 가장 하부구조에 있는 노동자들의 눈높이를 맞춰는 것이 이번 파업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근본적인 해결이 필요하다
전국운송하역노동조합(위원장 김종인)은 8일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물류대란을 조속하게 해결하기 위하여 5월 13일로 예정되어 있던 정부측과의 협상을 앞당겨 12개 의제에 대한 일괄 집중교섭을 지난 9일부터 진행하자고 정부측에 제안했다.
이번 파업사태의 해결은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는 것처럼 단순한 운임인상 문제를 둘러싼 것만은 아니다.
현재 노조가 요구하고 요구사항 가운데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다단계 알선 근절과 고속도로 휴게소 개선, 노정협의 기구 구성 등 3가지로 압축된다. 이중 다단계 알선 근절은 그 연결고리가 다양한 이익단체와 묶여있어 피상적인 노력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한 사안이다. 때문에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이번과 같은 사태를 불러올 불씨를 안고 있는 셈이다.
또한 경유세 인하, 통행료 인하도 여타 산업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받아들여지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장기적인 해결방안이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이번 파업의 해결방안은 노조측이 주장하는 요구사항을 단순한 입장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안목에서 사용자와 정부 및 노조간에 눈높이를 맞추고 정부와 사용자들의 전향적인 해결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손정우 기자, jwson@kl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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