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선 새색시 밖에선 베테랑 과장

한달전쯤 결혼식을 올린 새신부가 있다. 아직은 집안 일이나 결혼생활의 모든 것이 서툴지만 밖에선 아무도 그녀를 초보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녀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그녀를 베테랑 과장으로 한수 접어준다.
올해 32살의 조영숙 과장. 한국머스크(주)에서 그녀가 하는 주업무는 세일즈 파트의 업무를 후방에서 지원해주는 임무. 모든 전투가 그러하듯이 해운비지니스도 전후방을 따로 구분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일선에서 뛰는 세일즈맨들이 푀일선 전장터를 누빈다고 하지만 조과장 역시 그녀만의 전쟁터에서 치열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그녀는 지난 90년 대학교를 졸업하자 마자 머스크에 입사했다. 올해로 8년째. 처음에는 미주 인바운드 파트에서 일을 하다가 지금의 마케팅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지금은 9명의 식구가 마케딩 업무를 담당하고 있지만 초기엔 2-3명뿐. 맡은 그때는 업무도 통계위주의 업무에 그쳤지만 지금은 마케팅 부서다운 모습으로 변모했다.
“처음 마케팅 부서에 왔을 땐 사람이 적어 야근을 많이했어요. 그땐 힘들었지만 지나고 나니까 좋았던 것같아요. 지금은 안정을 찾아가니까 더 좋지만...”
그녀가 있는 마케팅 파트에는 미국인 부장과 그녀를 포함 2명의 과장이 있다. 하지만 서열에 대한 의미를 따지기 보단 각자 맡은 업무 분담이 잘돼있어 톱니바퀴처럼 잘 돌아간다. 여느 외국회사나 마찬가지겠지만 여자라고 해서 받는 불이익도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남자직원들이 세일즈 일선에서 뛰는 ‘스트라이커’라면 여자는 특히 마케팅 부서의 일은 스트라이커에게 볼을 배급하고 안방을 지키는 게임메이커와 리베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성차별이요? 그런 건 없어요. 각자 맡은 업무영역이 확실하기 때문이죠”
그녀는 “어디고 편한 업무는 없다.”고 말한다. 그녀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다같이 적용되는 말이겠지만 그녀가 말하는 의미는 좀더 다른 것같다. 편한 일만을 찾아서 할수는 없다. 또 요령을 피운다고 일이 쉬워지는 것도 아니다. 어디서 무슨일을 하든 ‘편한 일은 없다’는 생각을 부정적인 것이 아닌 긍적적인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그말은 ‘편한 일도 없지만 그렇다고 하지 못할 어려운 일도 없다’라는 말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녀는 자기에게 주어진 일은 최대한 빨리 해치운다(?). 일을 맡겼는데 늦었다는 소리를 듣기 싫어 무슨 일이 있어도 데드라인은 꼭 지킨다고 한다.
물론 그녀라고 마냥 일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8년이 지나다 보니 가끔 지칠때도 있다. 그래서 그녀는 2-3년에 한번씩 작은 반란(?)을 꿈꾼다. 열흘에서 보름씩 휴가를 얻어 훌훌 털어버리고 여행길에 오르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다녀온 곳이 이탈리아, 미국 등이다.
특히 미국은 회사에서 휴가겸 연수삼아 펜실베니아로 연수를 보내준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학교 다닐때부터 해보고 싶었던 일이에요. 영어가 많이 늘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곳에서 공부하면서 배운 비즈니스 회화가 큰 도움이 돼요.” (지금도 회사의 배려가 고맙다고 한다.)
한 회사의 과장이란 직함때문인지 그녀는 회사자랑도 빼놓지 않는다.
“머스크는 단일 선사로는 세계에서 제일 큰 선삽니다. ‘덴마크의 삼성’이라고 할까요. 무엇보다 투자를 아끼지 않는 회사죠. 국적선사에게 물건을 맡기는 것도 괜찮치만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머스크도 한번 이용해 보세요.”<김성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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