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사를 위한 협회가 아니었다”

정부, 기업, 단체 등 화려한 인물들이 모였다고 떠들석 했던 물류정보협회가 설립된 지 2년도 못돼 파탄의 나락으로 떨어지며 업계의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누가 협회를 이 지경으로 몰고 갔을까. 협회가 몇몇 특정인에 의해 좌지우지됐다고 비난받고 있는 근본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여기에는 무책임했던 김도현 회장과 협회를 떡주무르듯이 했던 인물들의 책임이 크다는 것이 협회 직원들과 회원사 관계자들의 얘기다. 협회는 회원사의 이익을 대변하고 애로해결을 위해 연구노력할 때만 존재이유가 있는 것인데 이를 무시해버린 처사가 결국 법정에 까지 서는 불명예를 지게 됐다.

*용역비시비 법정에서 심판

물류정보협회가 이처럼 막다른 길로 치닫게 된 것은 지난해 떠들석했던 용역비 지급시비를 빼놓을 수 없다. 아직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게 되었지만, 이를 계기로 그동안 숨겨져왔던 협회부실운영의 실체가 백일하에 드러나게 됐다.
관련업계에서는 한국통신의 종합물류정보망사업관련 용역이 설립된 지 채 일년도 되지 않고, 연구인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수주실적도 전무한 협회에 발주가 된 것부터 많은 의문을 제기해 왔었다.
그러나 국가기간망 사업의 토대인 ‘종물망 서비스방안’은 부실에 부실을 거듭한 채 진행됐고, 종물망 사업의 주무부처인 건교부와 사업자인 한국통신은 근본적인 문제해결보다는 자신들에게 불똥이 튀는 것을 막는대만 급급해하고 있다. 협회의 법인인가를 승인했던 정통부도 아무런 조치없이 관리감독에 대한 책임을 소홀히 하고 있어 책임소재를 분명히해야 한다는 업계의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협회에서 세차례에 걸쳐 전액지급하기로 했던 용역비는 10월31일에 1차분 2천만 원만 지급하고 5천만원이 미지급된 상태이다. 현재 협회재정은 텅비어있는 상태. 용역팀은 어떻게든 협회를 존속시켜 용역비를 받을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해 단국대는 협회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용역팀은 김도현 회장과 최규용 국장을 상대로 형사소송을 제기할 태세여서 결과가 주목되고 있다.

*회장의 실험무대는 실패작

김도현 회장은 95년 문체부 차관을 끝으로 공직생활에서 물러났지만, 김영삼 전대통령과 같은 민주계로서 힘있는 정치인이었다. 최규용씨는 이런 정치인을 영입한다는 것은 협회가 설립하고 운영할 때 상당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김회장을 전격 영입하게 된다. 김회장도 공직에서 물러난 뒤 정치적 발판을 마련하고자 고심했던차에 민간단체장자리를 수락했다.
이런 김회장의 힘은 협회 설립때부터 발휘했다. 김회장이 회장이라는 것에 많은 기업, 단체, 개인이 발기인과 이사로 참여하였고, 특히 법인설립신청후 15일만에 초고속으로 인가가 떨어져 진가를 발휘했다.
그러나 김회장은 정치인에 불과했다. 명함을 줄 때마다 자신의 이름을 한자로 적어주고 집전화번호까지 세세히 적어주는 인자함과 친절함을 보였지만 협회일에 대해서는 허수아비 회장으로 평가받기에 이르렀다.
모든 운영을 비상근 국장이었던 최규용씨와 한왕환 부회장에게 맡기고, 최국장은 자신의 대학후배인 김흥구 사무차장과 함께 실질적으로 협회를 운영했다. 더우기 김회장은 최국장에게 직인을 맡긴 채 인사결정권과 재정결정 등을 행사하게 하는 월권행위를 방관하기까지 한 것으로 협회 직원들은 말하고 있다.

*용역비는 어디로 사라졌나?

지난 2일 협회직원 아무개씨는 강남의 한 법률 사무소에서 ‘불투명한 지출에 관한 사실확인서’에 대한 인증을 섰다.
내용인즉 “한국물류정보협회는 ‘종합물류정보전산망 서비스 및 사업발전방안 연구’용역과 관련하여 97년5월28일 부로 한국통신기술로부터 용역비 잔금을 전액 받았는데(중도금 포함 총2억4천만원), 얼마후 명확한 지출근거없이 협회돈 3천만원을 최규용 국장이, 1천만원을 김도현 회장이 각각 개인용도로 가져갔다”는 내용이다.
특히 97년 11월부터 직원들에게 봉급마저 지급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연구위원과 협회 지출내역을 조사해보니, 협회를 사실상 운영해온 최규용국장이 지출명목에 비해서 과다하게 비용을 청구하여 협회돈을 수없이 인출해간 사실을 발견했다고 적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협회 연구위원으로 근무했던 K씨는 D항공에 근무하다 최규용 국장 권유로 물류정보협회로 직장을 옮긴후, 개인적으로 5천만원을 조달하여 97년 10월 31일 단국대에 용역대금 1차분 2천만원을 대신 갚아주기까지 하였다고 한다. <정락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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