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상황에서 선주협회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이는 지난 20일 재임된 조수호 한국선주협회 신임회장의 一聲이었다. 회원사인 국적외항선사들이 금융대란과 IMF 한파로 투자축소, 인원감축 등 구조조정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내는 회비로 운영되는 협회를 기존체제대로 운영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괴리]라고 판단한 것같다. 사실 선주협회는 해운항만분야에 있어 가장 큰 맏형격인 단체여서 여타 관련단체에서 구조조정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인다.
협회 회장단들은 수차례의 회동을 통해 ‘심사숙고’했다고 전해진다. 일단 협회 상근임원(전무 1인, 상무 3인)중 상무를 모두 사임시켰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거기다 외항해운업체들의 가장 많은 업무가 이루어지고 있는 부산지부를 폐쇄한다. 물론 잠정적이라는 단서가 달리긴 했지만.
런던지부도 설치 1년만에 폐쇄시킨다. 국제 해운의 메카인 런던에서의 지부의 역할에도 불구, 지부운영에 따른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폐쇄되는 부산지부 직원 3명과 전체의 20% 감원 결정에 따른 서울본부 직원 5명 등 비임원 직원 8명도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인원감축과 함께 조직도 대폭 정리된다. 현재 6개부를 4개팀으로 통폐합한다. 총무부와 비상기획부가 총무팀으로, 조사홍보부와 국제부가 국제팀으로 각각 통합돼 기존 업무팀(업무부), 해사팀(해무부)과 함께 4개팀을 이룬다. 팀장은 부장, 이사직급중 회장이 보임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1 전무이사 체제로 운영될 선협 임직원들의 급여체계도 연봉계약제로 바뀐다. 근무성적에 따라 모든 것이 결정되는 것이다.
그동안 선협 내외에서는 선협 주변 선사협의체의 선협내로의 통폐합이 간간이 논의가 되거나 설왕설래하기는 했지만 선협자체의 구조조정이 논의되지는 않았었다. 그만큼 이번 선협 구조조정은 놀라운 사건이 됐고, IMF 한파나 현재의 국내사정이 어느정도의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지는 새삼 느끼게 하는 사례가 된 것이다
20일 협회 회의실에서 열린 총회장은 침울했다. 사무국 전무이사의 97년 업무보고와 결산보고, 98년 추진계획과 예산보고는 아예 서면보고형식이 돼 버렸고 회장이나 전무이사의 상황설명도 뜻은 분명했으나 표현이 분명치가 않았다. 구조조정을 통보해야 하는 입장이 그만큼 힘들었다는 증거다.
요는 회비를 내는 회원사들 자체가 임원의 감원, 투자축소 등 긴축살림을 해야할 판인 만큼 협회도 씀씀이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 결론이다. 이는 98년 예산내역을 보면 극명하게 나타난다. 물론 이날 총회에서 잠정 통과된 예산은 조직개편과 인원감축 작업이 끝난 후 재편성된다. 더 줄어들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와관련 조수호 회장은 이날 통과된 예산을 ‘가(假)예산’이라고 칭하면서 운영비, 인건비가 확정되면 회장단이 다시 실제 예산안을 확장해 회원사들로부터 서면 승인을 받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회비 장기채납 등이 협회 운영을 어렵게 하고 있으며 회원사 감소, 회원사 운영 선복의 감소 등으로 회비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이는 만큼 가예산보다 더 예산이 감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회장단회의에서도 예산감축을 결정하는 데 많은 진통이 있었다고 전했다.
趙회장이 假예산이라 표현한 올해 수입예산을 보면 회비 장기체불로 제명처분된 한라해운, 삼선해운, 장영해운 등 3개사의 기본회비 결손분 4,200만원(3사*1,400만원), 3개사 월납회비 결손분 2억6백만원(부과톤수 42만3천톤) 등을 축소해 잡은 22억4천1백만원으로 잡혔다. 이는 전년도 예산 25억8천9백만원에 비해 13.4%가 준 것. 나머지 32개 회원사의 운항선대 감소도 감안했다고 한다.
해외출장억제, 접대비, 홍보비 등을 감축 사업비를 14.8% 줄이는 한편 런던사무소를 폐쇄하는 대신 현재 agency를 설치해 예산을 감축하고 BIMCO 탈퇴, 해사재단 지원축소, 접대비, 업무지원비를 대폭 감축하는 등으로 지부운영비를 8천8백만원(37.8% 축소) 줄었다.
이사급 한사람(정해룡 이사)이 나가 있는 런던지부의 경우 지난해 운영비만 전체 협회 1년살립(97년 집행액 24억6,620만241원의 6.6%인 1억6,195만7,271원이 쓰였다. 협회는 일단 런던지부를 런던대표부(representative, agency 임명)로 격을 낮추고 올 예산도 전년대비 48.2% 줄인 8,400만원으로 잡았다. 만약 런던사무소를 지난해 수준으로 운영하려면 환율급등을 반영 70% 가량 증액된 2억7천5백만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인건비는 기구개편 등의 방법으로 20%의 인원을 감축하거나 부대인건비를 삭감하는 것을 기본방침으로 했다. 기본급과 상여금을 20% 줄였고 호봉도 동결시켰다. 여타 수당도 폐지해 인건비에서만 1억3천6백만원, 전년비 15.2%를 줄였다.
회원사들은 물론 선협내에서도 구조조정의 불가피를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외항해운업계의 활동 핵심부인 부산의 지부를 폐쇄해야 했느냐는 반론이 선협내외에서 강력하게 제기되고 있고 일반직원들까지 감원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데 대해서도 불만이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김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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