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확보능력 부족…인수 후 추가투자도 부담 적지 않아

오는 4월 말경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앞둔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예비입찰이 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예비입찰은 우선협상대상자를 뽑기 위한 사전 작업이라 표면적이든 물밑에서든 치열한 입찰 경쟁이 펼쳐져야 하지만, 좀처럼 분위기가 달아오르지 못하고 있는 것. 아시아나 화물은 다양한 노선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2위 항공화물업체다. 또한 이 정도 규모의 업체가 M&A 시장에 나오는 것은 국내 항공화물업계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이번 예비입찰 흥행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예비입찰에 참여한 LCC들의 반응이 미온적인데다 대기업 등 외부의 투자 참여도 지지부진하고, 향후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한 지속적인 투자에 의문이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모펀드들, “투자금 마련 여건 어렵다”
아시아나 화물은 12개국, 25개 도시를 운항하는 21개 노선과 11대의 화물기를 보유한 대형 항공화물사업체로 지난 2023년 매출액 규모는 1조 6,071억 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액이 다소 하락했지만 국내외에서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으며, 현재 항공화물시장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기대할수 있는 미주 노선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라는 평이다.

특히 LCC들 입장에서는 한 단계 더 성장하려면 미주지역 등 장거리 노선 운수권과 슬롯(공항 사용 권리)을 확보하는 것이 유리한데 운수권 허가나 슬롯 확보는 기업이 원한다고 아무 때나 획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인수에 성공하면 이러한 문제가 단숨에 해결된다.

그러나 현재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업 중 애경그룹을 모기업을 둔 제주항공을 제외한 에어프레미아(JC파트너스), 이스타항공(VIG파트너스), 에어인천(소시어스)은 모두 사모펀드가 주인인데, 이들의 자금력이 매각 대금을 마련하기에도 벅찬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사모펀드들이 끌어모을 수 있는 자금은 9,000억 원에서 최대 1조 3,000억 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 대금은 5,000억 원 내외 수준. 여기에 부채 1조 원이 붙고 고용 문제나 노후 화물기 교체 등으로 인수 후에도 5,000억 원 내외의 비용 지출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모두 더하면 1조 7,000억 원에서 최대 2조 원에 육박한다. 때문에 사모펀드들은 물밑에서 공동으로 투자할 기업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현실은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제주항공의 모기업인 애경그룹의 경우도 2조 원 수준의 투자를 지속할 수 있을 정도로 항공사업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물음표가 붙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기 매각 차익 실현도 쉽지 않아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예비입찰에 항공사들만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외부에서 아시아나 입찰에 참여하려면 LCC에 투자를 하고, 이 자금으로 LCC가 입찰에 참여해야 한다. 그러나 외부 투자사들 입장에서는 LCC에 직접 투자를 하는 것에 반감이 적지 않다.

투자 매력도가 떨어지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재 항공화물시장은 미주 노선 등 일부 장거리 노선을 제외하면 큰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또한 항공화물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 항공사를 포함한 주요 항공화물업체들의 2023년 실적은 전년 대비 20~30%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항공화물시장의 반등 기미는 보이지 않고 있다. 때문에 아시아나 화물 매각에 참여를 고려하던 일부 대기업들은 경기침체로 어려운 국면에서 호조세가 보이지 않는 항공화물시장에 투자하는 것에 주저하고 있다.

M&A를 통한 수익 창출도 쉽지 않은 것도 물밑 투자가 활발하지 않은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럽 경쟁당국 관계자들이 예비입찰에 참여한 일부 LCC들에게 “투자 수익 창출을 위한 단기 매각을 우려하고 있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LCC 관계자는 “어렵게 승인 결정을 내린 상황에서 사모펀드들이 투자 수익을 위해 아시아나 화물을 인수 후 단기 매각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드러낸 것이라고 봐야 한다. 비공식 발언이었지만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뉘앙스는 분명했다”라며 “항공화물업계가 호황기에 접어들지 않는 이상 아시아나 화물의 단기 매각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사모펀드는 인수에 성공하더라도 상당 기간은 아시아나 화물을 떠안고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 이후 추가 투자 여력 중요
LCC들의 모기업인 사모펀드들이 인수 해법을 찾고 있는 것과 달리 항공화물업계와 LCC 내부에서는 아시아나 화물 인수에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LCC 관계자는 “항공기 유지보수를 위해서는 조업사 보유 여부가 중요하다. 그러나 이번 매각에 조업사인 아시아나에어포트가 인수 대상에서 빠졌다. 조업은 외주로 돌린다고 하더라도 항공기 유지보수가 진행되는 격납고가 없는 건 더 큰 문제”라며 “격납고가 없으면 다른 항공사 격납고에 더부살이를 해야 하는데 급하면 우선순위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자칫 퍼붓는 비를 맞으며 항공기를 수리해야 할 지도 모른다. 결국 원활한 스케줄 관리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인수 후 경쟁력 유지 위한 추가 투자 여력도 중요한 변수로 대두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 화물의 보유 화물기는 대부분 20~30년의 노후 기종이다. 인수 후에도 단기적으로 일부 기체를 임대든 새 화물기 구매 계약을 맺든 교체는 불가피하다. 또한 기존 화주 유지는 물론 신규 화주유치를 위한 영업망 확충을 위한 투자도 이루어져야 한다. 더욱이 아시아나항공은 매각 대상으로 떠오른 후 일부 인력이 이탈한 상황이라 업무 과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인력 확충도 해야 한다. 또한 인수 이후 LCC와 아시아나 직원 간 임금 체계를 어떻게 할 것인지, 인건비 부담 문제는 어떻게 해소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

한 항공화물업계 관계자는 “항공화물은 지속적인 투자가 병행되어야 회사를 유지하고 성장시킬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었던 것은 자금력을 가진 금호그룹이 뒤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모펀드는 얘기가 다르다. 사모펀드는 결국 수익 창출을 위한 집단 아닌가. 성장시켜서 매각하는 것이 목적일텐데 그만큼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투자를 이어나갈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투자 자금이 충분하고 시장에서 가능성이 있다면 예비입찰 반응이 더욱 뜨거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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