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량 감소로 번호 감차(회수)되면 재산권 침해, 묵과 못해”

국내 화물운송업계의 대표적인 단체인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회장 최광식, 이하 화물연합회)가 자신들의 기득권 수호를 위해 정부 정책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는 의혹이 제기되어 시장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특수용도형 7개 화물차종 가운데 냉장/냉동과 자동차 운송용을 제외한 나머지 5개 차종들이 대폐차 처리규정 개정에서 빠지면서 이들의 반발도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지난 기사에선 현금수송 화물업계 관계자와 인터뷰를 통해 이들의 입장을 들었다. 이번에는 탱크로리 화물업계 관계자를 만났다. 이들은 법 개정 내용조차 모르고 있었으며 관련 내용을 확인한 뒤 실망과 분노를 표시했다.

△자동차 운송차량의 모습
△자동차 운송차량의 모습

“번호는 재산권, 정부 감차 방침 이해 불가”
특수용도형 화물차종 중 탱크로리 운송사를 운영하고 있는 손 모 대표는 “화물연합회로부터 관련 대폐차 처리에 대한 변동 공문은 받았다”라면서도 “세부 내용은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탱크로리 운전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며, 최근 경기악화로 물량이 감소함에 따라 수익구조도 나빠지고 있다. 탱크로리 업계 전반에서 정부의 대폐차 처리규정 개정 행정예고에 따라 관련 부문 규제 완화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가 배제되어 실망했다”라고 말했다. 

기자는 탱크로리 차종을 포함해 5개 화물차종이 제외됐고, 또 다시 예고한 화운법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 내용에 대폐차기간 연장이 불법이라는 내용, 물량 감소에 따라 지입차주를 구하지 못할 경우 영업권이자 재산권인 영업용 번호의 감차(회수)를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이와 관련한 내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손 대표는 “물량 감소로 정부가 번호를 감차(회수)하면 향후 물량이 증가했을 때 증차가 가능한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사업자들의 재산권을 정부 마음대로 감차(회수)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라며 분노를 표시했다.

또 다른 탱크로리 운수업체 관계자는 “탱크로리 업계는 위수탁(지입전문) 업체들과 달리 화주들과 물량을 계약하고 직접 운송하는 사업자들이 대부분”이라며 “탱크로리가 처리하는 물량의 상당수는 위험물이라 많은 규제를 받고 있으며 사업 자격 요건도 까다롭다. 뿐만 아니라 운전자나 위수탁 차주를 고용하는 것도 전문성을 요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특히 이들 업종의 경우 일반 화물차들과 달리 화물연합회 산하 공제조합에 지불하는 보험료도 높을 뿐 아니라 환경부 등을 통해 획득해야 하는 별도의 허가 항목들도 많아 사업 운영비용까지 큰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현재 정부가 예고한 시행령에 따라 물량 감소로 번호판을 감차(회수)하고, 증차가 불가한 법이 시행될 경우 큰 반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행정예고에서 배제된 특수용도형 화물차들 중 현금수송과 탱크로리 업계는 대부분 정부의 입법 취지에 적극 협력하고 있는 직접 운수사업자들이다. 그들은 처음 법안과 발표 한 달 전에 예고됐던 행정예고에서 자신들의 차량이 제외된 배경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수용도형 운송업계는 지입계약만으로 운영되는 화물연합회 주류 운수업체들이 자산(영업용 번호),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냉장/냉동과 자동차 운송부문을 제외한 나머지 업종차량의 대폐차 불가에 나섰다고 주장했다.

이날 만난 특수용도형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운송업종은 카 케리어차량과 셀프로더로 분류되어 있는데 사실상 셀프로더는 자동차 수송용으로 쓰이지 않고 주로 중장비를 운송함에도 차량수송용으로 구분되어 있다”라며 “셀프로더는 대부분 중장비 운송에 쓰이며 번호도 재산상 가치가 거의 없었던 차종이었지만 일반 영업용 번호로 대폐차가 가능하게 되면서 재산권 시세 차익을 제일 많이 얻으며 특혜를 받았다”라고 주장했다. 

탱크로리 운수업체 손 대표는 “일반 운수업체들보다 연합회를 신뢰하고 의지해왔는데, 이사회를 필두로 연합회가 정부 정책에 부적절하게 개입하고 행정예고 원안을 왜곡시켰다면 탱크로리 업계는 물론이고 이번에 제외된 특수용도형 차량업계 전체가 묵과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셀프로더의 모습
△셀프로더의 모습

다음은 탱크로리 차종 운수회사 대표들과 질의 응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Q : 2023년 9월 15일 정부는 화물차량의 대폐차 업무처리 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하고, 11월 시행 방침을 밝혔었다. 현 정부의 화물운송시장에 대한 일련에 물류정책들을 알고 있나?
A : 내가 운영하고 있는 회사는 일반 화물차량들과 달리 화물공제율도 높고, 각종 비용도 추가 지출하고 있다. 화물연합회의 경우 당연히 회원사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우리 편이라고 믿고 있었다. 연합회에서 보내오는 공문은 받고 있지만 지입 관리 운수회사가 아니어서 제도나 법규 변화에 대한 세부 내용은 잘 모른다. 지난해 국토교통부의 행정예고로 일정부분에서 규제를 완화하도록 시행규칙을 바꾼다는 공문을 보고 기대감을 가졌는데, 예고 후 1개월 남짓 만에 애초 행정예고 규제 안에서 ‘석유류 수송용(탱크로리) 차량·화학물질 수송용(탱크로리) 차량 배제’란 이야기를 들어 당황스러웠다. 특히 탱크로리 업종 배제에 화물연합회가 조직적으로 반대했다는 내용이 너무 실망스럽고 회원사들의 생존권이 위협을 받는다는 의사를 제대로 표명했는지도 모르겠다.

Q : 탱크로리 화물업종이 정부의 행정예고에 포함되는 것과 배제되는 것에는 어떤 차이가 있나?
A : 행정예고에서 탱크로리 업종이 빠지지 않았다면 물량이 감소했을 때 다른 물량을 운송할 수 있어 한숨을 돌릴 수 있다. 하지만 제외될 경우 물량이 줄어들었을 때 번호를 유지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탱크로리 차종들의 물량계약은 1년 단위이며 대폐차 기간은 6개월이다. 때문에 경기 회복에 맞춰 감소한 물량이 회복될 때까지 대폐차 기간의 연장이 필요하다. 그러나 개정안은 마치 대폐차 기간 연장을 불법으로 인식해 번호를 감차(회수)한다는 것이 문제다. 또한 영업용 번호를 회수한 후 물량 회복 시 증차해주는 것은 당연한 순리다. 만약 지금의 행정예고처럼 감차 후 증차가 불가능하다면 5만여대의 탱크로리 화물업계는 이를 묵과하지 않을 것이다. 

Q : 화물연합회는 대한민국 전체 화물 운수사업자들의 단체다. 전체 7개 분야의 특수용도형 운수업체들도 똑같은 회원사들인데 왜 특수용도형의 입장 대신 정부의 규제 완화를 반대했다고 생각하나?
A : 화물연합회는 서울을 포함해 전국 각 지역별로 별도의 화물연합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 지역 협회의 경우 이사장들이 지역 운수업체들의 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이렇게 선출된 이사장 투표권을 갖는 운수업체들 대부분은 지입계약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사업자들이다. 때문에 화물연합회 이사회는 지입제를 주요 사업영역으로 하는 운수업체들의 입장 위주로 운영되고 있다. 우리처럼 운송 물량을 직접 계약해 서비스하는 운수업체들은 사실 일하기 바빠 지입제 우선의 연합회 운영에 큰 관심을 갖지 못하고 있다. 아마 이런 현실 때문에 전국의 지역별 이사장들과 지입전문 운수회사들은 자신들의 영업용 번호 재산권과 기득권을 지키려고 부당함을 알면서도 반대 의견을 모은 것으로 생각된다.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직접운송사업자 피해 유발 행위
Q : 화물연합회가 정부의 규제 완화에 전면 반대 후 ‘냉동/냉장, 차량수송용(카캐리어, 셀프로더)’만 제외한 나머지 특수용도형 화물차종을 배제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A :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화물연합회는 ‘개별 운수사업자들의 번호에 대한 시세차익 우려’를 이유로 반대했다. 하지만 이는 맞지 않는 논리다. 탱크로리 업종의 영업용 번호는 2,000만 원 가량을 상회한다. 셀프로더 차량의 경우와 비교해 보면 화물연합회에서 타 화물업종의 번호의 시세차익을 운운하며 최초 규제 완화를 반대한 것은 자신들의 번호 재산권의 시세 차익을 위한 반대인 셈이다. 특히 탱크로리 차종이 영업용 번호 증차 금지가 이뤄진 지 수년이 지났는데 ‘공급제한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라는 주장 역시 현장을 모르는 국토부를 속인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번 화물연합회의 행위는 정부 정책 시행에서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이며 성실하게 운수사업을 해 온 직접 운송 운수업체들의 피해를 유발하게 한 부도덕한 행위다.

△자동차 운송차량의 모습
△자동차 운송차량의 모습

Q : 이번 행정예고가 그대로 시행되면 탱크로리 업종에 어떠한 영향을 끼치나?
A : 석유류 수송용과 화학물질 수송용(탱크로리) 차량 운송사업은 특수 화물에 대한 물류서비스다. 통상 화주와의 운송계약은 1년 단위이며, 이는 정부가 권장하는 정책에 적합한 직접운송 실적신고 대상기업들의 정상적인 서비스 모델이다. 문제는 최근 경기 악화로 운송물량이 감소하면서 재계약까지 1년여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규제완화 차원의 대폐차 처리규정 개선안은 물량 증감에 따른 탄력적 영업용 번호 공급이 절실한 업계 상황에 딱 맞는 최적의 법안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다시 시행령 시행규칙의 개정예고로 운송물량 실적 등을 고려해 ‘차량 감차(영업용 번호 회수)를 하겠다’고 한다면 탱크로리를 포함해 배제된 5개 특정 업종 화물업계는 업체들의 존폐까지 우려되는 상황을 맞을 것이다.

Q : 정부의 행정예고, 즉 대폐차 처리규정은 어떻게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A : 석유류 수송용과 화학물질 수송용(탱크로리)차량 운송사업자들은 대부분 2004년 1월 20일 이전부터 운송사업을 하던 일반화물운송 운수사업자들이다. 정부는 운수사업자가 화주와 계약한 물량에 맞게 차량의 용도 변경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 정책은 일반 번호는 특수용도형 차량으로 대폐차가 가능하지만, 특수용도형 번호는 일반차량으로 대폐차를 못하도록 막고 있다. 탱크로리 영업용 차량번호를 특수용도형으로 구분해 타 용도 차량으로 대폐차를 금지하는 이런 정책이 정당하려면 트랙터 번호(컨테이너 운송 차량)처럼 일반 운송사업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일반 영업용 번호를 탱크로리 번호로 대폐차해 사업하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형평성에 맞다. 개정 정책들은 사실상 대부분 일반 영업용 번호를 보유한 지입 전문 운수회사들에게만 특혜를 준다. 또한 현재 개정예고한 화운법 시행령 시행규칙 내용 중 물량 감소로 대폐차 기간을 맞추지 못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기간 연장 행위를 불법 간주해 번호를 감차(회수)하려 한다면 추후 물량이 증가했을 때 감차한 번호를 다시 돌려주는 것이 순리다.

Q : 탱크로리 업계에서는 정부 정책상 안전운임제(표준운임제)에 대한 평가는?
A : 탱크로리 운임은 일반 운임 체계와 큰 차이를 보인다. 이는 탱크로리 화물 대부분이 위험물이기 때문이다. 여기다 적재 화물에 대한 종류에 따라 소방 관련 허가와 환경부의 별개 허가사항 등이 추가되는 등 까다로운 과정을 밟아야 한다. 특히 위험물에 부가되는 보험요율의 경우 일반 화물차량보다 훨씬 비싸고 사업 운영 여건상 안전관리 등을 위한 별도의 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일반 범주에 따른 안전운임제와는 전혀 다른 체계를 갖고 있다. 만약 정부가 관련 운임을 똑같이 적용한다면 탱크로리 운임은 오히려 하락하게 된다.

한편 물류신문은 탱크로리 운수회사 대표와 별개로 법안을 반대한 화물연합회 관계자와 아래 내용으로 별도의 인터뷰를 진행하려 했으나 현재 응답을 받지 못한 상태다.

1, 셀프로더는 대부분 중장비를 싣고 다니거나 차량수송을 하지 않고 있다. 카 캐리어 용으로 분류된 이유는 무엇인가?
2. 셀프로더는 대부분 위수탁 계약으로 사업을 하는 경남과 부산지역 운수회사들이 많이 보유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몇 대나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통계가 있나?
3. 시세 차익을 제일 많이 보는 셀프로더 차량 업종인데, 카 캐리어용 차량에 대해 왜 적극 반대 의견을 제시하지 않았나?

이번 취재 과정에서 화물운송 관련 정책은 수립하기 전부터 물류시장과 현장에 대한 상세한 실태 파악이 반드시 선행되어야 하며, 그 중요성이 얼마나 큰 지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개정 방향에 따라 시장에서 어떠한 논란이 발생하는지, 부당함은 없는지, 특정 집단이나 기업을 위한 특혜 시비에 휘말리는 것은 아닌지 등을 면밀하게 살펴봐야 할 시점이다. 물류신문은 앞으로도 현장의 목소리를 취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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