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김현수 대한물류연구원 본부장

최근 지입제 폐단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와 민간이 약 1년 간 논의한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화운법) 시행령 시행규칙이 발표 한 달 전 일부 화물차종을 제외한 것으로 드러나 업계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물류신문 [기획] 대한민국 육상운송 정책, '왜 '선장 바뀔 때마다 표류하나? 또는 3월 15일자 지면 참고).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당사자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했다’는 입장이다. 정부 관계자들이 소통한 당사자들은 누구일까? 그리고 왜 이러한 결과가 나왔을까? 이러한 결과에 대해 왜 반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것일까?

대한물류연구원 김현수 본부장을 만나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과 관련된 주요 사안을 물었다. 또한 개정 사유 중 하나인 위수탁 계약(지입제)의 폐단과 문제점을 들어봤다.

Q :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화운법)은 과거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개정이 이루어지고 있다.

김현수 본부장 : 1998년 이후 화운법은 특정인 혹은 특정 이익집단들이 정부(국토교통부)에 민원을 제기하거나 국회의원을 찾아 의견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개정됐다. 2004년에는 화물연대와 같은 단체들의 집단행동이라는 특별한 상황이 발생하면서 관련 법안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화운법 개정은 대부분 업계에 대한 배경 파악과 정확한 데이터 없이 개정되곤 했다. 개정된 법안 시행 과정에서 각 분야 이해당사자들의 이권 개입도 비일비재해 개정법의 근본 취지를 퇴색시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Q : ‘정확한 데이터’는 현실적으로 찾기 어렵다.

김현수 본부장 : 정확한 데이터가 없는 이유는 화물업계 전반을 아우르는 조사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 발전을 위해서라면 정부가 나서서 대대적으로 예산을 투입하고 전방위적인 조사가 이루어졌어야 한다. 그게 정부의 역할 아닌가?

Q : 불완전한 화운법 개정의 구체적 사례를 꼽는다면?

김현수 본부장 : 2003년 화물연대의 파업 이후 정부는 2004년 1월 20일 이전 화물차주들의 위수탁 계약을 해지, 1대 사업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2005년 1월 1일부터 시행을 고시했다. 그러나 운수사업자단체(화물연합회 등)의 반발로 시행일을 일주일 앞두고 ‘다만 운수회사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라는 문구를 삽입해 법의 취지를 흐려지게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07년 당시 민주당 정동영 의원이 발의한 법안도 원안은 ‘화물차에 대한 권리금을 받는 행위의 일체금지’였으나 법안 발의 후 시행 과정에서 ‘운송사의 위수탁 계약기간을 5년 간 강제 해지 금지 기간 연장’으로 바뀌면서 ‘권리금 요구 금지’ 문구를 삭제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 물류선진화법을 개정할 때에도 직접운송의무제에 대해 ‘신고대상과 신고대상 제외 대상’을 나누면서 개정 법안으로 개선되어야 할 문제 대부분이 법안 로비 대상으로 되어 발의만 되고 실제로는 반쪽짜리가 되어 현재에 이른 것이다. 이 외에도 화운법 개정안이 발휘만 된 채 업계의 반발에 부딪혀 폐기된 것도 많다. 특히 이번 정부의 ‘대폐차 처리규정 개선안’의 경우 사전 행정 예고된 부분에서 약 한 달 여만에 화물연대와 화물연합회의 반대 등으로 원안을 대폭 수정해 특수용도형 운송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Q : 정부가 지입제를 화물운송시장의 폐단으로 꼽으면서 위수탁(지입) 전문 운수회사들도 덩달아 피해를 보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김현수 본부장 : 정부가 정책의 잘못을 민간 사업자에게 전가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2004년 1월 20일 신규 운수사업에 대한 허가와 증차가 전면 금지됐다. 이후 물류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차량이 부족해졌고, 영업용 번호판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12조 원에 달하는 재산권이 형성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운수사업자들은 사업 확대를 위해 수천만 원의 비용을 들여 영업용 번호판 매입에 나섰다. 이들이 번호판을 매개로 개인 지입차주들에게 권리금 혹은 별도의 이용금액 명목으로 돈을 받는 것이 현 정부가 말하는 지입제의 폐단이다.

또한 일부 불법행위를 지입제의 폐단으로 보는 시각도 문제가 있다. 과거 허술한 정책과 행정 문제가 보완되면서 현재 제도상 불법증차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다만 일부 범죄자들이 공무원들과 결탁해 불법으로 증차했다가 적발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는 명백한 범죄 행위이지, 제도상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해두고 싶다. 다시 말해 현실이 반영되지 않은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면서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논란의 책임을 위수탁 계약 전문운송회사들에게 돌리는 건 모순이다.

Q :  정부의 화운법 시행령 시행규칙 개정 예고는 어떤 부분이 문제인가?

김현수 본부장 : 화물운송시장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개입의 범위는 적절한 근거와 명확한 구분이 있어야 하며 시장의 질서를 훼손해서는 안 된다. 이번 시행령은 위수탁 운수회사들의 운송물량이 감소하면 영업용 번호판을 다시 회수하게 되는데, 번호판은 재산권 성격이 있는데다 물류시장의 사업자 보호 차원에서라도 회수하는 건 맞지 않다. 만약 물량이 감소해 번호를 감차한다면 당연히 물량이 증가했을 때 다시 증차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순리 아닌가.

또한 직접운송 신고대상인 물량계약 운수회사들 역시 계약을 1년 단위로 하는데 증차가 금지된 상황에서 대폐차 기간을 6개월로 한정하고, 이후 대폐차를 금지하겠다는 취지의 법 개정은 엄연한 개인 재산권 침해의 우려가 있다. 물류산업은 24시간 움직이는 생물이다. 물동량 변동에 따라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며 이는 운수사업자의 생사와 직결될 수 있는 사안인만큼 매우 중요하고 위험한 사안이다. 하다못해 안전운임제도 정부가 직접 개입해서는 안 된다. 

Q : 덧붙이고 싶은 말이 있다면?

김현수 본부장 : 화물차주들을 위한 사단법인 단체들이 있지만 사실상 존재감도 없고 유명무실화된 지 오래다. 또한 화물연대는 비인가 단체이고 전국에 모든 차종의 모든 차주들을 대표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한다. 또한 2003년 노무현 정부가 인가한 사단법인 화물차주협회는 사실상 화물차주단체가 아니라 특정사업자를 위한 단체이며, 2004년 인가한 사단법인 전국화물차주연합회는 유령회원들의 명단으로 설립된 실제 회원들의 존재가 없는 단체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엄밀히 말해 차주들, 현장의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는 단체가 없다고 봐야 한다. 때문에 차주들의 의견을 제대로 취합하지 못하고 현장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정보들도 제대로 정리되지 못하고 있다. 그 결과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이 정부와 국회에 흘러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화운법 개정은 물류현장에 대한 이해가 우선이다. 그러나 화물운송시장을 대표하는 사업자 단체인 화물연합회가 물류현장에 부합하지 않는 의견을 정부에 제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물류현장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사업자에게도, 화물차주에게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있다. 이렇게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정부와 국회에 제공하고 있는 점은 분명 문제다. 지금이라도 제도권 내에서 현장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과 노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한 체계 구축도 시급하다.

화운법에 의한 단체인 전국화물자동차운송사업연합회, 한국통합물류협회 등이 열악한 화물차주들의 환경개선을 위해 고용지원이나 고충처리 등 관련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객관적인 데이터 수집은 물론 운송사업자, 화물차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제도 개선안을 정부나 국회에 제안할 수 있어야 하고, 정부와 국회는 철저한 검증을 거쳐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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