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줄줄이 상장 예상...관심↑

최근 물류·유통가에 IPO(기업공개) 바람이 일고 있다. 올해 역시 경기 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해 IPO가 좌절됐던 유통기업들은 올해 IPO를 통한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또한 지난해에 이어 ‘제2의 두산로보틱스’를 꿈꾸는 로봇 기업들과 수년간 IPO를 추진해온 롯데글로벌로지스 또한 연내 상장을 위해 발 빠른 준비에 나서고 있다.

‘IPO 재수생’ 컬리·오아시스·올리브영 올해 재도전 
지난해 상장을 철회했던 신선 유통기업 컬리와 오아시스, 그리고 헬스&뷰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CJ올리브영이 올해 IPO 재도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공식적으로 IPO 재추진 의사를 밝히진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이들의 상장 여부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

새벽배송을 처음 알렸던 ‘컬리’가 지난해 12월에 이어 올해 1월에도 에비타(EBITA) 흑자를 두 달 연속 달성하며 창사 이래 첫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업계에서는 컬리가 월간 에비타 흑자를 넘어 분기 흑자로 이어지는 경우 상장에 재도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에비타는 이자비용, 세금, 감가상각비용 등을 빼기 전 영업이익으로 기업의 실제 현금창출력을 추측할 수 있는 지표다. 즉, 에비타 흑자는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수익을 창출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컬리의 2023년 12월 실적 (사진제공=컬리)
△컬리의 2023년 12월 실적 (사진제공=컬리)

앞서 컬리는 지난 2022년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했으나 지난해 1월 기업가치가 하락하며 상장을 연기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 수익성이 나아지면서 업계에서는 컬리의 IPO 재도전 가능성을 예측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말 컬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약 1,400억 원으로 3분기 말 1,280억 원보다 120억 원가량 증가했다. 2023년 3분기까지 컬리의 누적 매출은 1조 5,463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1%(1조 5,299억 원) 증가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 손실은 1,185억 원으로 36%(1,836억 원) 줄어들었다. 

업계에서는 컬리가 올해 실적개선을 통해 IPO 재도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컬리측에서는 올해도 여전히 실적개선에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컬리 관계자는 “흑자를 달성할 수 있었던 것은 직접물류비의 개선이 가장 컸다. 올해는 더 큰 개선을 이루는데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신선 유통업체 오아시스마켓도 앞서 지난해 IPO를 한차례 철회했다. 오아시스마켓이 지난해 시장으로부터 받은 기업가치는 6,000억 원이었으나 프리IPO로 투자했던 유니슨캐피탈코리아(UKK)가 9,000억 원대의 기업가치를 원해 IPO가 무산된 바 있다.

오아시스마켓은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며 지난해 기준 국내 유일 새벽배송 업계 흑자 기업이었다. 특히 2018년 새벽배송 시장 진출 이후 지속해서 영업이익을 내며 시장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도 다수의 기업이 투자에 참여해왔다. 영업이익의 경우 2021년 기준 56억 원, 2022년 48억 원에 이어 지난해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01억 원으로 흑자 기조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한차례 IPO가 무산됐던 오아시스마켓은 올해부터는 주력 사업에 더 집중하며 외연 확장에 본격 나서고 있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오아시스마켓이 올해 다시 IPO에 재도전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아시스마켓은 신선식품 새벽배송의 문제로 지적되는 재고에 대한 이슈를 오프라인 직영 매장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새벽배송으로 판매되지 않은 재고를 직영매장에서 판매하기 때문에 재고 비용을 감소할 수 있는 유통구조이기 때문에 향후 증시 시장이 나아지면 충분히 IPO 재도전할만 하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사상 최대의 매출이 예상되는 CJ올리브영 역시 올해 IPO 재도전에 나설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조사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과 얼어붙은 증시 상황으로 CJ올리브영은 한차례 IPO를 유보했다. 다만 지난해 연매출이 4조 원 규모에 달할 것이라는 업계의 관측으로 당시보다 현재 기업가치가 큰 폭으로 올라 IPO 추진 가능성에 대해 다시 제기되고 있다. 당시 3조 원대로 평가되던 CJ올리브영의 기업가치는 현재 4조~5조 원대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우려했던 공정위의 수천억 원대 과징금 리스크를 벗어나면서 올해에는 IPO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이 두드러지게 나오고 있다.

다만 올리브영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IPO는 준비된 바 없다”며 IPO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을 꺼렸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CJ올리브영의 연내 상장에 대해 기대하고 있다.

‘IT 로봇 기업’ 올해도 시선 한 몸에
물류산업은 물론 올해 역시 전 산업에서 로봇 기업을 주목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열풍을 일었던 두산로보틱스의 IPO에 이어 ‘제2의 두산로보틱스’를 꿈꾸는 로봇 기업이 올해 잇달아 상장 추진에 나서고 있다.

산업용 로봇 전문 스타트업 나우로보틱스는 올해 여름 1PO 상장을 목표로 대신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해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기술특례상장은 한국거래소가 정한 코스닥시장 상장에 필요한 형식적인 심사요건을 갖추지 못하더라도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라면 상장할 수 있도록 상장 기준을 완화해주는 제도다.

나우로보틱스는 자동화 구축을 위한 산업용 로봇과 자율주행 물류 로봇 등을 개발·제조하는 로보틱스 기업으로 현재 △직교 로봇(NURO Series) △다관절 로봇(NUROX Series) △스카라로봇(NUCA Series) △자율주행 물류 로봇(NUGO Series) 등의 다양한 라인업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물류로봇의 경우 올해 출시와 동시에 그 기술력을 인정받아 현재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했다.

또 다른 물류로봇의 대표주자 씨메스(CMES) 역시 기술특례 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를 통과하며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한 IPO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씨메스는 AI 로봇 솔루션 기업으로 AI와 로보틱스, 3차원 비전 기술을 융합한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씨메스의 대표 솔루션 중 하나인 랜덤 버퍼타입 팔레타이징 (사진제공=CMES)
△씨메스의 대표 솔루션 중 하나인 랜덤 버퍼타입 팔레타이징 (사진제공=CMES)

특히 흔히 물류 로봇으로 알려진 자율이송로봇 AMR, AGV의 개념을 넘어 단순히 움직이던 로봇에 인지능력(AI)를 더해 마치 실제 물류 현장에서 사람처럼 일할 수 있는 AI 로봇 자동화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씨메스는 지난해 11월 진행된 기술성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AA를 받으며 업계에서는 씨메스의 올해 IPO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기술성 평가는 기술특례 상장 예비 심사 청구를 위한 가장 첫 단계로 일정 등급 이상을 받아야 통과할 수 있다. 

씨메스 관계자는 “향후 코스닥 상장에 입성하면 기술개발 및 고도화, 제조·물류 등 다양한 산업 분야에 지능화된 비전 AI 로보틱스 솔루션 제공 등에 집중해 안전하고 스마트한 산업현장을 확대하고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로보틱스 기술 기업 클로봇도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 평가를 모두 A로 통과, 올해 하반기를 목표로 상장 추진에 나선다. 2017년 설립된 클로봇은 AI 3D 비전, 무인운반차(AGV)를 중심으로 Mixed (De)Palletizing, Picking 등을 활용해 자동화 물류센터를 위한 로봇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클로봇은 지난해 12월, 110억 원 규모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를 유치하며 누적 투자 유치 자금을 281억 원 확보했다. 이번 투자를 통해 올해 IPO 상장 기반을 마련한 클로봇은 물류, 제조, 병원, 공공기관 등 다양한 분야에 로봇 소프트웨어 공급을 확대하고 클로봇 자체 브랜드의 배송 로봇을 출시할 계획이다. 또한 영문판 소프트웨어를 출시해 글로벌 진출로 입지를 다질 예정이다.

클로봇 김창구 대표는 “현재 미래에셋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번 프리 IPO에 상장 주관사가 직접 참여하여 클로봇의 상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또한 현대자동차그룹 등 전략적 투자자와의 협업을 통한 사업 확장과 글로벌 협력에 대한 시너지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새 수장 영입한 ‘롯데글로벌로지스’ 올해는 IPO 성공할까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1월 강병구 대표이사를 새로운 수장으로 맞이하며 수년간 추진해온 IPO를 성사시키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해 11월 주관사 선정을 마치고 올해 중 IPO를 공식화했다. 지난 2017년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메디치인베스트먼트와 투자 유치 과정에서 풋옵션(주식매도청구권)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올해까지 IPO에 성공하지 못하면 투자금에 연 복리 3%를 가산해 지분을 매입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 롯데글로벌로지스는 기업가치를 1조 5,000억 원 이상 인정받아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어 IPO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강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 (사진출처=롯데글로벌로지스)
△강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 (사진출처=롯데글로벌로지스)

현재 국내 대표 물류기업인 CJ대한통운의 시가총액은 2조 8,300억원대 수준이다. CJ대한통운은 2022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약 12조 1,307억원이다. 약 1조 5,000천억대의 몸값을 원하는 롯데글로벌로지스의 2022년 연결기준 매출액은 약 3조 9,983억원이다. 업계에서는 두 기업의 매출액 등을 미루어봤을 때 롯데글로벌로지스가 목표로 하는 시총 달성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난항이 예상되지만 올해 IPO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가운데 새로운 수장으로 자리한 강병구 대표이사의 향후 행보 역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부진해진 택배 산업은 물론 주력 사업으로 불리는 글로벌(이커머스) 부문에 대한 실적 향상이 시급한 현시점에서 CJ대한통운 출신이자 글로벌 물류 전문가인 강병구 대표가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강병구 대표 또한 취임사를 통해 “롯데글로벌로지스를 글로벌 물류산업의 선두주자로 만들어 끊임없이 혁신하는 기업으로 탈바꿈 시키겠다”며 변화의 의지를 보였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혁신을 통한 IPO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올해 실적에 따라 IPO의 행방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1조 5,000억 원에 달하는 기업 가치를 목표로 하는 만큼 올해는 가시성 있는 성과를 창출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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