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헌 DHL코리아 대표이사

△한지헌 DHL코리아 대표이사(촬영장소 : 스튜디오모노픽)
△한지헌 DHL코리아 대표이사

1977년 우리나라에 진출한 DHL코리아는 항공화물서비스를 통해 섬유산업 등 국내 제조업의 수출입을 도왔고, 지금은 이커머스와 의약품, 콜드체인 등 국내 고부가가치 물류시장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또한 외국계 기업임에도 불구하고 DHL 인천 게이트웨이의 설립, 전국 서비스 포인트(화물접수를 위한 영업점) 확대 등 국내 물류 인프라에 대한 투자와 고용에 적극 나서며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DHL코리아는 올해 한지헌 대표이사를 새롭게 선임했다. 한지헌 대표는 커리어의 반 이상을 해외에서 보낸 특이한 경력을 가졌는데 미국과 싱가포르, 홍콩 등지에서 유통과 의약품, 구매, 마케팅 등 다양한 직무를 경험한 인재다.
한지헌 DHL코리아 대표이사를 만났다.

한지헌 대표이사의 커리어는 미국에서 시작됐다. 그의 첫 직장은 일본계 종합상사인 마루베니의 뉴욕지사였고 로체스터대에서 MBA 과정을 마친 뒤 입사한 기업은 홍콩에 본사를 둔 영국계 자딘 메디슨(Jardine Matheson Limited) 그룹의 유통부문이었다. 그는 미국에 머물면서 많은 나라의 문화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했고 세계를 무대로 뛰는 많은 기업들의 비즈니스를 현장에서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었다. 이를테면 중소형 슈퍼마켓, 드러그스토어, 체인스토어 같은 당시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오프라인 유통 비즈니스 같은 것들이었다.

한지헌 대표에게 미국은 좁았다. 그는 더 많은 나라에서 일하길 원했고 싱가포르와 홍콩, 뉴질랜드 등으로 자리를 옮기며 오랫동안 콜드 스토리지, 매닝스 등에서 구매, 마케팅, 영업 등 다양한 직무를 수행했다. 국내 시장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드러그스토어 점유율 1위인 올리브영의 성공적인 론칭에 한 대표가 있었다.

“당시 데어리팜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한국만 진출하지 못했다. 어느 날 CJ와 합작으로 드러그스토어 체인 비즈니스를 추진하게 되면서 데어리팜을 대표해 참여하게 됐다. 머천다이징부터 구매, 마케팅, 인테리어 등 하나씩 기반을 다졌다. 데어리팜에서 한국인은 나 혼자여서 업무뿐만 아니라 문화적 차이를 해소하는 역할도 맡았다. 그때 같이 고생했던 사람들과 지금도 종종 연락하고 지낸다.”

오랜 시간 해외에서 일했던 그는 국내에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전개했다. 한국노바티스에 합류해 라미실원스, 테라플루, 오트리빈, 니코틴엘 등 신제품을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시켰고, 다시 홍콩으로 돌아가 320개 매장을 보유한 고급 수퍼마켓 브랜드 사업을 맡기도 했다.

나는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퍼슨’이다
한지헌 대표가 DHL코리아와 인연을 맺은 건 2020년, 아시아 주요 기업들에게서 영입 제의를 받던 때였다. 익숙한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었지만 그는 물류산업이라는 낯선 시장에 도전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나는 늘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문화를 배우면서 일하기를 원했다. 나 스스로를 ‘인터내셔널 비즈니스 퍼슨(International Business Person)’이라고 말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여러 국가의 제안을 고민하고 있을 때 우연히 전임 한병구 DHL코리아 대표님을 만났다. 정말 좋은 분이라는 인상을 받았고, 그분이 하고 있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됐다.”

한지헌 대표는 DHL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봤다. DHL그룹 글로벌 CEO를 지낸 켄 알렌의 책을 읽어보기도 했다. 그는 전 세계를 무대로 하는 기업, 사람에게 영감을 주는 기업, 현장에서 고객이 요구하는 인사이트를 통해 전략적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나도 직장인이다. 열심히 일하려면 업무에 호기심이 생기고 일하는 재미와 보람도 있어야 한다. 무엇보다 내 개인적인 목표와 가치가 기업과 부합해야 일할 때 만족감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약산업에서 일했던 이유 중 하나는 내 일이 사람들의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DHL은 비전이나 전략, 교육 등 모든 면에 있어 사람에게 초점을 두고 있었다. 사람을 중시한다는 기업은 많지만 하루아침에 기업문화를 바꾸는 건 불가능하다. 기업이 직원과 사람을 위하고 이를 기업문화로 만들었다는 점에 눈길이 갔다.”

그렇다고 해서 DHL코리아에 합류할 때 아예 걱정이 없진 않았다. 그동안 맡았던 일은 모두 유형의 상품을 다루는 일이었지만 물류 업무는 서비스라는 무형의 상품을 제공해야 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이 재미있을까? 열정을 느낄 수 있을까? 그는 해답을 현장에서 찾았다.

“무슨 원료를 수입하고 어떠한 상품을 어디에 수출하는지, 지금 시장에서 인기 있는 상품은 무엇인지 이러한 것들이 한눈에 보이더라. 세계의 트렌드를 알 수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더욱이 물류가 없으면 모든 산업이 움직일 수 없지 않나. 많은 사람들이 열정과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는 모습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

‘트러스티드 어드바이저’ 역할에 충실해야
DHL코리아의 대표이사로 첫해를 맞이한 한지헌 대표는 고객을 위한 서포트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고객들이 성장했을 때 DHL코리아도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모든 분야에 신경을 쓰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로는 최근 급성장한 이커머스를 꼽았다. 그는 이커머스 고객사들이 전 세계로 영역을 넓히며 성장하고 있는 모습에 자부심을 느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 세계는 ‘업앤다운’, 성장과 하락을 반복한다. 그러나 누군가가 도움을 준다면 하락세에서도 성장할 수 있다. 우리는 물류를 통해 다양한 기업과 고객을 서로 연결하는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나는 그것을 ‘트러스티드 어드바이저(Trusted Advisor)’라고 말한다. DHL코리아는 이커머스 전문조직을 두고 있고 고도화된 디지털 툴 같은 타사와 차별화되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과 기업, 기업과 소비자를 잇는 이커머스 라이프 사이클을 만들어갈 것이다.”

최근 글로벌 물류시장은 성장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도 아직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DHL코리아는 다른 아시아 국가에서 더 많은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해나갈 계획이다. 한 대표는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를 예로 들며 현지에 많은 기업들과 생산시설이 들어섰다는 사실을 상기시켰다.

“우리의 모토 중 하나가 ‘리브 노 스톤 언턴드(Leave no stone unturned)’다. 보물찾기를 하듯 돌을 다 뒤집어보라는 의미인데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최선을 다해 고객을 위한 솔루션을 찾으라는 뜻이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야 고객사의 비즈니스가 이루어지고, 그렇게 되어야 DHL코리아도 성장할 수 있다. 어려움이 있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것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살펴보고자 한다.”

한지헌 대표의 또 다른 화두는 친환경과 ‘고그린(GoGreen)’이다. DHL그룹은 지난 2008년 친환경 활동의 일환이자 핵심 가치인 고그린을 도입한 데 이어 최근 고객이 직접 친환경 배송에 참여하는 ‘고그린플러스(GoGreen Plus)’를 선보였다. 고그린은 탄소발자국 측정 프로그램, 전기배송차량 도입 등 물류 프로세스 전반은 물론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에 공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그린플러스는 지속가능한 항공유(SAF : Sustainable Aviation Fuel)를 활용해 고객이 직접 친환경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프로그램이다.

“이제 친환경을 생각하지 않고는 비즈니스를 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DHL코리아는 ‘친환경 고그린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해 모든 직원들이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는 등 다양한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고그린플러스는 고그린을 업그레이드한 것으로, 이전에는 간접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였다면 고그린플러스는 고객 누구나 배송을 맡길 때 직접 지속가능한 항공유를 사용할 지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우리의 계획은 조금도 변하지 않고 끝까지 실행할 것이며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친환경 가속화에 기여할 것이다.”

DHL은 2030년까지 전기배송차량 전환율 10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국제특송업계에서 유일하게 SAF를 사용하고 있는데 2030년까지 전체 항공연료의 30%를 대체할 수 있도록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빅 옐로우 머신’과 ‘사람 중심 문화’
DHL코리아는 ‘사람 중심 문화(People Centric Culture)’라는 기조 아래 다양성과 포용성을 가진 기업문화를 구축했다. 이는 직원들의 만족감 향상을 위한 것으로 10년 연속 ‘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기업’ 대상을 수상한 원동력이기도 하다.

기업의 특성상 이익 추구에 매진하다보면 사람, 직원에 대한 관심이 줄어들기 마련이다. 한지헌 대표는 이를 경계했다. 사람을 중시한다는 기업은 많지만 이를 실현한 기업이 많지 않다는 지적도 덧붙였다. 그는 앞으로도 DHL코리아가 일하기 좋은 기업문화를 유지하는 것은 물론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누구나 일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기업이 경쟁력도 갖출 수 있다는 논리였다.

“DHL의 최대 강점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서 하나씩 꼽을 수 있다. 하드웨어로는 전 세계 220개 이상의 나라를 묶을 수 있는 방대한 네트워크를 들 수 있다. DHL은 글로벌 네트워크 비즈니스가 가능한 기업이다. 우리는 네트워크를 ‘빅 옐로우 머신(Big Yellow Machine)’이라고 부른다. 빅 옐로우 머신이 안정적으로 돌아갈 수 있어야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사람이 제일 중요하다. 물품을 픽업하고 옮기는 업무가 단순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사람이 역할을 해줘야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다른 국가에 도착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아무리 잘해도 미국에 있는 배송직원이 잘못하면 실패한 서비스가 된다. 그래서 DHL은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

“DHL코리아는 데이터 컴퍼니, 사람에 투자할 것”
한지헌 대표는 커머셜본부장으로 근무하는 동안 영업직원들을 각 산업별 전문가로 키우는데 주력했다. 제약, 자동차, 패션처럼 자기가 맡은 분야에 대해 지식을 쌓고 인사이트를 서로 공유하도록 했는데, 예를 들어 의류라면 원단은 어디서 나오고 가공은 어느 공장에서 하고 어떤 제품이 수출이 되는지를 알아야 했다. 그렇게 해야 고객과 시장에게 최적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DHL코리아는 물류기업이자 데이터 컴퍼니라고 생각한다. 수 만개, 수십 만개의 데이터가 움직이는데 이걸 분석해서 고객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솔루션을 드리는 것이 우리의 경쟁력, 노하우가 된다고 생각한다. 영업을 하더라도 과거처럼 인간관계에 기대지 말고 고객에게 의미있는 자료나 인사이트를 제시해 도와드려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사람에게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결론이다.”

한지헌 대표는 DHL코리아 대표이사에 임명된 후 틈이 날 때마다 전국 현장에서 직접 업무를 경험하고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일정을 이어가고 있다. 직원들과 함께 물품 픽업과 배송에 나서는가 하면 고객과 만났을 때는 DHL코리아의 서비스와 강점을 적극 알렸다.

인터뷰 말미에 자신만의 경영철학을 하나 꼽아달라고 물었더니 진정성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DHL코리아는 직원들을 상대로 설문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해 DHL코리아가 얼마나, 어떻게 직원들을 지원하고 있는지를 평가하고 있고 이를 중요한 경영지표로 활용하고 있다. 한지헌 대표는 설문 결과를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이 설문을 통해 경영자에게 원하는 것을 이야기하기도 하는데 가장 많이 나오는 응답은 오픈마인드, 다가가기 쉬운 대표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고 늘 그런 경영자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직원과 소통은 신뢰를 밑바탕으로 해야 한다. 경영자가 직원들에게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그들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진정으로 대해야 한다. 그래야 직원들이 DHL코리아만의 서비스 퀄리티를 만들어내고 기업이 함께 성장해나갈 수 있다. 진정성을 갖고 직원을 대하는 경영자, 진정성을 갖고 사람에게 투자하는 DHL코리아를 만들어가는 경영자가 될 것이다.”

△한지헌 DHL코리아 대표이사가 DHL의 ‘애즈 원(As One)’을 상징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리 다 같이 한팀이 되자’는 의미다.
△한지헌 DHL코리아 대표이사가 DHL의 ‘애즈 원(As One)’을 상징하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우리 다 같이 한팀이 되자’는 의미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