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 한국 맞춤 물류센터 구축하고, 한국 수입 통관 시스템까지 갖춰져

최근 소비자들은 ‘알리 지옥’에 빠졌다. 앱 분석데이터를 제공하는 와이즈앱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기준,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가 사용자 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앱 1위를 차지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해외직구 규모는 4조 7,928억 원이며 그중 중국이 46.4%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같은 기간 중국발 직구액도 106% 급증했다.

소비자들이 알리에 열광하는 이유는 말도 안 되는 초저가 경쟁력과 더불어 ‘파격적인 7일 배송’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해외직구를 이용하려면 배송대행지(배대지)를 이용하고 수입 통관도 며칠씩 기다려야 해서 물품을 받기까지 기본 10일에서 늦게는 30일 정도 소요됐다. 하지만 현재 알리는 한국행 전용 물류센터, 국내 물류기업과의 협업, 상위 수준의 한국 통관 시스템을 기반으로 ‘주문 후 7일’이라는 혁신을 선보였다.

“한국은 알리익스프레스의 가장 중요한 시장 중 하나”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가 지난해 12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 말이다. 이날 알리는 향후 한국에서의 공격적인 투자를 예고하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2018년 처음 한국 시장에 진출한 알리는 지난해 6월,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와 옌타이에 있는 한국행 전용 물류센터를 약 3만 평 규모로 확대해 본격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해당 물류센터는 ‘한국과 가장 가까운 중국’으로 불리는 산둥성에 위치해 한국 수출에 지리적으로 유리할 뿐만 아니라 미리 한국행 물품을 보관하고 있어 ‘7일 배송’이라는 해외직구의 혁신적인 배송 기간을 선보일 수 있다.

△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
△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대표

이처럼 알리는 중국 내 한국과 가장 가까운 곳에 맞춤형 물류거점을 설치했으며 한국에서는 물류 대기업인 CJ대한통운과 협력해 빠른 배송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알리의 한국 내 파트너인 CJ대한통운은 전국 물류망을 보유하고 있어 통관된 물품을 빠르게 배송하고 있다. 이같은 협업은 알리가 가장 적은 비용으로 국내 최고의 물류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상위 수준의 국내 통관 시스템도 ‘한몫’
해외직구하면 빼놓고 말할 수 없는 항목이 바로 한국의 통관 시스템이다. 세계 상위권 수준으로 알려진 한국의 통관 시스템 중 수입 통관의 경우 보통 2~3일, 빠르면 당일도 가능하다. 이러한 높은 수준의 통관 시스템은 정부의 노력이 뒷받침되어 탄생하게 됐다. 

관세청은 신속한 통관을 위해 6자리 세번 부호(HS CODE) 기재 필수화, 전자상거래 유형 신고 의무화 등 이커머스 물품에 관련 규정을 정비하고 전자상거래 특성에 맞는 수입신고 항목을 별도로 마련해 지난해 4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또한 지난해 12월, 기존 노후화되고 흩어져 있던 세관검사 시설을 통합·이전해 인천시 송도 아암물류2단지에 ‘인천세관 통합검사센터’를 준공했다. 정부는 이번 구축을 통해 수출입 화물의 신속 통관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통합검사센터는 컨테이너 검사센터, 관리대상화물 집중검사장, 해상특송 물류센터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이커머스 물품을 처리하는 해상특송 물류센터에는 물품 검사를 진행하는 X-Ray 라인을 기존 6개에서 11개로 확대하고 자동 분류 설비를 도입했다.

고광효 관세청장은 “인천세관 통합검사센터가 위치한 인천항 아암물류2단지는 전국 최초로 전자상거래 업종 특화 목적으로 지정된 종합보세구역으로 이번 통합검사센터 구축을 통해 전자상거래 산업 활성화와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자체 통관 시설’도 신속 통관에 한몫하고 있다. 자체 통관 시설이란 국내 등록되어있는 물류기업이 관세청에 시설 구축 허가를 받은 후 관세청이 규정한 가이드라인에 한해서 통관에 필요한 장비(X-Ray, 컨베이어 벨트)를 설치해 통관할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시설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는 관세청이 운영하는 세관 지정 장치장에서 X-ray 검사 등의 통관을 진행해야 하지만 시설 인프라 부족 등의 문제로 자체 통관 시설이라는 규정을 두고 일부 화물(특송, 판매용 물품 등)은 세관 지정 시설이 아닌 자체 통관 시설로 화물을 보내고 있다. 다만 자체 통관 시설로 보내진 화물들의 세부 정보와 X-ray 검사 결과의 데이터는 관세청으로 전송돼 실제 통관은 관세청이 진행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CJ대한통운도 자체 통관 시설을 운영하고 있어 알리의 국내 배송이 더 빨라지게 된 원동력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중국발 해외직구의 급증으로 연일 통관 대란이 일어났을 때 자체 통관 시설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비교적 통관의 어려움이 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뿐만 아니라 관세청은 지난해 통관 대란에 대응하기 위해 오후 6시까지만 진행했던 인천항·평택항의 통관 업무를 현재 항공의 경우 자정 12시, 해상은 밤 11시까지 진행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부터는 늘어나는 해외직구 물량에 대비해 ‘전자상거래 전용 수입 통관 플랫폼’도 구축한다. 특히 전자상거래 전용 수입신고서를 신설할 예정으로 전자상거래 특성에 맞춰 기존 일반 수입신고서에서 거래에 관여한 전자상거래업체 신고 항목을 추가하고 불필요한 일부 항목은 삭제해 신속한 통관을 지원할 방침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정부에서 급증하는 해외직구 물량에 대해 최선을 다해 대응하고 있지만 한정된 인프라 시설로 인해 통관이 지연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는 정부에서도 노력하고 있는 부분으로 많은 사람이 이해해주셨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더 빠르면 당일 배송도 가능해
현재 알리는 중국에 한국 맞춤형 물류센터를 두고, 국내 배송의 경우 대형 물류기업들과 협업으로 전국 배송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알리가 국내에 물류센터를 구축한다면 시장 점유율도 늘리고 배송도 더 빨라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국내 물류센터에 해외직구용 제품을 미리 보관한다면 새벽배송 수준으로 배송 소요시간을 단축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알리는 지난해 기자간담회를 통해 한국의 물동량 증가에 따라 올해 한국 내 자체 물류센터 구축을 내부적으로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한 이커머스 관계자는 “알리가 무서운 속도로 한국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만일 해외직구가 당일 배송도 가능해지면 알리를 중심으로 해외직구 시장의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생각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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