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의 가전·IT 전시회인 ‘CES 2024(국제전자제품박람회)’가 현지시간 기준으로 지난 1월 9일부터 12일까지 미국 라스베가스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전 세계 4,000여 개가 넘는 기업이 참가한 올해 CES에서 가장 큰 화두는 역시 AI였다. 특히, 미래를 바꿀 기술 중 가장 빠른 성장으로 주목받고 있는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솔루션은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의 이목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이번 CES에서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물류는 빠지지 않았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변화의 시기를 맞이한 물류산업은 이제 구시대의 물류에서 미래의 물류로 나아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CES 2024를 통해 사람 중심에서 로봇, 그리고 다음 차원의 아이템으로 넘어가는 물류자동화는 어떻게 예상할 수 있는지 미리 확인했다.

[H/W] 단순한 ‘물류로봇’ 대신 고차원 하드웨어가 대세

물류에서 로봇은 더 이상 생경한 존재가 아니다. 글로벌 기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물류현장에서 사람 대신 일하는 로봇의 모습은 이제 쉽게 확인할 수 있을 만큼 물류와 로봇의 거리는 한층 가까워졌다. 그리고, 로봇을 중심으로 효율성 제고라는 답을 찾아낸 물류산업은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하드웨어를 통해 새로운 차원의 물류서비스 경쟁에서 한 발짝 앞서나가기 위한 시도를 시작했다.

다음 세대 물류를 이끌 ‘미래형 모빌리티’
이번 행사에서 현대차는 ‘Ease every way’라는 비전에 따라, 더 편리한 이동 경험과 미래 물류 및 운송의 변화를 예고하는 새로운 콘셉트의 미래형 모빌리티를 선보였다. 현대차 부스에는 AI 기술을 접목한 개인형 모빌리티를 비롯해 공공 모빌리티, 물류 모빌리티, 물류 상하차 로봇에 이르는 혁신적인 콘셉트의 미래 모빌리티가 전시 현장을 가득 메웠다. 가장 주목을 끈 솔루션은 무인 대형 모빌리티인 CITY POD이었다. CITY POD는 자동 물류 시스템을 적용한 물류 완전 자동화 솔루션이다. 현장에서는 미래형 모빌리티가 물류현장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볼 수 있었다. 분류를 위해 정해진 장소에 도착한 CITY POD는 데이터를 활용해 스스로 화물을 싣거나 내리고 이를 물류로봇이 다시 옮기는 과정을 시연했다. 이 모습은 사람 없이 물류 완전 자동화가 완성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게 하기 충분했다.

▲무인 대형 모빌리티 CITY POD / 출처 – 현대차
▲무인 대형 모빌리티 CITY POD / 출처 – 현대차

CITY POD와 함께 마치 사람처럼 움직이는 물류로봇인 스트레치(Stretch)도 관람객들을 사로잡았다. 지난 2020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되며 화제를 불러 모았던 미국의 물류로봇 개발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의 주축 모델인 스트레치는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물류로봇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의 개입없이 자율적으로 주행이 가능하고 센서와 카메라, 제어장치,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로봇 팔을 움직인다. 피킹도 상자의 옆면을 짚을 수도 있고 한 번에 여러 개의 상자를 옮길 수도 있다.

▲사람 대신 박스를 옮기는 스트레치 / 출처 – 현대차
▲사람 대신 박스를 옮기는 스트레치 / 출처 – 현대차

 

물류트럭, 그 다음 세대를 만나다
기아의 핵심 아이템은 목적기반 모빌리티(PBV : Purpose Built Vehicle)였다. ‘차량 그 이상의 플랫폼(Platform Beyond Vehicle)’으로 PBV 시리즈를 정의한 기아는 새롭게 탄생하는 비즈니스와 생활 방식에 맞는 혁신적인 공간 활용을 할 수 있는, 전통적인 자동차의 개념을 뛰어넘는 차량을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이번 행사를 통해 밝혔다. PV1과 PV5, PV7으로 구성될 기아의 PBV 시리즈 가운데 PV1은 향후 단거리 물류 운송을 담당할 수 있을 전망이며 PV7은 현재의 물류트럭이 하는 역할인 장거리 물류운송을 대체할 수 있을 아이템으로 기대를 모은다.

▲기아의 PV 시리즈 / 출처 – 기아
▲기아의 PV 시리즈 / 출처 – 기아

 

더 똑똑한 배송로봇, 물류와 일상을 지키다
현대차그룹의 창의인재 육성 플랫폼, 제로원을 통해 출범한 모빈은 배송과정에서 사람 대신 역할을 할 수 있는 배송로봇을 개발한다. 모빈 배송로봇의 가장 큰 특징은 로봇 스스로 계단에서도 이동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배송로봇은 평지 기반의 내리막길이나 오르막길 정도만 주행할 수 있는데 비해 모빈 모델은 배송과정에서 계단과 같은 장애물을 만나더라도 스스로 이를 넘어갈 수 있어 더 원활한 물류배송을 가능하게 한다.

▲계단에서도 이동할 수 있는 모빈의 배송로봇 / 출처 - CU
▲계단에서도 이동할 수 있는 모빈의 배송로봇 / 출처 - CU

 

삼성이 투자에 나서며 화제를 모은 바 있는 뉴빌리티는 이번 행사에서 배송로봇이 적용될 수 있는 또 다른 방향을 제시했다. 바로 순찰이다. 뉴빌리티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이 마련한 CES 2024 인천홍보관에서 SK쉴더스와 함께 순찰로봇을 소개했다. 뉴빌리티의 순찰로봇은 복잡한 도시에서도 안정적인 자율주행과 객체 인식 및 이상 상황 자체 분석을 통해 신속한 현장 개입과 사고 대응이 가능하다. 이미 지난해부터 SK쉴더스, SK텔레콤 등과 함께 덕성여대 캠퍼스, 강원대 삼척캠퍼스 등에서 시범 운영을 성공적으로 진행했으며 최근에는 송도 센트럴파크에서 시범운영을 통해 24시간 위험지역 자율순찰 및 시설 안전점검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뉴빌리티가 SK쉴더스와 함께 선보인 순찰로봇 / 출처 – 뉴빌리티
▲뉴빌리티가 SK쉴더스와 함께 선보인 순찰로봇 / 출처 – 뉴빌리티

 

고도화된 AMR, 물류센터를 바꾼다
자율주행 물류로봇 및 토탈 스마트팩토리 솔루션 기업 유진로봇은 이번 행사에서 인천경제자유구역청(IFEZ)과 협력을 통해 물류 자동화, 공장 자동화 솔루션을 선보였다. 유진로봇의 메인 아이템은 고카트(GoCart) 시리즈다. 유진로봇이 자체 개발한 AMR 솔루션 고카트는 국제안전기준 표준 ‘ISO13482’ 인증을 획득할 만큼 기술력과 안정성을 인정받았으며 그 결과 국내는 물론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확대되고 있는 물류 자동화 트렌드에 맞춰 유진로봇은 자체 개발한 고카트를 기반으로 공장, 창고, 병원 등에서 엔드 투 엔드(end-to-end) 로보틱스 솔루션을 통해 생산효율을 높이는 물류 자동화, 공장 자동화 적용 사례를 영상 및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소개했다.

▲유진로봇의 고카트 솔루션 라인업 / 출처 – 유진로봇
▲유진로봇의 고카트 솔루션 라인업 / 출처 – 유진로봇

 

[S/W] 복잡하고 어려운 물류, 이제 ‘소프트웨어’로 해결한다

로봇과 함께 물류산업에서 존재감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주인공은 단연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로봇과 같은 하드웨어를 실질적으로 움직이는 뇌 역할을 하는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와 비교해 도입시 장벽이 비교적 낮아 물류현장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물류업계에서 활용되는 대표적인 소프트웨어라고 한다면 이제 기초적인 개념이 된 WMS(Warehouse Management Systems, 창고관리시스템)나 TMS(Transportation Management System, 운송관리시스템) 등을 들 수 있다. 그리고 이들을 넘어 새로운 차원의 물류 관련 소프트웨어들을 이번 CES 2024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이제 물류도 ‘자율주행’과 함께 한다
글로벌 물류공룡 아마존은 AI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아마존 월드를 선보였다. BMW와의 협업을 통해 알렉사의 대규모 언어 모델(LLM)을 기반으로 한 AI 음성비서 서비스와 함께 주목받았던 솔루션은 운전하는 사람 없이 이동할 수 있는 무인 로보택시였다. 아마존의 무인 로보택시는 스티어링 휠과 페달이 없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특수목적용으로 개발된 만큼 앞으로 실증과정을 통해 안전성과 효율성만 입증된다면, 물류업계에서도 향후 택배용 차량의 대체제로서 충분히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마존 부스를 가득 메운 참관객들 / 출처 - CES
▲아마존 부스를 가득 메운 참관객들 / 출처 - CES

 

국내에서는 라이다(LiDAR) 솔루션 전문기업 뷰런테크놀로지가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솔루션을 선보이며 큰 관심을 끌었다. 뷰런테크놀로지는 이번 행사를 통해 기존 ‘VueOne’의 업그레이드 버전 ‘VueOne+’을 공개했다. 행사 현장 부스에서는 무인이동체용 라이다 솔루션이 탑재된 자율주행 미니카가 관람객들을 맞이하며 뷰런테크놀로지의 기술력을 알렸다. 아울러 올해 출시 예정인 ‘VueOne+’를 접목한 라이다 자율주행 차량을 직접 시승해볼 수 있는 기회와 함께 자율주행 업계 담당자들과 함께 진행하는 네트워킹 파티도 미국 현지에서 진행하며 미국에서의 영향력 확대에 힘썼다.

▲뷰런테크놀로지의 자율주행 솔루션 / 출처 – 뷰런테크놀로지
▲뷰런테크놀로지의 자율주행 솔루션 / 출처 – 뷰런테크놀로지

 

한 차원 높은 TMS, 물류를 업그레이드하다
최근, 제주도에서 당일배송 서비스를 본격 수행하며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위밋모빌리티의 통합물류관리 솔루션, ‘루티(ROOUTY)’를 이번 CES2024에서도 만나볼 수 있었다. 모든 이동경로를 최적화한다는 개념을 담은 솔루션 루티는 기존 TMS에 VRS(Vehicle Routing and Scheduling) 기술을 적용했다는 부분이 눈에 띈다. VRS를 통해 루티를 활용하는 고객사는 다수의 주문지와 경유지를 복수의 차량에 최적으로 배치하고, 경로를 실시간 최적화할 수 있다. 특히 루티는 ‘이동’에 관해 모든 경로를 최적화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물류업계에서 ‘이동’의 개념이 포함된 모든 프로세스라면 어디든지 적용할 수 있다는 부분이 가장 큰 강점이다.

▲위밋모빌리티의 자체 개발 솔루션 ROOUTY / 출처 – 위밋모빌리티
▲위밋모빌리티의 자체 개발 솔루션 ROOUTY / 출처 – 위밋모빌리티

 

풀필먼트·구매 공급망 관리도 이제 ‘AI’가 완성한다
삼성SDS는 AI 기반 구매공급망관리 솔루션인 ‘SRM SaaS’를 선보였다. ‘SRM SaaS’는 삼성SDS가 지난해 3월 인수한 국내 구매공급망관리 전문기업 엠로와 공동 개발한 솔루션으로 기존 공급망 대비 업무효율성을 크게 높여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SRM SaaS’ 내 기능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부분은 구매 비용을 대폭 절감할 수 있는 구매자동화 관련 자동 추천 기능이다. 이 기능을 통해 ‘SRM SaaS’를 활용하는 고객사는 구매 빈도가 빈번한 품목 가운데 일괄계약시 비용을 낮출 수 있는 품목을 자동으로 추천받을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비용효율성과 업무생산성,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다.

▲솔루션에 대해 설명하는 황성우 삼성SDS 대표이사 / 출처 - 삼성SDS
▲솔루션에 대해 설명하는 황성우 삼성SDS 대표이사 / 출처 - 삼성SDS

 

콜로세움코퍼레이션(이하 콜로세움)은 이번 행사에서 ‘통합 AI 물류솔루션’인 COLO를 선보였다. 콜로세움의 COLO는 물류센터에서 이뤄지는 모든 물류 관련 프로세스가 유기적으로 연동될 수 있도록 주문과 보관, 운송과 관련한 IT 시스템인 OMS, WMS, TMS 등과 AI를 결합한 형태의 솔루션이다. 화주와 물류센터, 운송사 등 모든 플레이어들은 COLO를 통해 실시간 소통은 물론 업무까지 처리할 수 있어 물류 업무의 효율성을 대폭 높일 수 있다.

▲CES 현장에서 관람객들을 만난 콜로세움 / 출처 – 콜로세움코퍼레이션
▲CES 현장에서 관람객들을 만난 콜로세움 / 출처 – 콜로세움코퍼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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