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건은 결국 가격… 고용 승계 등 현안 조율 중요

유럽경쟁당국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을 조만간 승인할 가능성이 높다는 외신 보도가 잇따라 나오면서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에 대한 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부에서는 특정 LCC(저비용 항공사) 유력설이 돌았지만 정작 관계자들은 공식 절차가 시작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매각 의향과 관련된 서류(RFI)가 오갔을 뿐,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인수 의사를 밝힌 LCC는 에어인천과 제주항공, 에어프레미아, 이스타항공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판매자와 구매자 간 의견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수면 아래서 ‘밀당’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류신문은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를 두고 판매자와 구매자 간 시각 차이는 무엇인지 주요 포인트를 정리했다.

Point 1 - 가격
입찰 참여 의사를 표시한 구매자들은 아시아나 화물사업부의 총 매각 대금이 2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화물사업부가 5,000억 원 내외, 아시아나 부채가 1조 원, 아시아나의 노후 화물기 개선 비용이 5,000억 원 수준이라는 것. 구매자들은 부채 1조 원은 무조건 안고 가야 하고, 노후 기체 개선도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판매자의 최초 제시가는 7,000억 원 내외. 그러나 자금력이 부족한 구매자들은 화물사업부 가격을 3,000억 원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지금은 5,000억 원 내외로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Point 2 - 고용승계
고용승계도 구매자들에게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시아나의 임금 체계가 LCC들보다 높아 조정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 여기에 아시아나의 임금이 2019년부터 3년 간 동결(2022년은 2.5% 인상)됐기 때문에 새 주인에게 인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한 구매자들은 장거리 노선 운영 경험이 없거나 부족하기 때문에 아시아나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명한 조율이 요구된다.

Point 3 - 노후 기체
아시아나는 현재 보잉 747-400F 등 총 11대의 화물기를 운영하고 있는데 8대는 보유, 3대는 임대한 기체다. 문제는 대부분 생산이 중단된 기령 20년 이상의 노후 기종이며 일부는 30년이 넘었다는 점이다. 아시아나는 노후 기체 중 일부를 올해 안에 퇴역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노후 기체 개선에 5,000억 원 정도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구매자들은 판매자가 일부를 교체한 뒤 매각하거나 매각가를 낮춰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판매자는 운항에 문제가 없고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운항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고. 전 세계 항공기 발주량이 많아 당장 교체가 어렵다는 점은 변수다.

Point 4 - 사모펀드 투자 여력
매각 의사가 있다고 알려진 LCC 중 제주항공을 제외한 나머지는 사모펀드들이 주인이다. 사모펀드들은 항공사 인수와 운영에 상당한 자금을 투입한 상황이라 아시아나 화물 인수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추가 투자는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구매자들은 해외 자본과 손 잡는 것은 쉽지 않다고 보고 국내 대기업과 전략적 투자자 참여 혹은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Point 5 - 호재 부족한 항공화물시장
항공화물시장에 호재가 부족한 점은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에게 부담이다. 최근 항공화물 수요가 늘어났지만 운임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 발틱항공운임지수를 살펴보면 항공화물시장은 지난해 운임이 약 4% 올랐지만 이는 전년 대비 약 26% 낮은 수준이다.

WorldACD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항공화물 톤수는 전년 대비 5%나 감소했으며, 올해 1월 2주차 운임 추이도 전년 대비 24%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예멘 반군으로 해상운임이 치솟으면서 항공운송 물량이 조금씩 늘어나고 있지만 아직 체감할 정도는 아니라고.

Point 6 - 밸리 카고와 브랜드 사용권
‘밸리 카고(Valley Cargo)’는 여객기의 수하물 공간을 이용해 화물을 운송하는 것으로, 화물기보다 공간이 작지만 상당한 양의 화물을 적재할 수 있다. 또한 주로 밤에 뜨는 화물기보다 낮에 도착지에 내려줄 수 있어 부가가치도 높다. 인트라 아시아 지역 수요는 적재 공간을 꽉 채울 정도라고. 그래서 밸리 카고를 매각 대상에 포함하느냐 마느냐에 대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판매자가 여객사업을 가져가는 입장이니 밸리 카고를 하는 것이 당연한데, 아시아나 화물사업부의 매출 절반 수준이 밸리 카고에서 나온다고 하니 구매자 입장에서는 여차하면 판매자와 치열한 화물 경쟁에 나서야 할 판이라는 것. 

또한 구매자 사이에서 아시아나 브랜드 사용 권리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해외 영업에 LCC의 브랜드 파워보다 아시아나의 브랜드 파워가 더 우세하기 때문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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