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정부, 인력난 가중으로 육상운송 현장에 ‘화이트물류’ 운동 전개

국내 산업시장을 넘어 물류현장도 하루 가능한 근로시간에 따른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한쪽에선 장시간 노동에 따른 폐해를, 또 다른 쪽에선 필요 시 근로시간을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국 내외를 막론하고, 노동 현장의 근로시간 감소는 세계적 트렌드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우리보다 먼저 저출산 고령화로 인력부족을 겪어온 일본의 물류시장이다. 일본은 오는 4월 1일부터 지금까지와 달리 근로시간이 큰 폭으로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현지 언론에선 생활물류 서비스인 ‘택배까지 멈출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낼 만큼 이번 근로시간 감축 후폭풍을 걱정하고 있다. 반면 이 같은 우려에 대해 과도하단 지적도 나온다.
일본은 이미 트럭 차주와 운송물류 업계 및 정부가 오래전 부터 물류현장의 노동환경 변화를 예측, 10년 전부터 이에 따른 후속 대안을 꼼꼼히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결국 일본의 화물트럭 운전자들의 연장근로시간 제한은 물류현장에선 악재지만 산업 환경 변화에 따라 불가피한 정책이며, 이를 위해 일본 정부와 업계는 철저한 대비를 해 왔던 셈이다.

그럼 우리 물류시장은 어떤 상황일까? 우리 정부는 2018년 근로기준법을 개정했지만 여전히 물류현장의 연장 근로시간은 제한 없이 가능하다. 또 화물연합회 및 협회 차원의 준비도 전무한 상황이다. 따라서 육상화물운송 물류업계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관련 정책과 대안에 대한 촘촘한 벤치마킹에 나서 향후 급변할 노동환경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 물류산업의 근로환경 변화 배경과 오는 4월 1일부터는 전격 시행되는 추가 근로시간 제한과 형태 등을 점검하고, 일본 물류현장에 미칠 영향 등을 전망해 봤다.
 
日, 근로환경 변화 연착륙 위한 장기 플랜 꼼꼼히 준비

일본의 육상물류현장 변화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올해 4월1일부터 ‘과도하다’고 할 만큼 줄어든 추가 근로시간이다. 일본 정부는 물류업종 근로자들의 연간 추가 근로시간을 최대 960시간을 제한하는 한편 동일한 노동에 정규직과 비정규직, 아르바이트생 할 것 없이 모두 동일 임금을 적용할 예정이다. 일반직들의 추가 근로시간을 740시간으로 제한한 것과 비교하면 220시간의 범퍼를 둔 셈이지만 4월1일부터 일본의 물류시장의 근로 형태가 바뀌면 지금과 전혀 달리 비용과 인력 수급에 어려움이 전혀 다른 양상으로 나타날 전망이다. 

그럼 일본의 육상 물류시장은 어떻게 바뀌게 되는 걸까? 우리 국토부와 같은 일본의 국토교통성은 기존 트럭 수송에서 새로운 운송 형태로의 전환 등 다양한 정책들을 추진, 육상운송 물류 효율화뿐 아니라 트럭 운전자 시간외 연장 근로를 연 960시간으로 제한, 2024년 4월1일부터 전격 시행한다. (표 1)

이 같은 정책의 시작은 이미 1990년 시행된 화물자동차운송사업법(물류2법)에 근거한다. 일본은 이후 2003년 물류2법의 개정과 더불어 2015년 ‘트럭운송업의 장시간 노동 억제를 위한 로드맵 작성’과 2016년 트럭운송업의 적정운임 및 요금 검토를 시작으로 2017년 화주 적정거래추진 가이드라인 2차 개정 등을 거치면서 차근히 시장 변화에 대응전략을 구축했다. 이후 일본 정부는 화물대기시간 기록 의무화 및 행정처분기준 강화, 하역/부대 작업시간 기록 의무화 등을 거쳐 2020년엔 우리의 안전운임제와 유사한 ‘표준적 운임 고시’등을 통해 육상운송사업 관련 주요 정책을 현장 의견을 반영해 꾸준히 정책추진에 나서 왔다. 

이와 같은 일본 정부의 치밀한 대안 정책 행보는 주 52시간 근무제도인 일하는 방식 개혁 관련법 시행이 하루아침에 시행된 법이 아니라 미래 인구 감소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인력 부족 등을 기반하고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결국 올해 4월부터 트럭 운전기사의 연간 추가 작업시간을 960시간 이내로 제한한 것은 오래 전부터 시장의 변화를 예의 주시하면서 준비하고, 지난 10여 년 간이라는 시간 동안 연착륙의 범퍼를 만들어 낸 셈이다. 우리 정부 정책과 비교하면 얼마나 치밀하고 정교한지 혀를 내 두를 정도 다. 이 법안이 시행되면 화물차 운전자들의 1일 근무시간은 최대 16시간 이내(숙박을 동반하는 경우 제외)로 줄고, 기존 1명이면 되던 구간 운전은 운전자를 2명 이상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을 연출하게 될 전망이다.
 
인구 감소에 따른 구인난 가속화, 화이트물류 확산 계기

일본 정부가 물류산업에서 추진하고 있는 ‘화이트물류’는 말 그대로 기존 생산노동자들의 블루 컬러(생산직)를 화이트 컬러(사무직)들처럼 일할 수 있는 근로환경을 만들겠다는 의도다. 노동생산성을 높이고, 여성과 고령자를 포함한 다양한 인력이 현장 노동자로써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는 것이다. 이는 2018년 5월 일본 정부가 책정한 ‘자동차운송사업의 일하는 방식 실현을 위한 정부 행동계획에 따른 것이다. 일본 정부는 트럭 운전자 부족과 고령화, 그리고 장시간 근로가 고착화되고, 하역대기시간 증가와 임금격로 물류안정화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해 화이트 물류를 강력하게 추진하게 됐다. 통상적으로 일본 화물트럭 운전자들의 업무는 우리와 다르다.

이들의 업무 범위는 우리처럼 단순 운전직이 아니라 ‘운송화물의 검품’을 시작으로 화물상차 적재, 운전, 하차, 하차 후 상품 검품 등이다. 문제는 저 출산과 고령화에 따른 인구감소와 맞물려 이처럼 과도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급여 수준은 높지 않아 구인난을 가중화시켜 온 점이다. 여기서 우리와의 차이점은 시장 환경 변화를 예상해 일본 정부의 선제적 정책대안 마련이다. 

일본정부는 10년 전인 2015년부터 향후 악화될 가상 시장상황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업계의 예상을 뛰어 넘는 노동 상황 변화 대응책을 세부적으로 만들었다. 오랜 기간 시간차를 둬 세부적인 연착륙 노력을 기울였지만, 막상 실행을 앞두고 일본 물류업계도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국내 역시 장기적인 물류정책 대안을 만들고는 있지만 일본 정부의 행보와 비교하면 대부분 거시적 정책뿐이란 지적이다. 

그럼 우리는 어떤 상황일까? 대한민국의 인구 감소는 전 세계에서 주목할 만큼 유난하다. 당장 2024년 초등학교 입학생은 2년 만에 30만 명 선이 붕괴되고, 오는 2030년 이후엔 10만 명대 시대를 맞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본이 겪는 물류현장의 인력부족은 어쩌면 한국이 먼저 겪게 될 문제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2018년 근로기준법을 바꿔 시행했지만 아직 육상 운송업(노선버스 제외) 등은 관련 법 적용을 받지 않는 무제한 근로 업종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법의 예외 업종이어도 인력 수급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게 현장의 지적이다. 인력 부족 현상이 법에 앞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우리 운전자들의 고령화 역시 심각하다. 택시와 버스, 택배와 화물차 운전기사들도 빠르게 노화되고 있다. 지금이라도 화물운송업계차원의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지금의 생활물류 및 육상운송 물류서비스의 편리성은 예상보다 빨리 사라지고, 비용은 치솟을지 모른다. 코앞으로 다가온 일본의 상황을 빠르게 살피고, 벤마킹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