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난도 외 / 미래의 창

2023년은 팬데믹의 종식과 함께 팬데믹의 후유증이 본격화되었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소위 ‘팬데믹 머니’라고 불린 유동 자금들로 인해 발생된 인플레이션이 23년 세계 경제를 위협하게 되었고, 이로 인한 주요 국가들의 금리 인상은 글로벌 경기를 침체 속에 빠뜨리게 되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紙에서는 2024년을 ‘모나리자 경제’라고 명명했다. 모나리자의 그림을 보면 그림 속의 여성이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를 표정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을 인용한 것으로 ‘모나리자 경제’란 경제상황이 좋을지, 나쁠 지를 가늠하기 어렵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미국의 경기는 긍정적인 신호를 통해 점진적으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미국과 더불어 세계 경제의 거대한 한 축인 중국의 경우는 경제 버팀목인 부동산 경기의 하락과 청년 실업률 급증 등으로 전망이 어둡게 예측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인한 국제 정세의 불안정, 불확실성이 높은 미국 대선과 대만 총통선거, 새로운 경제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 대선 그리고 우리나라의 총선 등 국제적 정치상황 또한 상당한 불확실성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이다. 또한 이상 기후 등 환경문제 또한 나날이 심각성을 더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기술의 발전,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 등은 새로운 트렌드를 형성해 가고 있다. 그러한 트렌드를 읽어야 하는 것이 경제와 사회활동을 지속해야 하는 사람들의 중요한 팩트이다. 트렌드코리아에서는 ‘청룡의 해’를 맞이하여 2024년 키워드를 ‘DRAGON EYES’라 명명했다. 이에 대해 간략하게 정리해 본다.

분초사회(Don’t Waste Single Second : Time Efficient Society)
모 기업에 가면 걸려 있는 문구가 있다. ‘9시 1분은 9시가 아니다.’ 일반적으로 자원이라고 하면 돈과 시간을 언급한다. 과거에는 돈을 우선시 했지만 최근에는 시간을 중시한다. 특히 MZ세대는 시간을 돈보다 중시한다. 따라서 시간을 쪼개는 단위가 과거와는 달라졌다. 과거에는 일반적으로 시 단위로 시간을 쪼갰다면 지금은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서 사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단위는 사람들의 성향과 생활 패턴을 나타낸다. 휴가도 반차, 심지어 반반차로 쪼개어 운영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이를 중요한 복지로 MZ세대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최근 사람들은 실패로 인해 소비되는 시간을 최소화 하려고 한다. 스포일러가 있는 요약 정보를 확인 후 책을 읽고, 영화를 본다. 사용자의 후기를 확인한 후 제품을 구매하며, 선물을 받기 전에 위시 리스트를 제공하는 등 이 모든 것이 실패로 발생되는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 고객 뿐 아니라 직원 등 모든 관련 이해관계자에 대한 시간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비즈니스의 중요한 팩트가 되고 있다.

호모 프롬프트 (Rise of ‘Homo Promptus’)
프롬프트는 기계가 사용자의 명령을 받아들이는 체계를 의미하며, 호모 프롬프트는 기계와 소통하는 인간을 의미한다. 인공지능의 기술은 2년 마다 100배, 10년 후에는 100만 배 발전할 것이라고 예측되고 있으며, 앞으로 3억 개의 일자리가 기계로 대체될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그러나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다.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보여주는 결과만을 보고 감탄한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의 아웃풋은 사람들이 인공지능에게 요구하는 질문과 명령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다. “사람이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기계에게는 어렵고, 기계가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사람에게 어렵다”는 모라백의 역설은 사람과 기계간에 어떤 관계성을 갖추어야 하는 지를 잘 설명해 주고 있다. 기존의 것을 조합해 새롭게 만들어 내는 창의력, 잘 정립된 구조에 바탕을 두고 그 경계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내는 탐구적 창의력, 그리고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변화적 창의력 등 창의력은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앞의 두 가지는 기계가 가능하지만 마지막 변화적 창의력은 사람만이 가능하다. 기계와 사람을 구분하는 가장 핵심 키워드는 ‘잘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한 판단 즉 아날로그 인지력이라는 사실이다.

육각형 인간 (Aspiring to Be a Hexagonal Human)
육각형은 무결점을 의미한다. Z세대와 알파세대는 고진감래의 서사보다 모든 것을 태어날 때부터 갖추고 있는 것을 선망한다. 노력으로 성취한 완벽한 인간보다 노력으로 불가한 모든 것을 갖춘 완벽함을 선호하며, 그러한 모든 것을 갖춘 인간을 ‘육각형 인간’이라고 한다. ‘육각형 인간’은 논쟁의 여지가 많은 테마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비교의 시대이며, 비교를 통해 사람들을 정량적인 등급으로 구분하고 있다. 인간은 절대적 수준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 수준에서 행복을 찾는 경향이 있다. ‘육각형 인간’은 노력으로 해결되지 못하는 완벽함 추구에 대한 대리 만족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브랜드와 콘텐츠에도 동일한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다. 재미와 교훈 그리고 자신의 철학 등 모든 것이 일치되는 완벽함을 추구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육각형 인간과는 달리 자연스러운 자신의 모습을 추구하는 콘텐츠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나다운 것이 행복하다는 자아를 찾고자 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는 것에 대한 Z세대와 알파세대의 각성이 시작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버라이어티 가격 전략(Getting the Price Right : Variable Pricing)
‘일물일가(一物一價)’란 하나의 물건은 하나의 가격이 있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최근 동일한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시간, 장소, 환경, 판매주체 등에 따라 가격이 달라지는 현상이 일반화되고 있다. 아마존은 하루에 가격변동이 250만 번 일어난다고 한다. 가격은 소비를 촉진하는 핵심 요소이다. 따라서 소비자의 지불용의에 따른 다양한 가격 전략은 기업의 마케팅 전략의 핵심이다. 특히 구독경제의 시대 가격전략은 더욱 중요하다. 향후 가격은 공급자 중심으로 정해지는 단방형성 속성이 아니라 소비자의 비중이 높아지는 양방향성 속성으로 결정될 것이다. 옵션 버라이어티 가격이 있다. 이는 고객이 필요기능 중심으로 선택해서 최종적인 가격을 산정하는 형태로 앞서 언급한 양방향성 가격속성을 나타내고 있는 가격결정 형태이다. 핵심가치 중심의 가격 다양성이 향후 마케팅의 핵심 기능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도파밍(On Dopamine Farming)
도파밍이란 도파민(dopamine)과 파밍(farming)의 합성어로 단순한 재미를 추구하는 행동을 의미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을 하는 이유를 물어보면 ‘그냥’이라고 한다. ‘그냥’은 젊은이들의 대표적인 유희적 키워드가 되었다. 도파밍은 예측할 수 없는 즐거움을 기대하는 랜덤 박스와 같은 랜덤 도파밍, 서울에서 부산까지 일반버스를 이용하여 24시간 안에 도착하기와 같은 비상식적 도파밍, 따귀 때리기 대회와 같은 기괴한 도파밍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도파밍이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것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자 함이 가장 큰 이유이다. ‘팝콘 브레인’ 현상과 같이 인간의 주의력이 8초를 넘어가지 못하는 시대에서 짧은 콘텐츠로 사람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보다 더 자극적인 것을 추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파민이 활동적 즐거움에서 나오는 호르몬이라면 휴식과 평온에서 나오는 호르몬인 세로토닌도 있다. 도파민에 편중되는 것이 아니라 도파민과 세로토닌의 균형을 갖추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고 있다.

요즘 남편, 없던 아빠 (Not Like Old Daddies, Millennial Hubbies)
요즘 가전 광고의 주체는 아빠가 대세이다. 이는 가정에서 남성의 역할을 나타내주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30~40대 초반의 아빠는 과거와 달리 가정에서의 가사 역할을 당연시 한다.육아용품의 구매주체가 아빠인 비중이 엄마의 비중과 거의 차이가 나지 않고 있으며, 남성의 육아휴직의 비율도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또한 가사에 필요한 장비도 남성중심으로 증가되고 있다. 여섯시 센데렐라로 불리는 아빠들이 있다, 6시만 되면 아이들을 데리러 회사에서 사라지는 요즘 아빠를 일컫는 신조어이다. 이제 이러한 현상은 트렌드가 아니라 보편화 현상으로 인식해야 한다. 따라서 모든 기업에서 나아가 사회적으로 육아와 가사에 대한 아빠들의 배려가 정책적으로 필요한 시기이다.

스핀오프 프로젝트(Expanding your Horizons : Spinoff Project)
스핀오프란 메인 콘텐츠를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파생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콘텐츠 스핀오프는 성공적인 콘텐츠를 기반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으로 마블의 영화들이 대표적이다. 브랜드 스핀오프는 메인 브랜드를 바탕으로 서브 브랜드 또는 분사를 진행하는 형태를 의미하며, 조직 스핀오프는 이베이의 페이팔, 포켓몬고로 유명한 구글의 나이앤틱, 삼성의 Clab과 같은 사내 밴처와 같은 유형을 의미한다. 개인경력의 스핀오프는 새로운 경력을 확보하고자 기존의 일 이외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사이드 프로젝트와 같은 형태를 의미한다. 스핀오프는 불확실한 환경에 대한 다양한 대응경로를 찾고자 하는 부분에서 비롯되었다. 스타벅스가 사명에서 커피를 제외했고, 던킨 도너츠도 사명에서 도너츠를 제외했다. 기아 자동차도 자동차가 기업명에서 사라졌다. 이는 기업을 특정 산업에 고착화하는 것에서 벗어나기 위한 기업의 스핀오프 전략의 사전적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스핀오프가 활성화되고 있는 시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켜야할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를 인지하고 이를 지켜나가는 것이다.

디토 소비 (Your Choose : I’ll Follow : Ditto Consumption)
디토(Ditto)는 ‘나도 그렇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디토 소비란 다른 사람을 따라가는 소비를 의미한다. 많은 선택지로 인해 의사결정을 위한 시간이 길어지고 실패를 피하려는 사람들은 자신의 취향과 가치관이 비슷한 사람들의 소비 패턴을 따라가고자 한다. 최근 중고시장에서도 누가 파느냐가 중요한 선택의 요소가 되고 있는 추세이다. 디토 소비는 영화나 만화 주인공을 따라하거나 배경이나 환경을 쫓아가는 콘텐츠 디토, 쇼핑 채널의 포트폴리오를 구분하여 다른 사람의 경험을 추구하는 커머스 디토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디토 소비는 FOBO(Fear Of Better Option), 내가 선택한 것보다 더 나은 선택지가 있을 수 있다는 인간 본성적인 걱정으로 인해 브랜드 보다 나와 가치관이 맞는 사람을 따라가는 현상이 행동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향후 기업은 다양한 상품이나 서비스의 진열을 통해 고객의 선택의 어려움을 제공하는 것이 아닌 시그니처 상품이나 서비스 제공을 통한 고객의 선택의 폭을 집중시킬 수 있는 전략수립이 필요하다.

리퀴드폴리탄(ElastiCity : Liquidpolitan)
‘리퀴드폴리탄’은 유연한 도시를 의미한다. 인구가 점차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도시를 소멸도시라고 한다. 그러나 절대적 인구감소로 도시를 소멸한다고 할 수 없다. 거주하는 인구인 ‘정주인구’보다 거주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지역과 교류하는 인구인 ‘관계인구’가 도시의 지속성 측면에서 훨씬 중요하다. 관계인구 중심의 도시가 ‘리퀴드폴리탄’이다. 리퀴드폴리탄을 이루기 위한 조건은 첫째, 시그니처 스토어를 갖추는 것이다. 해당 지역의 대표적인 상업시설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양양 서피비치, 왜관 므므흐스 헴버거 등) 둘째, 지역의 특성을 잘 알고 있는 해당 지역 출신 사업가의 지역 내 투자 확대, 셋째, 도시 기획자의 전문적인 도시 기획(일반적으로 공공중심의 도시 기획에서 벗어나 전문성 기반의 도시 기획 필요), 넷째, 지역 내 커뮤니티 주도(한옥마을 등) 개발 등으로 제시될 수 있다. 교통과 통신수단의 발전은 규모 중심의 도시보다는 리퀴드폴리탄 형태의 도시를 더욱 더 촉진시키게 될 것이며, 도시들은 실수요 기반의 도시 인프라 조성에 주력해야 할 것이다.

돌봄 경제(Supporting One Another : Care based Economy)
과거의 돌봄은 타인의 보살핌이 필요한 영·유아, 노약자, 환자 등을 대상으로 가족 등을 통해 이루어졌다. 그러나 현 시대에는 누구나 돌봄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으며, 돌봄의 주체도 다양화, 비즈니스화가 되고 있다. 약자에 대한 돌봄인 배려 돌봄은 돌봄 인력에 대한 매칭 서비스, 프리미엄 인공지능을 통한 서비스 등 첨단 기술 기반 비즈니스화로 확대되고 있으며, 최근 사회적 문제로 심각화 되고 있는 우울증은 AI 스피커와 원격 상담 등 최단 기술을 통한 돌봄이 이루어지고 있다. 기업이나 공공기관들도 돌봄을 중요한 테마로 삼고 있다. 매일유업의 우유안부, CU의 지역 파출소 역할, 롯데백화점의 리조이스 상담소, LH의 서로돌봄하우스, 서울시의 안심계약도움 서비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돌봄에 대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고령자나 환자에 대한 돌봄은 인간의 존엄성 관점으로 직원의 돌봄은 조직의 미래를 위한 투자의 관점으로 그리고 아이들에 대한 돌봄은 부모의 커리어를 지원하는 관점으로 즉, 사회적, 경제적 투자 관점으로 돌봄을 바라보아야 한다. 이 시대는 누구나 돌봄이 필요하다.

이 시대의 변화와 트렌드는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을 듯하다. 첫 번째는 기술의 발전, 두 번째는 인간의 정체성 회복 그리고 마지막 세 번째는 사람과 기계의 협업이다. 모든 트렌드는 이 세 가지를 포함하고 있는 듯 하다. MZ세대는 기술의 발전에 익숙하고 이전 세대는 인간의 정체성을 중요시 한다. 결국 이 세대의 융합은 기계와 사람의 협업이다. 앞으로의 모든 트렌드도 형태와 영역에서의 차이만 있을 뿐 결국 이 세 가지 관점으로 접근이 핵심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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