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공단, ‘철도물류 혁신 및 경쟁력 강화 세미나’서 발전 방안 논의

국가철도공단(이사장 김한영)은 지난 2023년 12월 20일 서울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빌딩 대회의실에서 ‘위기의 철도물류, 혁신 및 경쟁력 강화 방안 세미나’를 개최했다. 한국물류과학기술학회가 주관하고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교통연구원, 한국교통정책경제학회, 한국철도학회가 후원한 이번 행사는 국내 화물 수송분담률 1.4%(2020년)에 불과한 철도물류의 발전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제2차 철도물류산업 육성계획(2022~2026년)에 명시된 2026년까지 철도 물동량 5,000만 톤 달성한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지금 추세(2022년 2,362만 톤, 약 47%)를 유지한다면 달성이 어렵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철도물류의 경쟁력 재고와 물동량 증대를 위한 현실적인 방안을 찾기 위해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다.
 

△국가철도공단 김한영 이사장이 인사말을 전하고 있다.

국가철도공단 김한영 이사장은 “물류시장에서 철도를 바라보는 현실은 싸지도, 빠르지도, 편리하지도 않다는 것이다. 이것은 현재와 다른 철도물류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철도물류가 국가물류체계에서 정상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과감한 정책적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표된 철도물류 혁신 방안 중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위기의 철도물류, 혁신 및 경쟁력 강화 방안 세미나’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신사업 발굴 위한 마스터플랜 필요
이날 ‘철도물류 혁신을 위한 추진전략’을 발표한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권용장 미래교통물류연구소장은 기존과 다른 새로운 철도물류 사업모델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물 수송분담률 10~30%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철도물류 선진국들은 기존 사업역량 강화와 신규 고객사 발굴을 위한 마스터플랜을 가동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10개 추진 계획과 이에 따른 세부 과제를 두고 계획에 맞춰 실행하고 있다. △인프라 투자와 자금 지원 확대 추진, △디지털화, △산업시설 건설 시 철도 통한 복합운송 의무화와 자금 지원 추진, △각종 세금 지원 혜택 등이 눈에 띈다. 일본은 민관 회의체인 ‘철도물류 방향 검토회’에서 3개 분야 14개 과제로 구성된 마스터플랜을 도출해 추진하고 있다. 블록트레인 확대, 클도체인 확대, 고속열차 활용, 인센티브 확대 등이 대표적이다.

권용장 소장은 마스터플랜 수립에 대해 △시장침투, △제품개발, △시장개발, △다각화를 성장경로로 삼고 3단계에 걸쳐 성장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1단계는 기존 사업역량 강화를, 2단계는 신사업 확대를, 3단계는 도심 생활물류를 포함한 철도물류의 종합물류사업화다.

고속철도-피기백 추진 목소리 높아
이날 발표된 철도물류 혁신 방안 중에 눈여겨볼 것은 △고속철도 활용, △피기백(Piggyback)서비스 도입, △디지털 정보 플랫폼 개발, △철도중심 스마트 복합물류터미널 조성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은 지난 2020년 11월 후베이성에서 전자상거래 운송을 위해 고속철도 화물열차 서비스를 개시했다.(출처 : 중국중앙인민방송)
△중국은 지난 2020년 11월 후베이성에서 전자상거래 운송을 위해 고속철도 화물열차 서비스를 개시했다.(출처 : 중국중앙인민방송)

고속철도 활용은 그동안 철도물류업계에서 지속적으로 건의됐던 사안 중 하나이지만 아직까지 고속열차는 여객 전용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해외에서는 고속철도 이용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이탈리아는 지난 2017년부터 고속철도를 개조한 화물열차를 운영하고 있으며 중국도 지난 2020년 후베이성에서 전자상거래 물류를 위한 고속철도 화물열차를 선보였다.
 

△중국 고속 화물열차 내부의 모습(출처 : 중국중앙인민방송)
△중국 고속 화물열차 내부의 모습(출처 : 중국중앙인민방송)

일본은 지난해 도쿄~니가타 구간에서 센칸센을 활용한 고속 화물운송서비스를 시범운영을 개시했다. 특히 일본은 올해부터 트럭운전기사의 연속 운전시간을 4시간으로 제한함에 따라 트럭운송 지연을 방지하기 위해 신칸센을 통한 화물운송 구간을 더욱 늘려나갈 계획이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개발한 피기백 화차 프로토타입의 모습(출처 :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개발한 피기백 화차 프로토타입의 모습(출처 :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피기백서비스는 화차에 적재함을 없애고 화물을 실은 트럭이나 트레일러를 대신 올려 운송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트럭은 출발지역에서 화차에 그대로 탑승한 뒤 도착지역에서 바로 하차해 도로로 진입하면 된다. 상하역 작업과 셔틀운송이 없기 때문에 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으며 더 신속한 운송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현재 미국과 독일 등에서는 피기백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21년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이 피기백 화차의 프로토타입을 개발한 바 있다.
 

△철도중심 스마트 복합물류터미널 예상도(출처 :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철도중심 스마트 복합물류터미널 예상도(출처 : 한국철도기술연구원)

철도중심 스마트 복합물류터미널은 말 그대로 철도가 기본이 되는 화물터미널을 말하는 용어로 철도물류업계에서 사용되고 있다.

기존 화물터미널이 철도와 연계된 경우가 적다보니 철도운송 시 화물을 트럭에 옮겨 목적지 혹은 중간 허브기지까지 옮겨야 하는데, 철로를 터미널 내에 두어 시간과 운송거리를 절약하는 방식이다. 즉, 1층에 철도와 플랫폼을 설치하고 화차에서 내린 짐은 2층과 3층에서 보관 혹은 분류를 통해 반입, 반출하는 시설이다.

보관과 재가공이 가능하고, 램프를 두어 트럭이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함은 물론 경우에 따라 일부는 콜드체인을 위한 저온시설을 두어 부가가치를 극대화할 수도 있다. 특히 택배나 풀필먼트 등 생활물류와 밀접한 시설을 연계할 수 있어 철도물류의 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플랫폼은 다른 물류 플랫폼처럼 모바일앱이나 PC에서 선로 배분이나 화물적재 공간 예약 등을 손쉽게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말한다. 이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여전히 철도 관련 플랫폼들은 편의성이 매우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교통연구원 이호 철도교통연구본부장은 고속화물열차의 경우 지난 2020년 기술 개발이 완료됐으며 피기백서비스도 현재 25톤 트럭을 위한 화차가 개발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시범운행과 보완, 시설 개량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호 본부장은 물동량 증가와 고객 유도를 위해 2022년 시범운행에 성공한 장대화물열차를 조속히 상용화를 추진하되 여객열차에 준하는 속도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위기의 철도물류, 혁신 및 경쟁력 강화 방안 세미나’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와 패널들이 혁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권용장 미래교통물류연구소장, 인하대학교 김용진 교수, 고려대학교 이철웅 교수, 좌장을 맡은 하헌구 인하대학교 교수, 삼영물류 이상근 대표, 태웅로직스 김태균 기획실장, 한국교통연구원 이호 철도교통연구본부장.
△‘위기의 철도물류, 혁신 및 경쟁력 강화 방안 세미나’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와 패널들이 혁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국철도기술연구원 권용장 미래교통물류연구소장, 인하대학교 김용진 교수, 고려대학교 이철웅 교수, 좌장을 맡은 하헌구 인하대학교 교수, 삼영물류 이상근 대표, 태웅로직스 김태균 기획실장, 한국교통연구원 이호 철도교통연구본부장.

토론 주요 발언들

-삼영물류 이상근 대표
“국가 물류체계 전반에서 역할 분담이라는 측면에서 철도물류의 입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이용자(화주나 물류기업) 측면에서 철도물류의 필요성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또한 철도중심 스마트물류터미널은 중간에 거쳐가는 것이 아니라 그곳에서 바로 배송을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철도까지 깔렸으면 거기서 바로 배송까지 될 수 있는 그런 인프라가 필요하다.”

-태웅로직스 김태균 기획실장
“민간사업자에 대한 경쟁체제 전환은 철도의 취급 품목의 다변화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민간사업자들이 철도물류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통합적인 물류시스템 구축이 요구된다. 실제로 철도 운영 시 철로 구간과 하역 이후 구간의 예약이 이원화되어 관리되고 있으며 운영 시간도 제각각이다. 아울러 운영 시간을 사용자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각 지역 철도 거점마다 운행 시간에 차이가 있어 효율적인 리드타임 관리가 어렵다.”

-고려대학교 이철웅 교수
“철도물류의 혁신을 위해서는 환적 프로세스를 개선해야 한다. 그러나 환적 혁신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인프라와 시스템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며 이는 국가 차원의 투자가 요구된다고 본다. 피기백과 장대화물열차는 꼭 필요하다. 미국의 철도물류가 경쟁력을 갖춘 배경은 한 번에 50량, 100량이 이동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0량 정도가 전부인데 이것만으로는 경쟁력 강화가 어렵다.”

-인하대학교 김용진 교수
“최근 나온 철도물류의 효율 향상 방안은 용량을 늘리는 것이다. 그러나 철도의 문제는 용량을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내가 보내고 싶을 때 보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인데 여기에 철도는 적합하지 않다. 우리나라 구도심에는 상당부분 철도 역사가 있다. 이를 상업시설이나 주거시설로 개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물류서비스의 거점, 터미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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