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최선식 농협물류 대표이사

1991년 농협중앙회로 입사해 32년 동안 농협중앙회와 농협경제지주를 거쳐 지난 1월에 농협물류 대표이사로 취임한 최선식 대표는 “농협물류는 단순히 물류만 하는 것이 아니라 농업인들을 항상 가슴에 담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농협은 농업에 종사하는 농업인들이 본업에 충실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고 농협물류는 농업인이 안정적으로 생산에 전념할 수 있도록 물류를 지원하는 것이 우선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과정에서 물류비 절감, 최적화, 효율화는 기본이다. 특히 코로나로 인해 물류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농협 내에서 농협물류의 위상도 올라간 상황이다. 그는 “농협경제지주에서도 물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고 물류를 빼고 계획을 세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농협물류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농협경제지주에 있을 당시에도 농협물류와 이미 연이 있었다는 최선식 대표를 만나 농협물류 대표에 취임하면서 삼았던 목표, 농협물류의 역할 그리고 1년 동안의 성과 등을 들어봤다.

농협물류의 기본은 ‘농업인’
농협물류는 물류회사이지만 일반적인 물류회사와는 결이 다르다. 농업인의 영농과 생활에 필요한 물자를 적기에 효율적으로 배송하고 생산한 농산물을 물류효율화를 통해 농업의 발전과 농업인의 실익을 증진시킨다는 목표가 우선이기 때문이다. 즉 물류효율화를 통해 기업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보다도 서비스의 대상이 되는 농업인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본이다. 최선식 대표가 “농협물류는 농업 및 농업인과 관련된 물류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니 만큼 농업인이 농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장소와 시기에 맞는 원활한 적기 배송을 하고 있으며 최종적으로 농업인의 소득증대에 기여하고 있다”고 농협물류의 역할을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때문에 모든 활동의 중심에는 물류를 통해 농업인에게 혜택을 돌려주는 것을 우선시 한다. 그는 취임 후 1년 동안의 성과에 대해서도 “현재 산지 농산물 공동물류망 구축을 통해 농산물 유통비용 절감에 기여하고 있으며 충남권역 기준 연간 30억 원의 물류비 절감 및 타 권역 지속 확대 추진 중이다. 또한 농협택배 택배비 절감을 통한 타 택배사 단가 대비 연간 293억 원의 농업인 실익 증대가 가능했고 택배사업 확대를 통해 산지·소비지 간 온라인 직거래를 활성화시켰다”고 설명했다.

농업인을 위한 물류 최적화 효율화 나서
농업인을 위한 물류기업이지만 기본적으로 최적화와 효율화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최 대표는 취임 후 농업인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으면서 물류 최적화와 효율화를 꾀할 수 있는 사업들을 선결과제로 선정하고 추진해가고 있다. 그는 “취임 후 최우선으로 물류 최적화·효율화를 통한 물류비 절감을 목표로 했다”며 “농산센터 백홀운송(화물 운송의 출발지로 되돌아올 때 새로운 화물을 싣고운송하는 것) 확대를 통해 입고물류비 절감은 물론 신규 수익을 창출 할 수 있었고 자체 물류센터 전용 PDA 개발을 통한 하역 생산성을 제고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운송물량 통합을 통한 효율성 제고를 목표로 농업인과 산지농협의 농산물 운송비 부가세 영세율 적용을 현재 추진하고 있으며 산지 비용절감을 통한 운송 참여 확대로 공동물류 효율성 제고 달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세율이란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가액에 0%의 세율을 적용해 부가가치세를 계산하는 제도’로 지난 10월 20일 이양수 의원 외 10인이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상태이다. 영세율이 적용되면 운송서비스 소비자인 농업인이 부가세를 납부하지 않아도 돼 농가에 부담을 줄여줄 수 있는 것은 물론 농산물 유통시장에 대형 물류기업들이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제공돼 그에 따른 농업인들의 편의성이 증가될 것으로 보인다. 농협물류의 입장에서는 대형물류기업이 경쟁자로 나설 수 있어 달갑지 않을 수 있지만 최 대표는 농업인들의 부담 감소를 위해 선결되어야 하는 과제라고 강조한다. 최 대표는 영세율의 적용대상이 되는 농어민, 임업인에게 운송비 부담 감소는 물론 무자료 거래에 따른 법적 부담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산지에서 생산되는 농산물 운송시 발생하는 부가가치세는 농업인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라며 “영세율이 적용되면 농업인들에게는 운송비 감소와 법적 부담 해소는 물론 대형운송사의 농산물 운송참여로 농산물 운송시장의 투명성이보장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농협물류의 최적화·효율화와 법 개정에 나서는 한편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신사업을 발굴·육성하고 있다. 그는 “미래성장 사업 발굴을 위해 포천물류센터 2층 증축을 추진 중이며 축산물 물류 직영전환을 통한 범농협 전국 저온물류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디지털 물류 혁신과 유통 대변화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성수기에 중부자재유통센터 내 숙련 작업자 대거 이탈로 인한 작업 오류와 민원 급증을 해결하기 위해 입출고 시 PDA를 도입해 물류프로세스의 최적화·효율화를 달성했다. 최선식 대표는 “PDA 도입을 통해 작업 오류 감소에 따른 서비스 제고와 전산화 기반을 마련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PDA 도입 안착과 자재유통센터 전산화를 지속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또한 기존의 WMS와 TMS도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우선 자체개발한 NH-TMS를 적용해 물류최적화를 실현했으며 NH-WMS를 내년 상반기 안에 적용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현재 NH-WMS는 수정개발 단계에 있으며 오는 2024년 3월 물류센터 사용자 통합테스트와 교육과정을 거쳐 시스템을 오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인사평가시스템을 신규 구축하는 등 디지털화를 통합 업무 효율을 높이고 있다.

강점이자 위협이 되는 ‘범농협 네트워크’
농협물류는 기본적으로 하나로유통, 농협사료 등 계열사 물량 집중 유치를 통해 지속 성장해왔다. 하지만 계열사 물량의 한계로 인한 성장의 정체는 태생적인 문제로 여겨졌다. 이는 외부에서 보는 시각도 비슷하다. 최선식 대표는 이에 대해서도 뚜렷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해 농협물류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계열사 물동량은 강점이면서도 약점”이라며 “기존의 계열사 물량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면서 외부 물량을 유치할 수 있는 외부 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운영 지침을 기반으로 농협물류는 산지 사업설명회를 실시하면서 산지 공동물류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고 농협택배 가격 개편 및 물량확대를 통한 외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전략적 3PL 영업을 통한 미래 성장기반을 마련해가고 있다. 최 대표는 “올해 인증우수물류기업(화물자동차운송부문, 물류창고부문) 인증심사통과로 대외공신력을 확보했고 3PL 전문조직을 구축하고 자체 인프라를 확보하는 등 3PL 확대를 위해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향후 단기적으로는 외부 사업을 더욱 확대하고 중장기 적으로는 인프라 확대, 종합물류기업 TOP 10 진입을 목표로 정했다. 우선 2024년 축산물 직영화 추진을 통한 범농협 전국권 저온 물류 네트워크를 단계적으로 구축하고 직영 운영을 통한 물류 운영 최적화와 사업 역량 강화를 중점 추진 전략으로 내세웠다. 또한 그룹 내 유휴자산을 활용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한다. 그는 “서초동 구)양곡유통센터를 단순 임대사업이 아닌 다른 기업과의 사업제휴를 통한 물류 연계사업으로 확대하여 종합물류대행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바탕으로 거점 확보에 나선다. 그는 “포천물류센터 2층 증축을 통한 선행물류 및 3PL 경기북부 거점을 확보할 계획”이라며 “포천물류센터 공급업체의 재고보관과 납품업무를 대행하며 선행물류를 제공하고 외부업체 대상 종합물류서비스를 제공하여 다각적인 복합운영을 추진하는 등 미래 사업을 육성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장기적으로 농협물류는 매출액 1조 원, 당기순이익 100억 원 달성 등 VISION 2030을 수립해 종합물류기업 TOP 10 진입을 노린다. VISION 2030은 매출액과 당기순이익 외에도 전국 단위 외부사업 거점 구축, 영업·운영의 분리로 사업지향 조직체계 구축, 지속가능한 성장을 견인할 수 있는 물류전문가 그룹 양성이라는 세부적인 목표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최선식 대표는 “VISION 2030을 달성하기 위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할 전문 인력을 집중 육성하고 전국 거점의 물류센터 인프라를 확대해 변화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2023년은 매출액 5,000억 원의 시대를 열었다면, 2024년은 계통물류 운영 효율화와 3PL, 산지, 택배사업 등 외부사업 확대를 통한 매출액 6,000억 원의 시대를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소통과 배려, 그리고 ESG
2023년은 물류산업은 물론 산업 전반에 가혹한 시기였다. 농협물류도 온전히 그 시기를 지나왔다. 가장 어려운 시기에 대표로 선임돼 1년을 이끌어온 최선식 대표는 임직원들의 노고를 잊지 않았다. 하지만 더 나아가기 위한 배려와 소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는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 고생한 임직원의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농협물류가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 회사 내 다양한 세대간의 소통이 중요하다. 조직의 발전을 위해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며 배려와 소통에 더욱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어려운 시기를 지나왔지만 대내외적으로 ESG경영을 실천해가며 사회공헌과 노동환경개선에 대한 부분도 놓치지 않았다. 그는 “농협물류는 지역사회를 위한 ESG 경영의 일환으로 농번기·수확기 농촌 일손 돕기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플로깅 봉사활동, 취약계층 연탄 나눔 활동 등 지속적인 사회 공헌활동을 추진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배송차주와의 상생을 위해 혹서기·혹한기 물품지원, 주기적인 사업장 간담회, 배송차주 설문조사를 통한 현장의견 수렴 등 지속가능한 성장기반 마련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며 “ESG의 중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빠르게 확산되는 만큼 농협물류도 ESG 경영 실천에 앞장서며 지속가능한 경영 전략 수립에 힘써 나가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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