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 ‘혁신’ 이름의 부서만(조직) 만들면 ‘혁신’이 되나요?

임직원들은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과 수준, 그리고 혁신 조직을 이끌어가는 직책자의 의지, 그리고 각종 인프라 구축 수준 등에 따라 다양한 영향을 받게 되고 다양한 수준의 결과가 나타나기에 이렇게 하면 “이런 결과가 나옵니다”라고 단정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경험을 통해 느낀 점과 질문을 통해 여러분과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합니다.

기업에서 ‘혁신’이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는 부서를 가끔 볼 수 있습니다. Routine 한 업무를 유지하고 있는 부서에 ‘혁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부서 이름을 유지하는 경우도 있고 새롭게 신설한 부서의 명칭에 ‘혁신’이란 용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왜 ‘혁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부서를 만들고 유지할까요? ‘혁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만든 부서에 근무하려면 어떤 전공과 어떤 경험을 가지고 있어야 할까요? 이 부서에 적합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이 부서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어떻게 업무를 해야 할까요?

항상 Routine 한 업무를 유지하고 있는 부서에 ‘혁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해 부서 이름을 지은 부서가 혁신과 거리가 먼 수준의 업무만 반복하고 있다면 ‘혁신’이란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업 안에 그리고 구성원들에게 ‘혁신’이라는 용어를 식상하게 생각하도록 만들거나 ‘혁신’에 대한 감흥이 없게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Routine한 업무를 유지하는 부서의 명칭에 ‘혁신’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한다면 그리고 새롭게 구성한 조직에 ‘혁신’이라는 용어를 붙였다면 이 부서들은 왜 존재하는지? 그리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느 범위, 깊이, 수준으로 업무를 유지해야 하는지 등을 복합적으로 검토하여 기본 틀부터 정립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적절한 인재를 배치하고 조직 및 개인 간에 상호관계를 하나하나 정립해 나가면서 업무를 유지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필자가 어떤 기업에 근무하는 동안 00 혁신팀이라는 명칭의 팀이 신설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팀이 생겨난지 3년이 지나가는 시점에 팀은 붕괴되기 시작했습니다. 3년 전, 외부에서 입사한 팀장은 3년 만에 스스로 퇴사를 하였고 팀원들도 마음이 떠났는지 이직을 고민하고 준비 했습니다. 나는 이 팀장님과 잦은 만남을 하지는 않았지만 업무적으로 만났을 때 속칭, 학자풍의 성향을 보이는 분임을 느낄 수 있었고 소신 있는 발언도 가끔 하는 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분과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이분 또한, 논리를 만들고 관철시키는 과정, 그리고 이와 관련된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 생각하고 행동하는 방식이 다른 사람들과 조직문화, 그리고 매너리즘에 부딪쳐가며 새롭게 업무를 해야하는 과정 등이 녹녹치 않다는 것을 이 팀장님도 느끼고 있구나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필자는 이분이 떠남과 동시 조직이 붕괴되는 현상을 보면서 물류혁신팀, 업무혁신팀을 리드하며 흘러온 지난 세월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저 또한 벼랑 끝에 서 있는 느낌으로 이분이 겪어야 했고 고민해야 했던 상황에 수없이 직면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왜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관련 내용을 게제하도록 하겠습니다.

임진왜란 때, 왜적에 맞서 싸우겠다고 논과 밭을 갈던 농민, 고기잡는 어부, 그리고 절에서 수양을 하던 스님 등이 의병 활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6.25 전쟁 때, 나라를 구하겠다고 학교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이 학도병으로 전장에 나갔습니다. 이러한 농민과 어부, 스님, 학생들로 구성된 조직들은 그 당시 ‘혁신’ 조직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이 조직들과 현재 기업에서 새롭게 ‘혁신’이라는 명칭을 붙여서 만든 부서와 비교하여 간단하고 개략적으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의병과 학도병 조직은 전투와 전쟁에 참여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농민과 어부, 스님, 그리고 학생들로 구성되었지만 이들은 제대로 훈련받은 군인이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이들을 잘 싸우게 하려면 기초 군사교육훈련부터 해야 합니다. 훈련받지 않은 상태에서 전투를 하게 되면 몰살당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적합한 무기와 탄약도 지급해주어야 합니다. 이와 비교해, 기업에서 새롭게 구성한 ‘혁신’ 부서 구성원들의 대부분은 본인이 간절하게 원해서 근무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혁신’이라는 전공‘명’은 없기에 의병과 학도병 같이 천차만별의 수준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마다 적절한 능력이나 경험이 부족할 수 있기에 적절한 교육훈련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혁신 부서 구성원을 대상으로 시기적절한 교육훈련을 진행하는 기업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혁신’ 부서가 뭘 해보려고 해도, 적절한 인프라가 뒷받침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정량적 데이터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데이터가 형성되지 않습니다. 정보시스템이 문제일 수도 있고 타 부서에서 역할을 해야 하는 사람의 문제일 수도 있습니다.

정보시스템이면 예산을 확보해서 프로젝트를 추진해야 하고 사람이 문제이면 타 부서들과 유기적인 협업을 해야 하는데 생각대로 잘 안될 가능성은 상존합니다. 즉, 생각하지도 않은 아주 기초적인 부분부터 손을 봐야 하거나 혁신 조직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행동한다고 해서, 그리고 혁신 조직만 잘 한다고 해서 모두 해결된다고 기대하기도 어렵습니다.

의병과 학도병은 죽기 아니면 살기로 뭉친 사람들이고 그들을 지휘하고 통제하는 직책자는 이들과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기업의 ‘혁신’ 조직에 있는 사람들은 각자 입장에서 몸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즉, ‘혁신’이라는 하나의 목표아래 강력한 사명감과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생계와 자아실현을 위해 직장생활을 하는 과정에서 우연하게 근무하게 되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혁신’ 조직의 1차 직책자와 팀원간에 생사고락을 같이하며 생명을 담보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도 아닙니다.

게다가 의병과 학도병은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조직이지만 기업의 ‘혁신’ 조직은 자발적이 아닌 CEO나 다른 임원들의 생각에 의해 만들어진 조직입니다. 그래서 주위에서 혁신 조직을 바라보는 시선은 CEO와 임원들이 얼마나 혁신조직에 힘을 실어 주느냐에 따라 달라 질 수 있고 강력한 의지와 사기가 혁신 조직 내부에 형성되고 유지되느냐 또한 CEO와 임원들의 관심과 지원에 좌우될 수 있습니다. 물론, 혁신 조직을 1차적으로 책임지는 직책자만으로도 혁신 조직 내에 강력한 의지와 사기를 형성시킬 수도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혁신 조직을 바라보는 주위 부서들은 CEO와 임원들이 혁신조직에 얼마나 관심이 있고 얼마나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인지를 관찰하면서 이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혁신조직에게 있어 최악의 상황은 조직문화가 하위 평준화되어 있고 매너리즘이 강한 상태에서 ‘혁신’ 조직에 힘을 실어주었던 CEO와 임원이 교체 되는 경우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혁신 조직을 책임지는 1차 직책자는 끝을 알 수 없는 깊고 넓은 저항에 부딪치게 됩니다. 그리고 오너가 아닌 전문 경영인의 경우, 본인이 추진해서 ‘혁신’ 조직을 만들어 놓긴 했는데 ‘혁신’ 조직으로 인해 말이 많아지고 주위에 트러블이 발생한다면, 본인조차도 ‘혁신’ 조직에 무조건 힘을 실어주고 옹호하기는 어렵습니다.

물론, 강력한 소신이 있는 전문 경영인이라면 다를 것입니다. 그리고 의병과 학도병은 목적과 목표가 정해져 있고 끊임없이 변화되는 전장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이 넘쳐나기에 하루하루가 정신이 없습니다. 하지만 기업의 혁신 부서는 생산과 품질, 물류와 같이 대부분 안정적이고 일정하게 유지되는 업무보다는 매일매일 새롭게 찾아서 업무를 해야 할 수도 있기에 자칫 잘못하면 혁신 조직 자체가 추진력을 상실하거나 매너리즘에 빠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창의적, 도전적, 그리고 새롭게 하는 업무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고 힘든 편인데 남들과 동일한 대우를 받는 상황이라면 상대적 박탈감이 형성될 수 있고 손가락질을 받는 상황이라면 위축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떠나가는 OO혁신팀의 팀장을 보면서, 이분이 OO혁신팀이 아닌 다른 팀을 맡았다면 어떠했을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능력과 별개로 성향, 상황, 환경, 여건, 역할 등에 있어 상호 잘 맞지 않았을 수도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만약 이분이 안정적이고 일관된 업무 위주로 하는 부서의 팀장이었다면 그 누구보다 빛이 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떠나는 이분에게 능력과 책임감의 부족을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겠지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저는 그 사람에게 다음과 같이 묻고 싶습니다. “혁신 명칭을 가진 조직을 책임져본 적이 있나요?”, “당신이 한번 직접 해보세요”, “당신이 직접 해보고 나면 어떤 말이 나올지가 궁금합니다.”

필자가 SCM을 추진함에 있어 초기에 물류 기반 향상, 그리고 프로세스 향상을 위한 혁신 팀을 저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는 업무 범위와 인원들로 구축하고 조직을 유지했었습니다. 그때 소감을 이야기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끊임없이 존재의 이유와 역할, 깊이와 범위를 고민해야 했고 사람들과 협의하고 사람들을 설득하는 과정에서 방황하며 좌충우돌해야 했습니다. 타 부서와 잘 협의되지 않고 평행선을 달리는 R&R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고 팀원들을 대상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하나하나 가이드 해주어야 했습니다. 또 업무도 업무이지만 팀원들이 감정적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타 부서 및 사람들과 마찰이 발생하는 업무 부분은 내가 직접 솔선수범해서 해야 했고 구성원들에게서 열정과 사기가 식지 않도록 끊임없이 비전을 제시하며 끈끈한 유대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했습니다. 누구나 ‘혁신’ 조직의 수장(본부장, 팀장, 파트장 등)을 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혁신’ 조직의 구성원(본부원, 팀원, 파트원 등)을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름이 ‘혁신’이지만 대충대충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근무할 수도 있습니다. ‘혁신’이라는 용어에 적합하게, 그리고 ‘혁신’ 조직을 만든 목적에 부합되게 구성하고 유지하며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어려운 일입니다. 직업윤리와 자존감이 없는 사람이라면, ‘혁신’ 조직에서도 “안되면 말고” 식으로 대충대충 생각하고 행동하며 출퇴근에 의미를 두고 생활할 수 있겠지만 직업윤리와 자존감이 있는 사람이라면 ‘혁신’ 조직에서 ‘대충대충’은 너무 힘든 하루하루의 연속이 될 수 있습니다. 혁신 조직을 1차적으로 책임지는 직책자가 성품도 좋고 능력도 뛰어나면 좋겠지만 이보다 더 필요한 것은 용광로 같은 열정, 지칠 줄 모르는 의지, 일정 부분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을 보유하는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협업과 소통 능력도 중요한데 인간은 이기적이고 개인적인 동물이다 보니 관심사와 생각하는 수준이 서로 다른 경우 협업과 소통이 잘 안될 수 있기에 때로는 강력한 추진력과 정면 돌파에 필요한 담대력, 가끔은 막무가내 정신도 필요할 수 있다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여러분이 혁신 조직을 구성하려고 한다면 우선, 어떠한 사람으로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을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진정한 의미에서 ‘혁신’은 남들과 똑같이 생각하고 행동해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혁신’적으로 조직을 유지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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