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11월의 스타트업 - 서프컴퍼니 최선진 대표, 한지성 이사  

디지털화, 자동화라는 단어가 산업 곳곳에서 들려온다. 아니 들려온다기보다는 어쩌면 이제 당연한 이야기라고 하는 것이 맞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물류시장은 여전히 이와 거리가 멀다. 전화와 문서로 통용되는 문화 속에서 시장의 비효율성은 켜켜이 쌓여가고 결국 그 손해는 운임에 민감한 중소물류기업이나 수출업체들이 보는 실정이다. 이러한 비효율과 시장의 정보 비대칭성을 없애기 위해 올해 1월, 서프컴퍼니가 본격적인 출발을 알렸다. 

최선진 대표(왼쪽)와 한지성 이사(오른쪽)
최선진 대표(왼쪽)와 한지성 이사(오른쪽)

현대글로비스 입사 때부터 시작된 인연이 서프컴퍼니라는 새로운 배의 항해를 이끄는 동료의 연으로까지 이어졌다. 서프컴퍼니 최선진 대표와 한지성 이사는 현대글로비스에서의 시작부터 지금의 서프컴퍼니까지 친구이자 최고의 비즈니스 파트너로 팀워크를 만들어왔다. 물류업계에서는 여전히 어린 나이라고 할 수 있는 두 사람이 만들고자 하는 새로운 혁신의 파도는 무엇인지 그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함께 면접을 보던 사이, 서프컴퍼니를 이끄는 파트너가 되다 
2016년, 현대글로비스 입사면접을 위해 긴장된 마음으로 한지성 이사는 대기실에 들어섰다. 그의 옆에는 함께 면접을 준비하고 있는 한 남자가 있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나란히 합격, 현대글로비스에 입사했다. 새로운 팀에 배치된 한 이사. 그런데 면접 때 본 남자도 같은 팀이다. 옆에서 지켜보니 볼수록 책임감도 투철하고 무엇보다 아이디어가 뛰어난 사람이었다. 팀이 바뀌어도 신기할 만큼 그 사람은 늘 한 이사와 같은 팀에 배치되어 함께 업무를 해나갔다. 그렇다. 그의 옆에서 함께 면접을 준비하던 그 남자가 바로 지금 서프컴퍼니를 함께 이끌고 있는 최선진 대표였다. 

해상물류에서 파악한 빈 곳, 사업아이템으로 파고들다
현대글로비스에서 팀워크를 다지며 업무를 수행하던 두 사람은 코로나로 해상운임이 급상승하던 시기, 한 가지 포인트를 찾는다. 너도나도 선복량이 부족해서 난리가 났던 당시,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오히려 판매하지 못하고 노는 선복이 꽤 많이 발생한다는 점이었다. 두 사람은 “이걸 시장가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면”이라는 공통적인 생각을 했다. 정보의 교류가 원활하지 않은 포워더 시장의 특성상 선복이 남는 상황이 시장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결국 이는 시장 전체의 비효율로 이어진다는 점을 파악한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해운물류시장에서 만연해 있던 정보의 비대칭을 줄이고 더 건강한 국제물류시장을 만들겠다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현대자동차 사내스타트업 프로그램을 통해 서프컴퍼니라는 새로운 배의 항해를 시작했다. 

서프컴퍼니는 컨텐츠 회사? “우리는 AI 기반 국제물류솔루션 기업입니다”
서프컴퍼니라는 이름을 들어본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최근 이 기업의 이름이 뉴스 상단에 올랐던 건 새로운 국제물류 솔루션을 가지고 현대자동차 사내 스타트업을 통해 창업까지 이르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국 현대글로비스라는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한지성 이사는 이 부분을 굳이 피하지 않았다. 그는 “현대자동차 사내 스타트업이고 우리가 실제 현대글로비스 출신이기 때문에 얻는 다양한 이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그것만 믿고 있기보다 실제 우리 솔루션이 시장에서 어떻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고민했던 것이 창업 이후 현재까지 가장 크게 신경 쓴 부분”이라고 말했다. 

올해 1월 본격적인 출발을 알리고 약 10개월이 지난 지금, 최선진 대표는 서프컴퍼니의 정체성에 대해 알리는 부분이 가장 어려움이 컸다고 답했다. 최 대표는 “우리를 알리기 위한 다양한 방법으로 뉴스 등의 컨텐츠를 배포하고 있는데 그로 인해 어떤 분들은 우리를 컨텐츠 업체로 오해하기도 하더라”면서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존 국제물류시장의 비효율성을 없앨 수 있는 우리 솔루션의 역할을 더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이에 매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프컴퍼니의 핵심 모델은? 고객사 위한 ‘마켓플레이스’  
서프컴퍼니의 정체성을 규정할 수 있는 핵심 비즈니스는 무엇인지 최선진 대표에게 물었다. 이 질문에 최 대표는 “수출입 물류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사들을 위한 마켓플레이스가 우리의 핵심 사업 모델”이라고 답했다. 현재 서프컴퍼니 홈페이지에서는 출발지와 목적지만 설정하면 해당 항로의 운임이 최소 1개월부터 최대 52개월까지 어떤 추이를 보이고 있는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아울러 해당 항로에 서비스를 전개하는 선사와 플랫폼의 평균적인 운임수준도 함께 볼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달라지는 해상운임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수출기업 입장에서는 최고의 해결사인 셈이다. 이에 대해 한지성 이사는 “우리의 개발 시스템을 기반으로 시장에 오픈되어 있는 모든 운임관련 데이터를 모아 이를 빅데이터화해 고객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서비스로 변환, 제공하고 있다”며 “고객사 입장에서 번거로움없이 시장 대비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수출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 우리 솔루션의 최대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더 놀라운 점은 현재 이 서비스를 무료로 오픈해 놓았다는 부분이다. 이에 대해 최선진 대표는 “현재 우리 솔루션의 주요 고객들이 운임추이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중소 물류업체와 수출업체분들이다”라며 “지금은 서프라는 하나의 마켓플레이스 안에 최대한 많은 고객풀을 담는 것이 첫 번째라고 생각하기에 별도의 요금은 부과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서비스를 통해 실제 선적 부킹부터 계약까지 진행될 경우 차액이나 수수료 등을 통해 수익을 발생시키는 모델을 고민 중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서프컴퍼니의 마켓플레이스는 운임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을 전망이다. 나아가서는 선복을 서로 사고 파는, 선복 마켓플레이스로서의 역할도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 두 사람의 설명이다. 그러기 위해 더 많은 플레이어들이 이 마켓플레이스에 들어와야 하는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지성 이사는 “코로나로 한참 운임이 상한가를 치던 시점에도 분명 활용되지 못한 선복이 존재하는 것을 현대글로비스에서 목격했다”며 “하물며 해상운임이 하락세를 타고, 나아가 선복량이 수요를 앞지를 것으로 전망되는 현재 시점에서는 더 정확하고 신뢰도 높은 운임 책정, 이에 따른 건강한 해운물류시장의 구축이 더욱 중요한데 우리가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프컴퍼니를 통해 물류 관련 주요 지표도 확인할 수 있다
서프컴퍼니를 통해 물류 관련 주요 지표도 확인할 수 있다

시장에 있는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결하는 것이 목표 
마지막으로 두 사람에게 서프컴퍼니가 나아가고자 하는 최종 목적지에 대해 물었다. 두 사람은 같은 목표를 분명하게 밝혔다. 그간 포워더 시장에 만연해있던 정보의 비대칭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사실 산업 곳곳에서 디지털화를 통한 자동화, 나아가 AI가 사람을 대신하는 부분까지 생겨나는 시점에서 여전히 정보의 비대칭성을 무기로 이익을 창출하는 것은 현재 시대의 흐름에는 어울리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국제물류시장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최대한 없애는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 두 사람의 계획이다. 최선진 대표는 “항공권을 예매할 때 스카이스캐너라는 앱을 통해 고객들은 최선의 선택지를 찾을 수 있다”며 “우리는 국제물류시장에서 스카이스캐너와 같은 역할을 통해 그간의 비효율을 걷어내고 시장 전체를 효율적으로 만들고자 한다”고 밝혔다. 한지성 이사 역시 “분명 우리 솔루션에 대해 기존 시장의 몇몇 플레이어들은 반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우리의 솔루션은 고객을 향해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옳은 방향으로 항해를 이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예상 물류비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예상 물류비 등 다양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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