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건영 / 페이지2북스

글로벌 금융위기의 후유증이 제대로 회복되기 전에 팬데믹은 전 세계 경제에 큰 충격파를 안겨다 주었다. 더욱이 팬데믹이 종식될 시점 발발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가뜩이나 불확실성과 위기감이 높은 세계 경제에 위기의 뎁스를 가중시켰으며, 설상가상으로 최근의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군사충돌은 제5차 중동전쟁으로 확전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낳고 있다. 제5차 중동전쟁으로의 확전은 원유공급의 불확실성 가중으로 인해 가뜩이나 인플레이션의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한 세계 경제에 파장을 떠나 파국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모든 현상이 가장 빠르고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분야가 바로 금융시장이며, 금융시장 불안의 가중은 금융위기라는 우리가 가장 현실적으로 가장 피하고 싶은 상황에 놓이게 될 가능성을 우리는 그동안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최근 여러 언론 보도를 통해 ‘금융위기의 가능성’에 대해 많은 전망이 대두 있으며 금융위기를 불러일으킬 만한 충분한 여건이 마련되고 있다고 주장 하고 있다. 최근 금융시장에 대해 가장 대중적이며, 현실적인 분석과 전망을 통해 신뢰를 얻고 있는 신한은행의 오건영 부부장이 저술한 ‘위기의 역사’는 90년대 후반의 외환 위기부터 최근 팬데믹 시기에 이르는 기간 동안의 금융시장의 위기의 원인과 이를 극복한 과정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IMF외환위기, 닷컴버블,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팬데믹과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위기에 대해 상세히 언급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IMF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중심으로 요약해 보기로 한다.

IMF 외환위기
1990년대 초반 엔화가 강세를 보이고 반도체 시장에 대한 전망이 매우 긍정적이었다. 이는 우리나라의 수출주력 비즈니스에 대한 긍정적인 환경이 조성되었음을 의미했다. 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투자를 확대할 동기부여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투자의 상당액을 외화 차입을 통해 충당하였으며,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외채는 급속하게 늘어나는 원인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금융회사들은 경쟁력을 높이고자 저렴한 단기외채를 끌어와서 이를 국내기업에 장기로 대출을 해주었다. 이렇듯 단기외채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1996년 하반기부터 엔화가 약세로 돌아서고 반도체 경기가 가라앉으면서 우리나라 수출경기가 크게 둔화되기 시작했다. 더욱이 원화 약세는 외환 차입에 따른 이자 비용 부담을 가중 시키게 되었다. 1997년 초부터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많은 기업들이 부실로 인한 문제가 발생되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은 은행 대출에 대한 이자를 연체하기 시작했다. 단기로 외채를 들여와 장기로 돈을 대출해 준 은행은 빌려준 돈을 당장 회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었고, 은행들은 단기로 빌려온 돈을 장기로 전환하려고 했으나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은 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또한 외국 투자자들이 국내 투자자금을 회수하기 시작하면서 국내 달러 환율은 급격히 상승하게 되었고 중앙금융기관은 환율의 안정화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풀기 시작했다. 이는 결국 외환보유고의 소진을 불러일으키고 말았고 가용할 수 있는 달러는 바닥을 드러냈다. 1997년 말부터 1998년 초까지 갚아야 할 상 단기외채를 지불한 외환 보유액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금고에 남지 않았으며, 1997년 11월 정부는 긴급구제금융을 IMF에 신청하면서 대한민국의 ‘IMF 외환위기’가 시작된 것이다.

최근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에 대해 심심치 않게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제2외환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첫 번째 이유는 현재는 IMF외환위기 때 비해 12.7배 늘어난 외환보유고를 갖고 있으며, 대외 부채 중 1년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단기채무의 비중은 외환보유액 대비 1996년 211.4%에서 2021년 35.6%로 단기채무에 대한 대외 지급 능력은 충분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우리나라의 대외 투자자산의 증가이다. 한국의 대외 금융자산은 1999년 1,571억 달러 대비 2021년 1조 1,784억 달러로 13.9배 늘어난 상태이므로 외환 보유고 감소시 대외 금융자산을 현금화하여 한국으로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만약의 사태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세 번째는 과거 안정적 환율유지를 위해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쉽지 않은 관리 변동제 환율정책에서 경기에 따라 환율을 조정할 수 있는 변동환율제를 적용하므로 글로벌 경기 변동에 대한 대응력을 확보했다는 점이며, 통화 스와프 등을 통해 달러를 확보할 수 있는 루트를 다각화했다는 것도 과거의 위기에 대한 충분한 사전 대응력을 확보했다고 볼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2000년대 초반 닷컴 버블로 인해 경기침체가 장기화 될 수 있다는 전망에 따라 각국은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시장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통해 경기침체의 장기화를 막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 2000년 5월 6.5%수준이었던 금리를 2003년 6월에 1%까지 낮추게 된다. 미국 뿐 아니라 대부분 선진국에서 비슷한 수준으로 금리를 낮추게 되고 일본의 경우 사상초유의 제로금리 시대를 열게 된다. 이로 인해 글로벌 시장에는 엄청난 규모의 유동성이 공급되기 시작하며 돈이 차고 넘치는 상황을 맞이한다. 아울러 미국에서는 상업은행의 규제들이 풀리면서 은행이 증권투자, 채권 매매, 보험 사업 및 부동산 개발까지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게 된다. 또한 이 시기에 중국은 세계의 공장의 위상을 갖게 되면서 달러를 벌어들였으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중동 국가들 또한 석유 수출을 통해 상당한 부를 축적하게 된다. 이렇게 불어난 돈은 유량 투자처를 찾게 되고 AAA등급 채권에 대한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되는 반면 AAA채권의 공급은 한계를 보이게 된다. 이러한 상항 속에서 당시 지속적으로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며, 전망 또한 긍정적이었던 주택이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각광 받기 시작했다. 미국의 금융기관들은 채무를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 조차 주택구입 시 그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기 시작했다. 당시 금리는 미국 연준이 금리를 1%로 낮춘 상황이었으며, 한동안 금리는 오를지 않을 것이고, 주택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란 믿음이 팽배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주택담보대출로 만든 채권들을 모기지 회사에서 사들여 이를 그룹화하여 주택저당증권(MBS)단 채권을 만들게 되고 이는 다시 합성채권인 부채담보증권(CDO)로 이어지게 된다. 무디스와 같은 신용평가기관에서는 이러한 채권에 AAA등급을 부여하게 됨으로 투자자들은 불안감 없이 채권을 사들이게 되었다. 그러나 주택시장이 과열되고 이로 인해 물가가 치솟으면서 연준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되면서 2004년 6월부터 금리를 올리기 시작한다. 그리고 17차례에 걸쳐 0.25% 금리를 인상하면서 2006년 5.25%로 금리가 상승하게 된다. 그러자 금리 1%대 주택담보로 대출을 통해 주택을 구매한 사람들은 주택 구매시 발생한 가계부채와 이로 인해 약 4~5배로 인상된 이자를 지불하게 상황에 이르게 되며, 금리가 오르자 주택 구매자들 또한 현저히 감소하면서 주택가격은 속절없이 떨어지게 된다. MBS와 CDO등의 채권은 주택담보대출에 대한 이자가 안정적으로 들어올 때 채권의 가치가 있는 것인데 대출 연체가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주택가격 하락은 채권에 대한 안정성을 크게 하락시켰다. 결국 이는 이러한 채권을 가지고 있던 은행들과 투자처를 한순간에 부실로 빠뜨렸으며, 은행들은 뱅크런과 같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은행간 대출이나 외부 대출에 대해 지극히 소극적으로 임하기 시작하면서 시장에는 순간적으로 돈이 말라 버리는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2008년 9월 15일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고 같은 날 미국의 3위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에 인수되었으며, AIG는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된 것이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또 다른 원인은 신흥국의 침체이다. 닷컴 열풍이 가라앉으면서 많은 투자금은 중국을 대표로 하는 신흥국으로 흘러들어갔으며, 2000년 중반까지 이들 국가들의 고도성장은 큰 투자 효과를 가져왔으며, 글로벌 수요 확대에도 크게 일조했다. 그러나 2010년대 들어오면서 중국의 국가부채가 문제가 되기 시작하면서 신흥국의 투자에 대한 열기는 식기 시작했다. 세계 시장의 수요를 주도해 오던 중국 경제의 침체는 글로벌 수요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또한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과 산유국들은 2000년 중반에 큰 호황을 통해 엄청난 규모의 달러를 벌어들였고, 이를 가장 안전하다고 생각하는 미국 국채와 앞서 언급한 MDS와 CDO와 같은 채권을 대규모로 사들였으며, 결국 이는 미국의 금융위기가 닥치게 되자 직격탄을 맞으면서 신흥국 또한 심각한 금융위기에 부딪치게 된다. 미국이 위기에 이르렀을 때 중국과 같은 신흥시장 중심으로 세계 경제를 지탱되었으면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은 그나마 최소화되었을 텐데 신흥시장 마저 무너지면서 글로벌 경제는 암흑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 것이다.

저자는 대부분 금융위기의 공통점은 ‘장기간동안 지속된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경제 환경 속에서 발생된 막연한 긍정적 전망과 안이함’이란 태도와 ‘급격한 금융환경의 변화’가 어우려져 발생한 결과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전적으로 공감이 되는 말이다. 모든 사건과 사고는 원인이 있다. 그리고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근본적인 원인은 지금이나 예전이나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해야 이유는 사건이 발생한 시기와 연도를 외워서 시험을 잘 보는 것에 있지 않고 동일한 사건과 사고를 반복하지 않기 위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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