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회 운영엔 유연함과 새 분위기 만들고, 회원사 경쟁력 위해 적극 지원

[창간 26주년 특집 인터뷰] 한국통합물류협회 박찬복 회장

 

올해 3월 한국통합물류협회 제8대 회장으로 박찬복 회장(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이 취임했을 때 물류업계는 향후 2년 임기동안 그에게 많은 기대를 표시했다. 박찬복 회장은 기업 대표로 현장 업무를 중시하는 성격으로 알려져 왔고, 평소 소탈함이 묻어나면서도 중요한 사안은 반드시 성과로 가져오는 리더십을 발휘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는 협회 운영에 있어서 유연함을 부여하고 새 분위기를 만들 것이라는 기대와 더불어 내실을 기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 같은 예상은 어긋나지 않았다.

박찬복 회장은 취임과 함께 “대한민국 경제 대동맥을 이어가고 있는 회원사들이 더 나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며 “정부와 정책 협의뿐만 아니라 회원사들과의 소통도 적극적으로 나서 협회가 활력있게 운영되도록 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기대처럼 취임 6개월이 지나면서 박찬복 회장 특유의 조용한 행보는 협회 분위기를 바꿔놓고 있다. 그는 중요한 업무 현황은 직접 챙기면서도 운영 전반에 대해서는 실무진의 의견을 전폭적으로 반영하고 자율성을 부여했다. 또 회원사들과 직접 만나 조언을 듣는 등 적극적인 소통 행보를 보였다. 또한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챙겼다. 

물류신문은 창간 26주년을 맞아 박찬복 회장을 만나 향후 국내 물류시장에 대한 전망과 협회 운영 방침을 밝혔다.

“물류산업 공동 발전과 제도개선 위해 노력”

박찬복 회장은 유통시장과 물류시장을 넘나들며 풍부한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실무형 회장으로써 협회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그는 국내 물류산업의 역할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바닥부터 의견을 수렴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나타낼 수 있도록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자에게 박찬복 회장은 “대한민국 물류산업 발전의 산증인인 물류신문이 창간 26주년을 맞게 된 것을 축하하며, 앞으로도 모든 물류인들의 친근한 동반자가 되어 주길 바란다”라고 먼저 인사를 전했다. 그에게 최근 물류산업에 대해 어떠한 인상을 받고 있는지 물었다.

“국내 산업시장에서 물류서비스가 갈수록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가운데 협회의 역할도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디지털의 활용, AI, IoT 등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했으며 물류산업도 이러한 혁신 기술의 바탕 위에 물류로봇과 드론 등 다양한 첨단기기가 접목되면서 물류작업 전 과정이 자동화와 정보화, 지능화되는 스마트물류 시대로 접어들었다.”

박 회장은 물류부문 기관인 국토부 뿐 아니라 산자부, 과기부 등 정부 각 부처별 연구 사업에 회원사와 함께 적극 참여, 물류업계의 기술 도입과 확산에 가교 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노력에 나설 방침이다.

“기계, 로봇과 협업이 중요한 시점인만큼 노동환경도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춰 협회는 급변하는 환경에서 회원사들이 원활히 적응할 수 있도록 물류로봇, 자율주행 등 기술개발 사업에 적극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다. 물류산업이 우리 경제를 원활하게 하는 혈관과 같은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산업계 전반에서 이에 대한 투자와 관심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박 회장은 급변하는 경영환경 대응을 위해 협회가 나서 회원사들을 위한 인재 확보 방안과 교육을 강화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인재 확보를 중요전략으로 삼고 있는 만큼 협회도 물류기업이 개별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교육 과정을 지원하고 있다. 물류 전문가 육성 등을 위한 전문 컨설턴트 교육과정과 인적자원 컨소시엄 교육, 인공지능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AI 전문인력 양성 교육 등이다.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 인재 확보를 위해 물류 관련 대학이나 고등학교와 협업을 통해 현장중심의 물류교육을 지원하고 물류업계 취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채용박람회도 운영중이다.”

협회는 물류기업들의 강점을 대외적으로 널리 알릴 수 있는 국내 최대 물류전시회인 국제물류산업대전(KOREA MAT)을 공동 주최하고 있다. 협회는 행사를 통해 국내 물류기업들의 우수한 물류서비스와 관련 장비 전시, 기술 전시를 통해 물류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대외적으로 알리고 이를 공유하는 기회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하고 중기부로부터 사업 씨드머니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혁신적인 기업을 발굴하고 성장을 지원할 수 있는 생태계 조성에 앞장선다는 방침이다.

이러한 활동을 더욱 확대하기 위해서는 협회가 물류인들 사이에서 네트워킹의 초석 역할을 해야 하며, 시장의 흐름이나 전망, 대응 등의 정보 공유 기능은 물론 공동의 관심사에 대해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 

“협회는 물류인들 간의 네트워킹을 통해 물류시장의 흐름과 전망, 대응 방향 등에 대한 정보의 공유와 교류를 통한 물류기업의 발전, 대한민국 물류산업 공동의 발전을 꾀하는 것은 물론이고 정부와의 협력을 통한 제도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물류산업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우리 협회가 해야 할 일은 물류산업의 원만한 발전에 지장이 되는 각종 문제사항들을 발굴해 해결하고 미래 물류산업 수요에 대응하여 회원사와 우리 산업계가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박 회장은 한 예로 최근 기업 경영에 있어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ESG(환경 : Environmental, 사회 : Social, 지배구조 : Governance) 경영을 꼽았다. 그는 협회가 ESG 경영과 관련해 물류기업과 정부, 유관기관 등과 다양한 소통 채널을 구축 중이며 입법이나 교육, 대내외적인 경영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갈 수 있도록 협회가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사를 위한 대내외 관계, 조율 적극 나설 것”

한국통합물류협회의 주요 역할 중 하나는 정부와 회원사, 유관기관과 협력을 모색하거나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다. 최근 협회 회원사 현황을 살펴보면 제조, 유통기업 뿐만 아니라 화물운송, 운송주선, 물류시설 운영, 물류정보처리, 컨설팅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물류IT, 솔루션, 기기, 장비 등에서 새롭게 가입한 회원사들이 많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첨단 물류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새롭게 가입한 기업들과 기존 기업들 간의 관계, 그들과 정부와의 관계 등을 협회에서 면밀하게 파악하고 협력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있다. 박찬복 회장은 이것을 두고 협회의 큰 업무이자 과제라고 강조했다. 현재 협회는 회원사들을 위해 각 영역별로 특화된 4개의 전문위원회(택배, 컨테이너운송, 종합물류, 스마트물류)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최근 회원사들의 목소리를 보다 폭넓게 수렴하기 위해 물류시설운영 분야 회원사로 구성된 물류센터위원회를 재발족할 예정이다. 또한 물류IT와 솔루션, 기기, 장비 분야 회원사로 구성되어 있는 ‘스마트물류위원회’도 활성화할 수 있도록 관련 계획도 차근차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회원사의 정당한 권익을 보호하고 각 회원사가 파악하기 어려운 정부정책의 방향이나 외부의 목소리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 그리고 물류산업의 발전을 위한 공동과제나 관련 사업을 수행하는 것 등도 협회의 주요 역할이라 생각한다.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원칙을 협회 업무수행의 첫 번째 기준으로 삼는다면, 다른 문제들은 모두 자연스럽게 해결 방향이 정해지리라 본다. 회장직을 맡고 난 이후 주요 임원사, 회원사와의 소통은 수시로 진행하고 있다. 물류 관련 정부 부처, 특히 국토부, 해수부, 산자부, 중기부, 과기부, 기재부 등과의 소통은 물론 각 유관기관과 유관 업단체와의 활발한 교류도 지속적으로 진행해 우리 물류산업의 발전을 위해 다양한 협력사업과 공동과제 수행을 충실히 수행해 나아갈 계획이다.”

“기술변화 맞춰 교육과정 쇄신할 것”

통상적으로 기술이 발전하면 일자리는 줄어드는 결과로 나타난다. 일시적일수도 있고 일부 직업군은 영구적으로 사라지기도 한다. 물론 기술발전이 일자리 창출과 공동의 이익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결과는 항상 그렇지 않다. 물류업계에서도 기술발전이 향후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 관심이 높다. 

박찬복 회장은 기술발전이 반드시 일자리 절대수의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과거 산업혁명으로 많은 전통적인 일자리가 사라졌고 종사자들이 어려움을 겪은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기술의 고도화로 인해 고급 인력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는 반면 단순 노동자에 대한 수요는 당연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수적으로 봤을 때 고급 인력에 대한 수요에 비해 단순 노동자에 대한 요구는 당연히 줄어들 수 밖에 없고, 이 때문에 스마트 물류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 문제가 대두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박 회장은 물류기술의 고도화로 인한 이른 바 ‘스마트 물류’ 바람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도 문제는 슬기롭게 극복하고 혁신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물류산업은 대표적인 3D업종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불과 몇 년 사이에 로봇, 모빌리티, 빅데이터 등 다양한 4차산업 요소들이 물류산업에 적용되면서 그 어느 분야보다 스마트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물류의 스마트화와 일자리 문제가 균형을 이루기 위해서는 종사자들에 대한 적절한 교육과 역량 강화 노력을 통해 기업과 물류종사자들이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를 위해 협회는 기술발전 등 변화하는 흐름에 맞추어 기존의 교육과정을 재설계하는 등 교육과정을 쇄신하고 물류산업이 국가경쟁력 향상을 위해 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와 업계 간 원활한 연결에도 힘쓰도록 하겠다.”

이 같은 박 회장의 의견 피력은 협회가 미래를 위한 큰 그림을 그리고, 기술발전에 따른 일자리 감소 문제가 심화되기 전에 이를 대비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변화는 위기이자 기회, 회원사 지원 강화”

최근 산업 동향을 살펴보면 물류산업은 물론 다른 산업에서도 대내외적 여건에 따라 빠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이는 기술의 발전은 물론이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전쟁, 세계적인 금리 인상과 고물가 문제, 소비 둔화와 더불어 주요 소비층의 구매 패턴 변화 등 다양한 요소가 복잡하게 작용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사안이기도 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도 증폭되고 있다. 경기침체로 투자와 혁신은 더딘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책이나 기업 간 협력 체계 구축이 절실하지만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다. 상당수 기업들은 경쟁력 향상을 위한 방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기업들의 이익단체인 협회가 나설 수 있는 영역에는 한계가 있다. 

박찬복 회장은 그동안 해왔던 협회의 역할에 충실하면서도 제도적 개선책 마련을 위한 중재자로서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를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물류기업과 정부의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불과 얼마 전까지는 IoT, 클라우드(Cloud), 빅데이터(Big Data), 모바일(Mobile)이 화두였고, 다음으로 자율주행과 드론, 도심항공교통(UAM) 등 모빌리티가 주목 받았다. 그리고 지금은 오픈AI와 같은 인공지능솔루션의 등장으로 인공지능 기술의 도입 여부가 화두가 되고 있다. 환경변화의 시기는 위기와 기회가 교차하는 시기이기도하다. 당연히 우리 협회는 물류기업이 새로운 기회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앞장설 필요가 있다.”

박찬복 회장은 우선 협회 교육과정 혁신을 예고했다. 새로운 기술, 새로운 패러다임이 등장할 때마다 맞춤형 인재를 등용해야 산업과 기업의 미래를 도모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이를 위해 협회의 정부위탁교육과 자체 교육사업에서 최신 물류기술과 서비스 등을 다룸으로써 회원사들의 인력 양성에 경쟁력을 더할 수 있도록 힘쓰겠다는 방침이다.

“권익보호, 기업 이기주의 아닌 고객 최우선”

그는 마지막으로 기업들의 권익보호에 힘쓰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기업의 권익보호는 협회의 태생에 따른 의무이기도 하지만,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박 회장의 생각이다. 그러면서도 기업 집단의 이기주의를 위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물류기업의 권익보호는 물류서비스를 위한 것이어야 하며, 이러한 고민의 대상은 서비스를 받는 고객이 최우선 순위에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류기업 권익보호를 위한 정책 대응 기능을 강화해나갈 생각이다. 일례로 택배는 경제활동인구 1인당 연평균 143회(‘22년 기준)를 이용할 정도로 필수 서비스산업이 되었고 향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이지만 배송공간이나 인력부족, 배송수단 제한 등 산업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들도 상존해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권익보호라고 생각한다. 협회는 회원사를 중심으로 한 물류기업, 정부, 유관기관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면서 물류산업 전반의 애로사항을 전달할 것이다. 또한 제도개선을 통해 물류시설과 물류서비스의 질을 높이는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이번 인터뷰에서 박찬복 회장이 여러 차례 강조한 단어 중 하나는 ’현장‘이었다. 그는 현장에서 질문하고 현장에서 답을 찾아나갔다. 그리고 이상적인 대안과 현실적인 대안을 두고 고민하는 모습도 보였다. 그는 결국 시장을 변화시키는 건 시장 내 이해관계자들의 진심이 통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모든 것이 말처럼 잘 흘러간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언제나 녹록하지 않았다. 지면을 통해 밝힌 것들 모두 협회만의 노력으로는 이뤄낼 수 없는 것들이다. 결국 물류산업 대표님과 정부 관계자들께 아낌없는 지원과 협력이 필요하다. 서로 진심을 나누고 진심이 통하는 물류산업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박찬복 회장 약력]
1988.01 ~ 1994.04 · 롯데케미칼 경리부 근무
1994.05 ~ 1998.04 ·   롯데케미칼 감사실 근무
1998.05 ~ 2000.05 · 롯데케미칼 재무팀 리더
2000.06 ~ 2009.02 · 롯데장학재단 재무 임원
2009.03 ~ 2017.02 · 롯데로지스틱스 경영관리/유통물류 부문장
2017.03 ~ 2019.02 · 롯데로지스틱스 대표이사
2019.03 ~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 사장
2023.03 ~ 한국통합물류협회 회장 

저작권자 © 물류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