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오락실에 갔던 기억을 되살려보면 다들 일대일 대전게임에 대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일대일 대전게임은 서로 다른 캐릭터나 라이벌을 골라 직접 대결을 펼칠 수 있어 오락실의 대표 게임으로 손꼽히며 현재까지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스트리트파이터의 캔과 류처럼, 물류업계에서도 라이벌 관계를 형성하며 오랜 시간 격돌하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택배시장을 두고 벌어진 팽팽한 줄다리기
2010년대 초, CJ그룹이 대한통운을 인수하며 탄생한 CJ대한통운은 오랜 시간에 걸쳐 국내 택배업계 점유율 1위를 지켜왔다.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한진 등 동종업계 기업들이 뒤쫓았지만 CJ대한통운의 아성을 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게 CJ대한통운의 택배업계 1위 수성은 줄곧 이어질 것으로만 보였다.

그런데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곳에서 CJ대한통운의 강력한 라이벌이 도전장을 던졌다. 2010년대, 온라인 커머스 기업으로 시장에 첫 등장해 로켓배송을 타고 성장의 가속도를 붙인 쿠팡이 그 주인공이다. 쿠팡이 로켓배송을 처음 들고 나왔던 2014년, 물류업계는 해당 서비스가 위법이라며 반대하고 나섰지만 로켓의 출발을 막는 데는 실패했다. 그렇게 급성장한 쿠팡은 지난 2018년, 배송 자회사인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를 공식적으로 출범했고 본격적으로 CJ대한통운과 직접적인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출범 초기만 해도 쿠팡이 처리한 물량이 집계에 잡히지 않으면서 택배시장 점유율의 변화가 드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쿠팡이 상당부분의 점유율을 확보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리고 최근 통합물류협회의 발표는 쿠팡의 성장세가 CJ대한통운을 앞지를 수 있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현실적이라는 것을 짐작케 해주고 있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의 올해 1월부터 8월까지의 택배시장 점유율은 지난 2022년 기준 12.7%에서 24.1%로 2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비해 CJ대한통운의 시장점유율은 2022년 기준 40%에서 올해 8월에는 33.6%로 축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에서 나타난 양사의 택배시장 점유율에는 여전히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나, 추세를 볼 때 쿠팡이 CJ대한통운의 강력한 라이벌로 입지를 굳혔다는 데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이무기에서 공룡된 아마존, 판세를 뒤집다
페덱스 입장에서 아마존은 자신들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사 중 하나에 불과했다. 아마존이 어느 정도 규모의 회사로 성장했을 때도 이러한 시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만큼 페덱스는 UPS, DHL 등과 함께 미국을 넘어 전 세계를 호령하는 대표적인 물류서비스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8년 2월, 아마존이 본격적으로 물류기업으로서 입지를 확대하겠다는 선언을 한 이후,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아마존과 페덱스의 라이벌 관계에 불이 붙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그리고 약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승패를 단언하기는 조심스럽지만 대다수의 물류업계 관계자들은 이미 아마존이 페덱스를 앞질렀다고 평가한다. 5년 전만 하더라도 시작점에 섰던 아마존이 페덱스라는 라이벌과의 대결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던 데에는 ‘혁신’이 있었다.

아마존이 물류시장에서 선두로 나설 수 있었던 대표적 혁신은 AWS(Amazon Web Services)를 들 수 있다. AWS는 지능형 공급망 솔루션을 지원하며 한 차원 다른 물류망의 가시성과 투명성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고객사는 AWS를 통해 수요를 예측하고 이에 맞게 재고 배치 및 보충 등을 계획함으로써 운영 최적화도 이루어낼 수 있었다. 이에 더해 키바(Kiva)와 같은 최신형 로보틱스를 통해 한 단계 진화한 물류 자동화 시스템도 현장에 도입할 수 있었다.

이에 더해 아마존 특유의 높은 정시배송율과 빠른 배송 서비스도 경쟁에서 앞서나가는 요인이 됐다. 아마존은 지난 2019년부터 미 전역에 당일배송을 가능토록 하는 소규모 창고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창고의 개수가 200개에 육박하게 되면 아마존이 계획하는 미 전역 당일배송이 더 이상 꿈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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