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위찬, 르네 마보안 / 한국경제신문

전략의 본질은 ‘경쟁’이 아니라 ‘창조’라고 김위찬 교수는 그의 대표적인 저서인 ‘블루오션 전략’에서 밝히고 있다. 이러한 그의 논리와 주장에 대해 많은 경영자들은 공감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 돌아보면 아직도 기업은 경쟁적 사고하에 파괴적 혁신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 파괴적 혁신이란 결국 기존의 것을 파괴하거나 경쟁자를 딛고 올라서야 경쟁적 위치에 오를 수 있다는 조지프 슘페터의 혁신이론과 전략으로 아직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진리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오직 승자만이 생존할 수 있으며 ‘파괴하지 않으면 파괴 당한다’라는 승자-패자의 도식에 아직도 갇혀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다. 승자와 패자가 존재한 다는 것과 기존의 것이 파괴된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이에 따른 비용이 수반되며 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것이 기본적인 비즈니스 원리이다. 과연 이러한 승자-패자의 도식만이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유효한 것인가? ‘파괴’라는 형식의 혁신만이 혁신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인가? 김위찬 교수는 ‘블루오션 전략’에서 ‘창조’의 중요성과 ‘창조’에 기반한 혁신을 통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여 파이를 키움으로 승자-패자의 도식에서 벗어날 수 있음을 주장했다. 그리고 그는 금번에 ‘블루우션 전략’과 더불어 ‘비욘드 디스럽션’이란 책을 통해 ‘파괴’나 ‘대체’없이 이루어지는 ‘비파괴 창조’기반의 혁신을 제시하고 있다.

비파괴 창조의 특징
혁신이 어렵다는 생각하는 이유는 혁신은 기존의 것을 뒤집어엎고 파괴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혁신에 대한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기존의 것을 뒤집고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것과 상생하고 보완하는 것으로 혁신의 관점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비즈니스를 경쟁의 관점이 아니라 파이를 확대하거나 창조하는 관점으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 바로 비파괴 혁신으로 나아가는 첫 걸음이다. 비파괴 창조의 개념에는 세 가지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새로운 과학이나 최신 기술에 기반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기술의 조합이나 응용과 결합으로 만들어 낼 수 있다. 두 번째는 비파괴 창조는 특정 지역이나 사회경제적 계층에 국한되지 않는다. 즉, 기회는 전 세계 모든 지역에 존재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비파괴 창조는 일반적으로 비즈니스 상에서 ‘세계 최초’와는 다르다. 비파괴 창조는 특정 비즈니스 영역관점이기 보다는 지역적, 계층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단위 시장에서의 최초라는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이다. 이 세 가지 특징을 종합하여 요약하자면 기존 산업이 경계 밖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 비파괴 창조라는 것이다. 기존 산업 경계 밖이라는 부분이 의미하는 바가 바로 경쟁과 파괴와는 차별된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비파괴 창조는 이미 우리 주위에 상당부분 존재하고 있다. 교정용 안경은 기존의 안경시장을 파괴하지 않는다. 기존의 금융회사들은 경제적 취약 계층을 위한 금융상품 제공을 제한하지만 이들 계층을 대상으로 금융상품을 제공하고 있는 마이크로파이낸스는 기존 금융고객이 아닌 새로운 고객군을 대상으로 사업을 진행하므로 파괴와 경쟁의 공식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초기 자동차는 와이퍼가 없었다. 와이퍼가 시장에 나왔을 때 그 어느 대상에 대한 파괴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러한 비파괴 창조와 혁신은 이미 우리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파괴적 창조에 의한 시장의 대체는 기존 일자리의 재편 등과 같은 사회적, 경제적 비용을 수반한다. 그러나 비파괴 창조는 앞선 예시들과 같이 기존 일자리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냄으로써 사회적, 경제적인 플러스 요인을 제공한다. 이것이 비파괴 창조가 지니고 있는 가장 유용한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비파괴 창조의 중요성이 커지는 이유
사람들은 자신이 소속된 회사나 조직이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혁신이 다른 사람들이 삶을 파괴한다는 생각은 갖지 못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모든 기업과 조직들은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 비파괴 창조가 앞으로 중요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양날의 검이라고 한다. 디지털 기술은 상상을 뛰어넘는 생산성과 효율향상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로 인해 기존 일자리들은 적지 않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특히 디지털 기술은 파괴적 혁신의 가장 근간을 이루고 있으며, 디지털기술이 발전할수록 파괴의 강도는 세질 것이다. 비파괴 창조가 일자리라는 문제에 대한 솔루션은 아니지만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여러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비파괴 창조의 실현 방법
올바른 관점을 가져라 : 사람들이 상상력이나 창조적 사고를 끌어내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현재 상황에만 초점을 두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보이는 것에 집중하고 보이지 않는 것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들이 많다. 보이지 않는 것, 즉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두지 않는 것을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기술혁신이 가치혁신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가치혁신에 초점을 두고 이후에 기술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는 기술혁신이 가치창출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디지털카메라 기술을 가장 먼저 개발한 코닥의 사례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비파괴 기회를 찾아내라 : 비파괴 창조를 위한 기회를 찾아내는 데는 두 가지 접근방식이 있다. 첫 번째는 기존 산업의 경계를 넘어 그동안 고려되지 않았던 문제를 다루는 방법이다. 의례적으로 받아들여 왔거나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다고 여겼던 것들에 대한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이다. 두 번째는 경제, 사회, 환경, 기술, 인구 통계적 측면에서 벌어지는 변화로 기존 산업의 경계를 벗어나 새롭게 대두되는 문제를 찾아 해결책을 제공하는 방법이다. 찾아낸 기회에 대해 긴급성을 가지고 있는 대상을 확인해야 한다. 문제의 영향을 받는 대상들이 실제로 문제로 느끼게 될 것인지에 대한 부분과 이에 대한 솔루션을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부분을 확인해야 한다. 즉 시장 잠재력과 영향력이 비즈니스 관점에서 가치가 있는 지를 가늠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회 잡는 방법을 강구하라 : 기회가 그동안 왜 감추어 있었는지에 대한 가정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이 가정에 대한 도전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세 단계의 절차를 진행한다. 첫 번째 단계는 비파괴 기회를 감추고 있는 기존 산업의 가정을 밝해 낸다. 두 번째 단계는 비즈니스 관련성을 파악하고 기회가 숨겨졌고 간과된 원인을 명확히 파악하고 이를 가정화 한다. 세 번째 단계는 설정된 가정에 대한 대응방안 수립, 가정에 대한 재구성 등을 통해 비파괴 기회를 발굴할 방법을 찾아낸다.

기회를 현실로 만들어라 : 높은 가치와 낮은 비용을 추구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비파괴 창조를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지원 요소가 있다. 첫 번째는 적극적인 자원 활용력이다. 오픈되어 있는 지식과 전문성, 자원, 역량 등을 창의적으로 연결하고 활용하는 역량을 의미한다. 두 번째는 내부적 자원과 조직 역량이다.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원과 이를 활용하고 필요한 자원을 조달하는 조직 역량을 의미한다. 세 번째는 고정관념의 틸피이다. 비파괴 창조를 위해서는 기존 사고와 경험에 매몰되어서는 안된다. 새로운 시각과 관점 그리고 이해가 필요하다. 그래야 새로운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구관점으로 볼 때 선진국의 고령화와 저출산, 디지털 기술의 침투에 따른 개인 주권 보호, 에너지와 환경, 극심한 양극화, 이송수단의 변화 등 비파괴 창조의 관점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슈들이다. 많은 기업과 조직들이 최근 ESG경영시스템에 대해 논하고 있고 이를 고민하고 있다. 비파괴 창조에 기반한 경영전략, 혁신 시스템이야말로 ESG가 지향하는 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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