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수출물류비 예산 확대…수출전문조직 신설 발표

수출물류비 지원 폐지 논란이 있었던 농산물 수출업계가 위기를 넘기고 안정세를 찾는 분위기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정황근)는 지난달 5일 농산물 수출물류비 지원 폐지에 대응해 수출 확대를 위한 재정 지원책을 전격 발표한 데 이어 9월 2주 기준 농식품 수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 증가한 약 63억 1,000만 달러(잠정치)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올해로 끝나는 수출물류비 지원 제도의 후속 대책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던 농가와 농산물 수출업계는 일단 한숨을 돌린 모습이다. 그러나 새로운 재정 지원책이 직접 지원보다 간접 지원에 가까워 실제 효용성과 활용 방안에 대해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출물류비 지원 폐지에 농가와 지자체 패닉
2015년 세계무역기구(WTO) 10차 각료회의는 세계 각국의 농산물 수출산업 흐름을 크게 바꿔놓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각국 정부는 농산물 수출을 지원해왔으나 10차 각료회의는 선진국은 즉시 제도 철폐를, 개발도상국은 수출비용 보조는 3년, 수출물류비 지원은 8년까지 유예하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당시 개발도상국 지위에 있던 우리나라도 이 같은 결정에 따라 수출물류비를 2023년까지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각료회의 결과에 대해 농가와 농산물 수출업계에서 비판이 나왔지만 현실적으로 WTO의 결정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대신 정부는 지속적으로 농가와 농산물 수출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겠다는 입장을 내놓았고 8년 뒤에는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왔다.

그러나 마지막 해인 올해 들어 극심한 경기침체와 물가상승, 불안정한 국제곡물가격 등 농산물 수출을 둘러싼 여건들은 녹록하지 않은 상황으로 흘러갔다. 이에 당장 내년부터 수출 지원을 받지 못하는 농가와 농산물 수출업계를 비롯해 지자체들과 관련 기관들은 정부와 정치권의 대책을 기다렸다. 그러나 상반기가 지나갈 때까지 별다른 대응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서 수출물류비 지원 제도가 대안 없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높아졌다. 더욱이 정부가 올해 농식품 수출액 100억 불 달성이라는 청사진을 제시한 것과 달리 실제 상반기까지 기록한 수출액은 증가는커녕 전년 대비 0.2% 하락한 53억 7,500만 달러를 기록한 상황이었다.

이에 농가와 수출업계, 관련 단체와 학계 등에서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힘든 상황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수출물류비 지원마저 끊기면 더 심각한 위기에 처할 것이 자명한데도 정부가 신속한 대책 마련에 나서지 않는다는 불만이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지자체들도 마찬가지였다.

경상남도는 지난 8월 1일 도와 시군,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경남지역본부, 농협 경남지역본부, 경남무역과 신선농산물 생산자단체가 참석한 가운데 ‘신선농산물 수출활성화 대책 마련 회의’를 가졌다. 회의 참석자들은 내년 사업 예산에 공동선별장 근로자 사회보험료·교통비, 포장재비, 시설비 등을 건의했으며 aT 등에 해외 마케팅 지원도 요청했다. 또한 농산물 생산자 대표들은 수출물류비 대체 사업에 지자체의 지원을 요구했다.

충청남도도 지난 8월 24일 도의원, 전문가, 수출업체, 청년농업인 등과 함께 ‘충남 농산물 수출 활성화 방안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이상현 고려대 교수가 ‘수출물류비 폐지에 따른 대응 방안’으로 △수출조직 지원, △품질경쟁력 제고, △현장 수요 대응 강화를 제안했다. 다른 지자체들도 앞다투어 대책 마련에 나서 수출물류비 지원을 대체할 사업을 발굴하거나 물류비 절감 대책 마련, 해외 판촉활동 강화, 물류표준화 지원 등을 대안을 내세웠다.

그러나 지자체들의 부족한 예산으로는 기존 수출물류비 전체를 지원하기에 한계가 뚜렷했고, 일부에서는 실질적인 지원책을 도출하기보다 향후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허울뿐인 자리가 마련되기도 했다. 물론 농림축산식품부가 사정을 모르는 건 아니었다. 올해 초 장관 명의의 새해 인사에는 농산물 수출물류비 폐지에 대응해 공동포워딩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저온 유통체계를 구축하는 등 해외 프리미엄 시장 저변을 넓히겠다는 입장을 담은 바 있다.

△‘충남 농산물 수출 활성화 방안 토론회’ 참석자들이 수출물류비 폐지 대응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제공=충청남도청)
△‘충남 농산물 수출 활성화 방안 토론회’ 참석자들이 수출물류비 폐지 대응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사진제공=충청남도청)

농식품 수출 확대 예산 증액 편성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9월 5일 내년 농식품과 전후방산업 분야 수출 확대를 위한 예산안을 올해보다 188억 원 늘린 6,313억 원으로 편성했다고 밝혔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신선농산물의 품질경쟁력 제고를 위해 수출전문조직 육성, 국내외 저온유통체계(콜드체인) 구축지원을 중점 추진하는 한편, 전후방산업의 수출 확대를 위해 지능형농장(스마트팜) 협력체(컨소시엄) 수주지원, 반려동물 연관산업 수출지원 등 다양한 신규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특히 신선농산물 품질관리부터 물류·홍보까지 통합 관리하는 수출전문조직도 육성한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조직 육성과 운영을 위해 내년에 245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또한 농식품 수출기업이 필요로 하는 홍보, 상품개발, 시장 개척에 필요한 사항을 메뉴판에서 자유롭게 선택해 지원받을 수 있는 농식품 국제 성장패키지(수출 바우처) 예산도 기존 44억 원에서 328억 원으로 증액했다.

아울러 저온유통체계(콜드체인) 적용을 위한 CA(Controlled Atmosphere) 컨테이너, 저온물류센터, 냉동차량지원 등 신선농산물에 특화된 저온물류체계 구축 예산 36억 원도 새로 편성했다. 이외에도 지능형농장(스마트팜), 농기자재, 반려동물 등 전후방산업의 수출 확대를 위한 예산도 137억 원으로 올해 68억 원보다 약 2배 증가했다. 시범 온실 1개소 신규 조성을 포함해 해외 판로개척, 현지 시장 시험(마켓 테스트) 예산 등을 45억 원에서 내년 62억 원으로 확대하는 등 지원을 늘렸다.

△농가를 찾은 농림축산식품부 정황근 장관(오른쪽)이 배추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농가를 찾은 농림축산식품부 정황근 장관(오른쪽)이 배추를 살펴보고 있다(사진제공=농림축산식품부)

비용 지원 대신 마케팅 등 간접 지원 늘려
농가와 농산물 수출업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대책 마련이 다소 늦었지만 예산이 늘어나면서 이전보다 여건이 더 좋아질 것이라는 낙관론도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책 중에 눈에 띄는 것은 글로벌 스텐다드 수준의 수출전문조직 육성이다. 물론 기존 농산물 수출업계가 글로벌 스텐다드 수준에 미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일부에서는 다소 부족한 사례가 나오고 있어 전체 수출 과정을 관리하면서 물류 등에서 안정적인 업무 처리의 필요성이 제기되어왔다. 따라서 이번 조직 육성은 단기적으로도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콜드체인 물류체계 구축을 위해 예산을 신규 편성한 것도 눈길을 끈다. 최근 농산물 수출에 있어 고부가가치 상품은 단연 저온유통이 가능한 콜드체인 물류서비스를 꼽을 수 있다. 그러나 국내 농산물 수출분야에서 콜드체인은 다른 물류분야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따라서 저온물류센터와 냉동차량 지원 등이 활성화되면 시장의 변화를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은 증액된 예산 대부분이 수출을 직접 지원하기보다 간접적으로 지원하는데 쓰인다는 지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수출비용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선 수출전문조직은 품질관리, 물류, 홍보업무를 말 그대로 ‛지원’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농식품 국제성장패키지(수출 바우처) 역시 실제 수출비용을 직접 지원하는 것과는 거리가 있다. 당장 올해 사업내역을 살펴보면 컨설팅이나 포장디자인 개발 지원, 해외 인증 등록, 시장 조사 지원, 판촉 활동 등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실제 수출물류 지원에는 샘플 운송비, 통관비용, 수입국의 검사비용 지원 정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콜드체인 관련 예산도 36억 원으로 대규모 인프라 구축에는 부족하다. 일부에서 “현행 표준물류비의 5% 비용 지원이 실질적으로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볼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다만 직접적인 예산 지원은 WTO 등에서 문제를 삼을 수 있어 간접 지원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수출입 업계 관계자는 “이번 예산안에 대해 공감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당장 지원책이 축소되는 셈이라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농가가 충격을 완화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은 물론 다양한 유형에 맞는 세부 지원책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일부 지자체들도 이러한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으며, 필요하면 추가 대응책 마련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동군(군수 하승철)은 농산물 수출물류비 지원 제도 폐지와 대외 수출 여건에 대한 선제적 전략 수립을 위해 지난 6일 ‘수출 활성화 방안 마련 간담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번 간담회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예산 증액 발표 이후에 열렸다는 점에서 지자체 차원에서 좀 더 실질적인 대응책 마련에 고심한 흔적이 엿보인다.

이번 간담회는 하승철 군수를 포함해 농협 하동군지부, 농수산 조합, 수출업체 대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으며 수출 위기 극복을 위해 △수출인력 인건비 지원, △내륙운송비 지원, △수출 공동선별 지원, △기존 해외 한인마트 중심의 수출에서 탈피해 현지마트 진입을 위한 수출용 전용 포장재 지원 사업 확대 등을 논의했다. 아울러 하동군은 수출시장 다변화에도 행정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하동군청 하승철 군수는 “고금리 기조 지속과 세계경기 침체에다 내년에 물류비까지 폐지되면 수출 여건은 더욱 악화할 수밖에 없다”며 “오늘 간담회에서 나온 수출업체와 수출 농가의 다양한 의견을 내년 신규사업에 적극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수출 활성화 방안 마련 간담회’에 참석한 하동군청 하승철 군수가 의견을 밝히고 있다(사진제공=하동군청)
△‘수출 활성화 방안 마련 간담회’에 참석한 하동군청 하승철 군수가 의견을 밝히고 있다(사진제공=하동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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