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출발은 R&R과 SOP부터

기업의 구성원들은, 본인이 소속된 조직 안에서 업무를 제대로 해야 한다는 관점, 타 조직과 타인간에 협업을 제대로 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본인의 R&R(Role & Responsibility)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인지를 잘 모르며 R&R의 깊이가 어느 정도여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잘 모릅니다. 이러한 상태가 장기간 지속되다 보면 스스로, 능동적으로, 주도적으로 업무를 유지하는 문화가 형성되기보다는 수동적인 업무 유지 문화가 형성됩니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될 때 나타나는 부정적 현상으로는 참다못해 CEO가 자주 나서게 되고 결국 CEO에 의한 지시가 많아지며 CEO에 의한 지시가 구체적이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CEO의 지시는 전략적이거나 큰 방향 위주여야 하고 임직원들은 CEO의 방향을 전술적 그리고 구체적으로 풀어서 업무를 진행해야 하는데 CEO가 구성원들에게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다 보니 CEO가 구성원들에게 세세한 부분까지 가르쳐주고 지시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구성원들은 능동적으로 열정을 가지고 업무를 하기보다는 CEO가 지시한 것만 완료하면 본인들이 해야 할 업무는 끝났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점점 높아집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하위 평준화된 조직의 임원, 직책자, 중간관리자 등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납니다.

그리고 구성원들 대부분이 업무에 자신이 없다 보니 CEO가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본인들 스스로 의사결정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상식적인 수준에서 구성원들이 할 수 있는 범위나 깊이의 업무까지도 의사결정을 회피하다 보니 회사 전반의 업무 속도가 지연되고 각 부서별, 개인별 협업 또한 잘 되지 않습니다. 결국, 업무에 자신이 없고 협업이 잘 되지 않음으로 인해, 오너십을 가지고 업무를 주도하는 사람은 잘 나타나지 않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은 시장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치며 시간이 지날수록 좋지 않은 조직 문화와 매너리즘이 굳어지게 됩니다. 또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과 시간, 노력이 필요하게 됩니다.

이러한 현상을 예방하거나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많겠지만 그중 하나가 수준 높게 제정 및 개정된 SOP(Standard Operating Procedure)라고 판단합니다.

SOP는 R&R을 기반으로 하기에, SOP와 R&R은 서로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조직과 개인의 R&R을 구체적으로 서술한 것이 SOP입니다. 그리고 조직과 개인의 R&R이 서로 중복되지 않게 R&R간 누락된 것이 없게 서술해 놓은 것이 SOP입니다. R&R이 중복되면 남이 할 것이라고 생각해서 서로 미루게 되어 수요공급 프로세스 상에서 문제가 발생하고 R&R이 누락되면 수요 공급상에 구멍이 생겨 문제가 발생합니다. SCM에 있어 R&R의 중복과 누락은 Chain에 문제가 생긴다는 것입니다. 여러 개의 쇠고리가 연결된 쇠사슬이 있습니다. 이 쇠사슬이 잘 유지되려면 각각의 쇠고리가 튼튼해야 하고, 쇠고리간에 잘 연결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쇠사슬이 쇠사슬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쇠사슬이 역할을 잘 하게 하려면 각각의 쇠고리가 잘 연결되어야 하는데, 조직과 개인의 R&R은 각각의 쇠고리이기에 조직과 개인간 R&R의 중복과 누락을 방지하는 것이 각각의 쇠고리를 잘 연결하는 것과 같습니다.

S&OP를 예로 들면(S&OP를 쇠사슬이라고 가정하면), 각각의 부서에서 Sheet 만들고 운영하는 것은 쇠고리이고 이 쇠고리를 연결하는 것은 Business Rhythm입니다. 이전에도 이야기했듯이 Business Rhythm은 6하 원칙(언제, 누가, 어떻게, 왜, 어디서, 무엇을)을 기반으로 각 부서 및 개인간, 요일별, 시간별 작성해야 할 Sheet와 데이터를 약속한 것입니다. 만약, 수작업이 아닌 정보시스템 안에 Sheet들이 반영되고 정보시스템을 통해 자동적으로 데이터가 Sheet 안에 기록된다면 S&OP를 구축하고 운영하는데 필요한 인력 소요는 줄어들 것이고 적은 인력으로도 효율적, 경제적 운영이 가능하며 의사결정 속도에도 영향을 미쳐 고객의 Sense에 반응하는 속도는 크게 향상됩니다.

R&R의 범위와 깊이는 크게 4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Mega(Process보다 큰 관점), Process(Task 보다 큰 관점), Task(Activity 보다 큰 관점), Activity(Task를 세부화, 구체화)입니다.

많은 기업이(조직이) SOP를 제정 및 개정함에 있어 Task와 Activity 부분에서 취약합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Task와 Activity는 개인별 능력을 고려하여 차등 분배해야 하고 특정 개인에게 많은 업무가 몰리지 않게 균등 분배해야 하며 요일 및 시간별 해야 할 업무를 세부적으로 구분해야 합니다. 또 수작업을 이용한 업무 방식/정보시스템을 이용한 업무 방식/설비와 장비를 이용한 업무 방식을 세부적으로 구분해야 하고 각각의 업무를 어디서(구체적 위치) 어떻게(방법)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세부적으로 기술해야 하며 안전 환경 관점에서 주의해야 할 사항들에 대해서도 기술해야 하는 등 현실에 맞게 고민하고 적용해야 할 것이 많습니다. 특히, 자동화된 설비와 장비에 의존한(설비나 장비 버튼 몇 개만 누르면 되는 업무) 업무가 아닌 사람에 의존해서 해야 하는 업무라면 더 고민할 것이 많습니다.

즉, Thinking Process나 Brainstorming 등의 인고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수작업에 의존한 R&R에 대한 SOP는 창의적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특히 수작업에 의존한 업무가 많은 조직과 분야일수록 SOP를 제정 및 개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설상가상으로 임직원 수준이 낮은 경우, SOP 구축이 더욱 쉽지 않습니다. R&R과 SOP가 제대로 유지되지 않은 기업일수록 인내심을 가지고 점진적으로 PI를 지속해야 하는데 정보시스템 구축시 진행되는 단기적 PI에 의존하는 경향이 자주 발생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만든 정보시스템은 현실과 괴리감이 자주 발생하기도 합니다.

아래는, 실제 업무 관련 대화를 예로 들었습니다.
저는 구성원에게 H, Y, J, K 프로세스에 대한 R&R이 기록된 문서 초안을 전달했습니다. R&R이 기록된 문서는, Mega, Process, Task, Activity 중에 Process에 해당됩니다. 각 조직의(부서, 팀의) 직책자와 중간 관리자는 이 문서를 기반으로 구성원들과 Task와 Activity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데, 직책자와 중간 관리자들이 실제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습니다. 우선 P 임원에게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제가 보내주는 내용을 기반으로 추가할 부분이 있다면 추가하여 직원들과 이야기를 해주세요. 그리고 직원들이 B에게 제출하게 되면 제출한 내용을 가지고 저와 지속적으로 미팅을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매주 구성원들과 미팅을 하면서 R&R과 SOP에 대한 후속조치를 하겠습니다. L, Q, R, N, M 프로세스에 대해서도 다음주에 구성원들에게 모두 보내주고, 계속해서 같은 방식으로 후속 조치를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음의 내용을 생각해 보기 바랍니다. 한 사람이 여러 프로세스를 제대로 할 수 있다면 정말 이상적이고 긍정적입니다. 하지만 인력에 의존한 분야의 경우, 한 사람이 여러 프로세스에 대한 R&R을 부여받는 것은 부정적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한 사람이 여러 프로세스를 유지한다는 것은 한 사람이 여러 프로세스를 제대로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한 사람이 여러 프로세스를 대충하고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R&R의 범위가 명확해지고 R&R의 중복 및 누락이 없게 되고 R&R의 깊이가 깊어지면 한 사람이 여러 프로세스를 책임지는 것은 제한됩니다. 만약, 업무의 대부분이 설비와 장비로 이루어진 프로세스들은 한 사람이 여러 프로세스를 책임지는 것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여러분은 한 사람이 여러 프로세스를 책임지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한 사람이 여러 프로세스를 책임지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왜냐하면, 여러분은 수작업이 많은 환경에서 한사람에게 여러 분야를 맡기고 있기 때문입니다. 직원에게 여러 프로세스를 책임지게 하는 것은 Risk가 있습니다. 만약, 해당 직원이 퇴사를 한다면 기업의 여러 프로세스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이는 수요공급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그리고 직원을 채용해서 숙련시키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R&R이 명확하게 정립되면 직원들이 현실적으로 해야 할 업무는 더 많아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현재 여러분의 업무가 진행되는 상황을 보면 해야함에도 불구하고 안하고 있는 것들이 많고 하고는 있지만 디테일하거나 섬세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안하고 있는 업무들을 재 정립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업무를 섬세하게 하며 업무 수준을 올리는 것 또한 필요합니다. 업무가 증가하지 않았지만, 업무가 섬세하며 수준이 올라간 것만으로도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됩니다. 그리고 조직이 커지고 성장할수록 CEO는 고객과 유대관계 형성, 수요공급 상에서 전략적 의사결정, 안전 환경 측면에서 큰 방향 정립 등에 주력하고 나머지는 CEO를 제외한 경영진과 직책자, 그리고 중간 관리자들에 의해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현재, 여러분은 과도기를 겪고 있습니다. 아래 내용을 고민해 보시길 바랍니다.
■ S&OP 프로세스에서 유지해야 하는 Sheet들의 종류(명칭)는 무엇인지? 그리고 실제 유지하고 있는 Sheet 종류는?
■ Sheet들이 요일별, 시간별, 부서별 어떤 순서로 연결되는지?(번호와 화살표를 이용한 도식화)
■ Sheet들을 유지하기 위해 수집 및 활용하는 데이터 수(종류)
■ 확보되지 않은 데이터는 어떻게 수집해야 하는지? 수집을 위해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제가 상기 내용을 검토하고 개선하는 노력을 해도 급격하게 개선될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생성 및 수집되지 않는 데이터들은 명확한 R&R을 기반으로 한 SOP의 제정 및 개정, SOP를 준수한 수작업, SOP를 준수한 정보시스템 작업 등이 유지되어야만 신뢰성 있게 수집 및 생성 가능합니다. 여러분은 R&R이 불명확하고 SOP 제정 및 개정 상태가 취약합니다. 따라서 추진 과정에서 많은 불평불만이 발생할 것이고 급기야 이간질과 정치에 의해 추진력을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S&OP 프로세스 구축을 위한 다양한 노력이 다른 분야들을 개선하고 추진하는데 또 하나의 기준이 되어 줄 수도 있기에 인내심을 가지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S&OP 프로세스의 유지는 SCM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기에 당연히 인내심을 동반한 변화와 혁신 없이는 어렵습니다. S&OP 프로세스는, 모든 부서가(조직이) 전체 최적화 관점에서 네트워크화 되어야만 유지 가능한 프로세스인데 네트워크화의 기반은 R&R과 SOP입니다. 그리고 한 조직(부서가)만이 열심히 개선 노력한다고 해서, 그리고 한 조직부터 순차적으로 개선한다고 해서 S&OP 프로세스가 잘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가끔 어떤 기업에서는 한 부서를 개선하고 나서 다른 한 부서를 개선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경우도 있는데 긍정적이지 않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전체 최적화가 아닌 부분 최적화 관점에서 한 부서만의 개선은 개선된 부분이 다른 부서에 병목(Bottleneck)으로 작용할 수 있기에 회사 전체적으로 볼 때 개선된 것이 아니게 됩니다. 그러므로 R&R의 정립과 SOP 제정과 개정 등은 모든 부서(조직)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추진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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