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만 Supply Chain을 붕괴시키고 혼란스럽게 했을까?

코로나 바이러스를 겪으면서 전 지구적으로 유지되고 있었던 다양한 Supply Chain이 붕괴되고 혼란스러워졌습니다. 그런데 근본 원인이 100% 바이러스 때문일까요? 바이러스가 출몰하지 않았다면 문제가 없었을까요? 우리는 바이러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거나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과학기술이 크게 발달하지 않았던 과거에는 육군은 육군만을, 해군은 해군만을, 공군은 공군만을 상대해서 전쟁과 전투를 벌였다면 현대에는, 육군이 해군과 공군도, 해군이 육군과 공군도, 공군이 육군과 해군도 상대해서 전쟁과 전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즉, 상대와 1:1로 벌이는 전쟁과 전투의 패러다임과 플랫폼은 구시대적인 유물이 된지 오래되었고 앞으로, 우주전의 개념을 실제 실행하게 된다면 현재에서 또 변화될 것입니다. 즉, 과거부터 현재까지, 전쟁과 전투에 대한 패러다임과 플랫폼의 변화는 계속되어 왔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변화될 것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배경들로 인해, 필자는 군에 근무할 때, ‘연합’, ‘합동’ 용어에 대해 귀가 따갑게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육·해·공군의 연합·합동 작전뿐만 아니라 걸프전 그리고 이라크 전쟁과 아프카니스탄 전쟁 등을 통해 연합군, 다국적군의 역할과 중요성이 큰 화두로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SCM을 기업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착각하는 분들을 간혹 보았습니다. 현재는 민·관·군이라고 순서를 정해 이야기를 하지만, 예전에는 군·관·민 순서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전쟁과 전투를 하기 위해서는 사람, 장비, 무기, 물자, 교육훈련 등에 대한 Supply Chain 구축과 관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Supply Chain을 구축 및 유지하기 위한 전술, 작전, 전략의 수립 또한 매우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전쟁과 전투는 구분되는데 특히, 국가의 존폐에 영향을 미치고 장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는 전쟁에서 SCM은 매우 중요합니다. 간단하게 예를 들면,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공항, 도로, 철도, 항만, 통신 시설들을 타격하는 이유 중 하나도 SCM을 무력화시키기 위함입니다. 전술보다는 작전이, 작전보다는 전략이 큰 개념이고 군에서는 전술, 작전, 전략 용어를 모두 사용해서 SCM이라고 하지만, 기업에서는 전술과 전략이라는 용어만 사용하는 편입니다. 여러분은 전술과 전략에 대한 의미를 잘 이해하며 여러분이 구축하거나 유지하고 있는 Supply Chain 안에 전술분야와 전략분야가 잘 구분 및 유지되고 있습니까?

저는 War Game를 통해 전쟁 및 전투에 대한 모의 훈련을 많이 경험했습니다. War Game을 통해 터득한 소감은 전쟁과 전투를 함에 있어 ‘기존에 수립한 계획, 그리고 체결한 약속과 합의는 언제든 무너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불확실성과 우발상황은 항상 존재하고 항상 발생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저는 War Game 기간 중에 실시간 변화되는 전장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매일 계획을 수정해야 했고 관련 부서와 기관에 실시간 협조 요청을 해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교대조 근무를 하면서 인원, 장비, 물자 유지 수준이 높은 상태로 다음 사람에게 인계했는데 휴식을 취하고 돌아와 보니 인원, 장비, 물자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로 되어 있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반대로 상대방에게 넉넉한 상태로 인수를 받았는데 내가 근무하는 시간에 인원, 장비, 물자가 엄청난 피해를 본 적도 있습니다. 군에는 지역지원개념, 공통지원개념 등이 있습니다. 어떤 품목에 대해서는 육군, 해군, 공군 중에 특정 군에서 책임지고 예산을 확보, 조달, 보관, 분배 합니다. 그리고 특정 지역에 있는 어떤 부대가 지정된 인근 부대들을 책임지고 지원 합니다. 이는, 평상시뿐만 아니라 다국적군이 형성되어 수행하는 연합 및 합동 전술, 작전, 전략에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하지만 전장 상황에 따라 100% 반드시 지켜지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께서는 다음의 예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세요. A부대는 B부대에 상호 협정을 기반으로 탄약을 지원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A부대가 적군과 싸우면서 탄약 소모가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B부대가 요청한다고 해서 탄약을 쉽게 지원할 수 있을까요? A부대는, 우선 A부대 입장에서만 생각을 하겠죠. 당장 나부터 살아야 하니까요. 즉, 협력과 합의의 내용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상존합니다. 그리고 항상 예상 및 계획대로 유지 또는 진행되지 않고 불확실성과 우발상황은 항상 존재합니다.

기업에서는 5 Why 기법을 이용해서 질문을 많이 하고 받는 편입니다. 이와 유사하게 군에 근무할 때 저의 경우에는 “안되면? 차선책은? 차차선책은? 차차차선책은?” 방식을 이용한 질문을 많이 하고 받았습니다. 어떤 것을 계획하거나 기획할 때 항상 들었던 질문은 만약에 그것이 안되면? 다른 차선책은? 또 다른 차선책은? 또 다른 차선책은? 적이 만약에 이렇게 움직인다면? 차가 막힌다면? 갑자기 사람이 아프다면? 상급자가 죽는다면? 비가 내린다면? 사고가 난다면? 천재지변이 발생한다면? 눈이 온다면? 강풍이 분다면? 장비가 고장 난다면? 모래 바람이 분다면? 먼지가 많다면? 날씨가 매우 춥다면? 등등. 어쩔 때는 정말 짜증나서 속으로 “그럼 어쩌라고요?”를 수없이 외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경험과 이를 통해 형성된 습관, 그리고 경험을 통해 변화된 생각하는 방식과 행동하는 방식이 나에게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을 지금은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군에서는 항상 동일한 내용의 계획을 수립하거나 기획할 때 한 개가 아닌, Plan A, Plan B, Plan C..... 등을 다양하게 고민해야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여러분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SCM이 붕괴되거나, 혼란스러워졌던 것은 결과적으로 맞지만 근본 원인은 ‘다양한 우발상황에 대해 미리, 그리고 깊게 고민하지 않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만들어 놓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즉, 모든 것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갈 것이고 모든 것이 계획대로, 모든 것이 합의한 대로, 그리고 On Time으로 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 그리고 상대방은 내 생각대로 움직일 것이라는 착각이 불러온 결과일 뿐입니다.

저는 항상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는 것이 있습니다. 그중에 두 가지만 이야기 하겠습니다. 확인했냐고 물어보면 ‘메일 보냈다’고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를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됩니다. 상대방이 메일을 읽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요? 상대방은 메일을 읽지 못하는 상황에 처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상대방에게 메일을 보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메일을 읽어보았는지? 그리고 읽더라도 메일을 제대로 이해했는지? 상대방이 메일을 읽지 않았다면 읽게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어떤 업무의 진행 상황에 대해 금요일에 물어보았더니 A상태라고 답변을 했습니다. 그리고 3일이 지난, 월요일 오전에 물어보니 동일하게 A상태라고 답변을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월요일 오전에 다시 확인하고 나서 A상태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금요일에 확인했던 A상태를 그대로 Ctrl + C, Ctrl + V 해서 A상태라고 이야기 하는 것입니다. 3일 동안 어떤 우발 또는 제약 상황이 발생했을지 모르는데, ‘확인도 하지 않고 전혀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3일전의 이야기하는 것이 맞을까요? 아무리 휴일이 끼어 있더라도 말이죠. 휴일에는 모든 것이 정지 상태인가요? 오늘 17시에 업무를 종료하고 내일 09시에 발표할 과업 일지를 작성했다면 저는 다음을 지향합니다. ‛내일 09시에 발표하는 과업일지는 어제 17시를 기준으로 작성된 과업일지를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내일 08시 기준으로 다시 확인된 내용의 과업일지를 작성해서 발표하는 것’입니다. 물론, 쉽지 않습니다. 매우 힘들고 어려운 일입니다. 저 또한 매일 매일 새롭게 마인드 컨트롤을 하고 다짐을 하지 않는다면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습관을 형성한다면, 그리고 이것이 제대로 축적된다면, 여러분은 섬세하고 디테일한 사람으로 인정받을 것이고 이런 유형의 사람들이 기업 구성원으로 많이 존재한다면, 그 기업은 SCM이 안정화 되고 더 나아가 고도화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SCM을 기획하고 계획하고 실행하는 주체는 정보시스템도 아니고 기계도 아닌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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