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 그랜튼 / (주)출판사 클

‘일하는 방식의 개선’은 모든 조직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고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는 이슈이다. 특히 디지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이러한 이슈에 대해서 좋은 솔루션이 제공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 복잡하고 이해관계가 충돌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팬데믹이란 예기치 못한 상황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일에 대한 상당한 고정관념적 시각에 대해 다른 관점을 부여했다. 또한 MZ세대가 조직으로 본격적으로 유입됨에 따라 일을 대하는 그들의 사고는 이전 세대와는 분명히 다른, 다양한 측면에서 볼 수 있고 이러한 관점의 차이는 조직 내에서 여러 가지 문제를 발생시키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금까지 일을 재설계할 때 가장 중심축에 놓여 있는 기준은 효율성과 생산성이다. 그리고 그 기준에 부합된 프레임을 맞추어 놓고 그 프레임에 사람들을 맞추어 일을 진행해 왔다. 이것이 지금까지 ‘일하는 방식의 개선’에 대한 기본적인 추진 패턴이다. 그러나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일을 수행하는 주체가 바뀌고 있고, 일을 하는 환경 또한 언제 어떤 상황이 닥쳐올지 모르는 불확실성 가운데 놓여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일하는 방식의 개선’을 위해 일을 바라보는 관점은 분명 예전과는 달라야 한다. 세계적인 석학들과 공동 저술한 ‘초예측’, 베스트셀러인 ‘뉴 롱 라이프’를 저술했으며 EBS의 ‘위대한 수업’을 통해 잘 알려진 런던 경영대학원 린다 크랜턴 교수는 다양성이 존재하고 불예측성의 일상화된 시대적 환경 속에서 직원의 만족도와 조직의 성과를 높이기 위한 관점으로 일을 바라보고 이를 재설계하기 위한 원칙을 이 책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동결’과 ‘해동’ 그리고 ‘재동결’
심리학자인 쿠르드 레빈은 제도적 변화 프로세스를 ‘동결, 해동 모델’로 설명하고 있다. 레빈은 자신의 이 모델에서 정상적인 환경을 ‘동결’ 상태로 정의했다. 정상적인 상황 속에서는 조직 문화, 업무 수행 구조, 관행 그리고 상당수의 업무 프로세스가 고정된 상태로 운영된다. 이러한 상태를 ‘동결상태’에 있다고 한다. 반면 외부의 변화와 위협이 발생하게 되면 조직은 이에 대한 대응을 위해 다양한 시도와 변화를 추구하게 된다. 이러한 상태를 ‘해동상태’에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외부의 위협이 서서히 줄어들면 조직은 다시 ‘재동결 상태’에 들어가게 된다고 그의 이론에서 밝히고 있다. 팬데믹은 모든 인류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규모와 속도로 전 세계 모든 기업을 ‘해동상태’에 이르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해동상태’ 기간 동안 과거에는 상상에서만 생각했던 사항들이 현실화되었다. 그리고 팬데믹이 종식되고 서서히 ‘해동상태’가 ‘재동결 상태’로 전환되어가는 시기로 가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리더는 일하는 방식에 대해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첫 번째는 예전으로 돌아가는 것과 두 번째는 ‘해동상태’에서 경험을 바탕으로 일하는 방식을 리디자인 하는 것이다. 예외 없는 집단적인 팬데믹의 경험은 직원들이 일에 대해 바라는 것이 무엇이고 리더들이 조직에 도입하고 권장하기 위한 것이 무엇인지, 그리고 상상 속에서만 생각했던 사안들이 현실화되었을 때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에 대해 재고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제공했다. 기존에 일에 대해 가지고 있던 여러 전제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새로운 일하는 방식에 대한 내러티브를 구성할 수 있는 기회는 바로 지금이 적기이다.

일을 리디자인 하는 방법
일을 리디자인 하는 주체는 조직의 리더이다. 리더가 일에 대해 어떤 시각과 관점을 가지고 있느냐가 중요하다. 그러나 아직 많은 리더들이 일에 대한 관점과 시각은 아직도 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에 머무르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에 대한 리디자인은 4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4단계는 ▲1단계. 무엇이 중요한지 이해하기 ▲2단계. 미래를 재상상하기 ▲3단계. 아이디아를 모델로 만들어 테스트하기 그리고 마지막 ▲4단계는 모델에 따라 행동하며, 새로운 업무방식을 재창조하기로 구성된다.

1단계. 무엇이 중요한지 이해하기 : 일을 리디자인할 때 4가지 요소를 우선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첫 번째는 생산성을 뒷받침하는 행동과 역량이다. 일반적으로 생산성을 결정짓는 4가지의 요소는 에너지, 집중, 조정 그리고 협력이다. 조직에서 이 4가지 요소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지식의 흐름과 인적 네트워크 구조이다. 조직에서는 명시적 지식과 묵시적 지식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이러한 지식들이 조직 내에서 어떻게 유통되고 있는 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울러 조직 내 강한 유대와 약한 유대가 업무 수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대면연결과 비대면 연결이 유대 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실제로 대부분의 창의성은 약한 유대 속에서 발생되고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세 번째는 직원들이 일과 회사에 바라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다. 직원들이 무엇을 통해 동기부여를 받고 있으며 직원들은 조직 내에서 어떤 욕구를 가장 우선시 하고 있는지와 직원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직장생활과 개인의 삶의 균형은 무엇인지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 네 번째는 일에 대한 경험이다. 일을 통해 직원들이 얻고 있는 긍정적인 경험과 부정적인 경험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지와 입사부터 퇴사에 이르기까지 직원에 대한 여정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직원들에게 고통을 유발하고 있는 경험이 무엇인지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2단계. 미래를 재상상하기 : 일에 대해 여러가지 요소를 가정을 통해 상상해 보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는 상상의 대상은 일과 연결된 장소와 시간이다. 장소와 시간을 고려할 때는 장소와 시간의 기능에 대해 고민을 해야 한다. 과거에는 시간과 장소는 일을 위해 결집되어 있는 것으로 인식을 했다. 그러나 팬데믹의 영향으로 특히 지식 노동자들에게 시간과 장소에 대한 업무 디자인은 극적으로 변화되었다. 사적인 시간과 공간이 일의 직접적인 영역으로 인정되기 시작했으며, 업무 일정이 사적인 시간과 공간으로 확장되는 현상이 본격화 되었다. 여기에는 분명한 장점과 단점이 있다. 일하는 공간 관점에서는 사적인 공간에서 일을 할 때 일에 대한 에너지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나 반면 일을 진행함에 있어 필요한 협력이나 정보의 획득 측면에서는 어려움이 있다. 시간 관점으로 볼 때 일을 하는 사람들간 동기화하여 일을 진행할 경우에는 일을 진행함에 조정이나 협력은 긍정적이나 비동기화되어 개인적으로 일을 할 때는 일에 대한 집중도는 올라가는 반면에 일에 대한 조정이나 협력은 한계가 있다. 이러한 관점으로 일의 유형이나 중요도 등을 고려하고 일을 리디자인하여 이에 대한 결과를 상상하여 선택지를 찾아내야 한다.

3단계. 모델을 만들어 테스트하기 : 상상하기를 통해 얻은 통찰은 사무실은 협력의 촉매로, 사적인 공간은 에너지의 원천으로, 비동기 시간은 집중력을 고양하는 시간으로, 동기 시간은 업무를 조정하는 시간으로 활용하는 것이다. 3단계는 이러한 통찰을 기반으로 일을 분석하고 모델을 만들고 테스트하는 단계이다. 앞서 언급된 통찰을 기반으로 일을 리디자인할 때 고려해야할 사항들이 있다. 첫 번째는 리디자인 모델이 조직의 평균 연령대와 성비 그리고 향후 자동화 가능성 및 인구 변동에 대한 직원 확보 가능성 등 인적 자원에 대한 변동성을 고려해야 한다. 두 번째는 일이 개인의 질적 성장과 어떻게 연계될 수 있으며, 직원들의 삶의 질 향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 지를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고려는 일 자체에 이러한 요소들이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일을 리디자인할 때 일에 대한 보완재와 같은 제도 등을 만들어 상호 작용할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아울러 개발된 모델에 대한 테스트 시에는 직원들에게 일에 대한 절차와 결과가 공평하고 공정하게 작동되는 지, 그리고 인적 연결을 약화시키고 있지는 않은지에 대한 부분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한다.

4단계. 행동하고 창조하기 : 업무 리디자인은 근본적으로 행동과 창조에 관한 것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리더의 역할이다. 리더의 핵심적인 역할 중의 하나는 사람과 일을 조화롭게 연결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리더는 항상 일과 사람을 주시해야 한다. 특히 리더는 조직 내 공동 창조 프로세스가 존재하고 있는지와 존재한다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공동 창조 프로세스는 일을 리디자인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목표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또한 리디자인 된 일에 대해서는 관련 대상자들 모두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숙지해야 할 수 있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리디자인 된 일에 대해서는 일을 수행할 직원들이 이를 수용할 수 있는 합의를 도출하는 일이다. 궁극적으로 리디자인 된 일이 지속적으로 행동과 창조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이에 부합된 리더십의 발휘가 가장 중요한 요건이다.

일반적으로 조직문화에 영향을 주는 4대 요소가 있다. 첫 번째는 최고 경영자의 리더십이다. 최고 경영자의 성향이 조직의 문화를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다. 두 번째는 구성원에 대한 평가방식이다. 내부 구성원을 경쟁자로 만드느냐 조력자, 협력자로 만드느냐는 구성원과 단위 조직의 평가 방식에 따라 좌지우지 된다. 세 번째는 조직이 점차적으로 어떤 세대의 인력들로 채워지고 있느냐이다. 특히 MZ세대가 조직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에 따라 매우 유념해야 할 부분이다. 그리고 마지막이 일하는 방식의 변화이다. 특히 팬데믹은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연계하여 일하는 방식에 대해 고정관념을 무너뜨리고 있다. 일에 대한 리디자인은 궁극적으로 조직문화에 대한 리디자인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한다. 많은 조직들이 일을 리디자인하기 위한 고민과 더불어 더 나은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노력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면 그 과정 속에서 일에 대한 리디자인과 조직문화를 직접적으로 밀착시켜 고민하는 부분이 부족하지 않았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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