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가격 인상 불구, 운송운임 반영 늦어 화물 차주들만 골탕

두 달째 이어지는 급격한 유가인상으로 국내 육상운송 물류시장 현장에 암운이 드리워지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현재의 가격 인상추이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매번 유가 인상에 따른 고통은 항상 화물 차주들의 몫이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 인상 때마다 우려를 키우는 물류시장의 유가연동제를 항공산업처럼 강제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화물차 운전자들의 운영 원가에 50% 이상을 차지하는 유류비가 가파르게 인상되고 있는 반면, 운임은 거꾸로 뒷걸음질 치는 현상이 매번 반복되는 만큼 겨우 정부의 강공으로 수면 밑에 겨우 가라앉은 운송물류업계의 앙금이 정책적 미봉책으로 언제든 다시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다.  

정부도 화물연대도 유가인상에 뾰족한 대안 없어
9월 현재 국내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7주 연속 동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민간에서 사용되는 휘발유는 1년 만에 최고 수준 가격으로 올라 1,800원대를 넘보고 있다. 여기다 육상운송물류시장에서 사용되는 경유가격 역시 동반 상승해 1,700원대에 가까워지고 있어 화물트럭 운전자들의 숨통을 죄고 있다.

지난 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경유 평균 판매 가격은 1,643원이며, 서울 평균은 1,727.81 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 8월 9일과 비교하면 전국 평균 1,539원보다 90원이나 인상된 금액이며, 7월 2째 주 가격인 1,382원과 비교하면 무려 261원이나 오른 가격이어서 일선 화물 차주들의 공포를 느낄 정도다. 문제는 유가 인상이 운송운임으로 이어져야 하지만, 실제로 합리적 운임을 받기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유가 인상분을 운송운임에 연동해 반영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통상 400리터 용량의 중형트럭에 경우 현 경유가격으로 가득 주유할 경우 65만원이 훌쩍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이는 1리터 당 3.7km의 공차 연비로 계산하면 1,480km를 주행할 수 있다. 한 달 약 800여 만 원의 운임을 지불 받는 A화물차주는 “유가 인상으로 300여 만 원의 유류비가 인상되면서 약 60~70만 원의 적자를 보고 있다”고 전했다. 따라서 전체 화물운송 운임에 유류비가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유류비 인상에 따른 운임인상도 연동해 인상 것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물류현실은 녹녹치 않다. 물량을 안정적으로 수주하는 기업 물류 운송운임은 연간 단위로 운임계약을 해 최근처럼 급격한 운임인상분을 현실에 반영할 수 없다. 반면 유류비가 하향화 추세를 보이면, 화물차주 입장에선 이득이다. 문제는 현 유류가격 인상추이가 당장 안정세를 찾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또 유류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기에는 상당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우려다. 따라서 하루하루 유가추이에 울고 웃는 물류현장에 현 상황이 유지될 경우 화물 차주들은 생존을 위협받을 뿐만 아니라 산업 전반의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근본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와 화물차주 단체인 화물연대에 현 유가인상 추세에 대한 뾰족한 대안을 문의했지만 아무런 답을 내 놓지 못하고 있어 물류현장의 분노를 사고 있다. 
   
현 유가 추이 지속 예상, 물류산업에 부담 커질 듯
현재 휘발유나 경유 모든 종류의 유류가 올랐지만, 상승 폭은 경유부문이 더 큰 상황이다. 휘발유는 8월 첫 주부터 넷째 주까지 4주 동안 141.5원(1,740.8원-1,599.4원)오른 반면 경유는 상승 폭이 더 커 8월 한 달에만 205.9원(1,617.7원-1,411.8원) 인상됐다. 휘발유 1리터당 100원대 오를 때 200원대로 인상된 셈이다. 이처럼 경유가 더 오르는 배경은 국제제품 가격이 더 인상됐기 때문. 국제시장에선 경유가 휘발유보다 더 비싸게 거래되면서 그 영향을 받고 있다. 유류 업계 관계자들은 “통상 국제 제품가격이 국내 영향을 미치는데 2주 정도여서 당분간 현재의 추이가 유지될 것”이란 관측이다. 그나마 현 유가추세가 당분간이면 다행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간 전쟁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올해 말까지도 산유국들이 감축의지를 밝히고 있어 향후 유가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최근 유가 상승 추세는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올해 연말까지 지금의 감축량을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공식 발표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다 기름 소비가 가장 큰 중국의 경기 침체로 유류소비가 줄자, 유가 하락을 우려한 산유국들이 산유량을 줄이고, 가격을 부양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따라서 현 유가 강세 추이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글로벌 금융기관, 투자기관들도 올해 기름 값이 1배럴(158.9 리터)당 90달러 초중반까지 갈 거라는 의견이다. 일부에선 85~90 달러 인상될 것으로 보지만 100달러까지도 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물류현장에선 국제유가가 80달러 선을 넘어서기 시작하면 유류비 부담이 피부로 와 닿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대다수 산유국들은 지금의 감산 기조를 연말까지로 못 박은 상황이다. 따라서 지난 7월부터 인상되기 시작한 유가 상승세는 6개월 정도 이어질 전망이어서 이럴 경우 물류현장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물류현장 한계점 맞아, 고유가 부담 해소 못하면 산업시장 악영향
고유가 상황이 이어지면 물류현장의 인내심도 한계를 보일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대형 트레일러 차주 L씨는 “안전운임제 폐지로 운송물류시장의 운임이 10%~15% 가량 하락한 상황”이라며 “그나마 이정도 수준이 한계점인데, 여기서 유가 인상으로 운영비까지 오르면 폭발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도 현재 상황을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일부 대기업 화주들의 경우 유가 연동제에 따른 유가 인상분을 운임에 반영하는 노력에 나서고 있지만 일부 단기 화주들의 경우 운임 깍기와 유가인상에 대한 보완책이 전혀 없어 이에 대한 보완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일부 차주들은 “화물연대의 경우 회비는 꼬박 꼬박 받으면서 아무런 대응책 마련에 나서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화물차주 K씨는 “화물연대가 제 목소리를 내 줘야 하는데, 어느 순간부터 어떤 대안도 내 놓지 못하고 있다”며 “거꾸로 화주기업들이 유가 인상을 우려해 주고 있어 난감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안전운임제 폐지 전에는 컨테이너, 시멘트 화주들의 경우 원가 상승분을 3개월 마다 운임에 반영하는 등의 항목을 적용해 고정 차주들은 일부 유가 인상분을 보전 받고 있지만, 극기 일부분일 뿐 대다수 운송화물에 대한 유가인상 분은 고스란히 영세한 운송사와 화물차주가 직접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화물 차주들이 인상된 유류비용을 보전 받지 못하면 운행을 꺼리고, 이렇게 되면 국내 산업시장 전반의 공급망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일선 물류현장에선 당장의 유가 상승분에 따른 수익 감소를 감수하고 있지만, 임계점을 맞고 있다. 결국 현재의 고유가 상황이 장기화 될 경우 운송포기 차주들이 늘고, 공급이 줄면 최종적으로 물류비용이 늘어나는 악순환과 더불어 물류대란도 불가피해 질 수 있다. 일각에선 물류산업 전반을 조정하는 국토교통부가 건설 산업 부분만 챙기고, 물류산업현장의 고충은 헤아리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따라서 육상운송 물류시장뿐 아니라 생활물류시장 전반의 기름값 인상에 따른 보완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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